[내 ID는 강남미인!]이 빠진 함정

2016.10.18
네이버 웹툰 [내ID는 강남미인!]은 외모로 인한 괴롭힘에서 벗어나기 위해 성형한 강미래의 대학 생활을 그린다. 제목처럼 ‘강남미인’, ‘성괴’ 같은 또 다른 비하 발언에 시달리는 미래의 모습을 통해 성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여성혐오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남 생긴 거로 뒤에서 씹는 것들이 더 한심해 보인”다는 경석의 대사처럼, 작품은 여성의 외모에 대한 평가와 이런 평가의 책임까지 여성에게 전가하는 여성혐오의 태도를 비판한다. 그러나 이렇게 외모 평가를 비판하기까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갈등의 중심은 ‘자연미인’으로 등장하는 현수아다. 수아는 OT의 자기소개 자리에서 예쁘다는 칭찬을 받자 “저보다는 제 옆의 미래가 더 예쁘죠”라고 이야기하고, 미래와 함께 다니며 자연스럽게 두 사람이 비교되는 상황을 만들어낸다. 수아의 이런 행동들은 미래가 계속해서 차별을 경험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이것은 마치 수아와 미래가 대립하는 문제처럼 나타난다.

수아는 선배 찬우가 미래에게 관심을 보이는 장면을 목격하고는 찬우를 찾아가 자신이 그를 좋아했다고 고백한다. 오직 외모 때문에 미래에게 관심을 보였던 찬우는 자연미인인 수아가 자신을 좋아한다면 “싸구려 건드릴 필요도 없잖아”라고 생각하고, 미래에게 “실수”였다며 고백한 것을 번복한다. 고백했던 수아가 자신은 미래와 친구이기 때문에 찬우와 사귈 수 없다며 거절하자, 찬우는 “성괴X 때문”이라며 미래에게 폭력을 행사하기까지 한다. 결국 이 상황에서 가장 문제적인 것은 여성 후배들의 외모에 우열을 매기고, 그 서열에 따라 연애를 결정하는 찬우다. 그러나 작품은 이 문제를 드러내기 위해 자연미인인 수아가 자신의 외모를 이용해 세 사람이 얽히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자연적인 얼굴과 성형한 얼굴 사이에 서열을 매기는 차별의 상황 자체보다, 자신이 우위에 서는 상황을 이용하는 수아와의 갈등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중심이 된다.

미래와 수아가 축제 서빙을 위해 학생회 사람들을 만났을 때, 그들은 “(서빙을 하려면) ‘쌍수’하고, 살 빼고, 여자처럼 하고 와”라며 노골적으로 여성 동기들의 외모를 평가하고 심지어 그에 간섭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수아는 이를 보면서도 그들에게 “남자한테 외모는 별로 중요하지 않잖아요”라고 이야기하고, 학생회 남성들에게 “개념녀”라는 찬사를 듣는다. 수아는 철저히 남성 위주로 돌아가는 평가에서 항상 높은 점수를 받고, 바로 그 점을 이용해 미래를 차별의 상황에 빠뜨리는 것처럼 그려진다. 그러나 ‘자연미인’이든 ‘성형미인’이든 결국 외모 평가의 결과로 나타나는 일이며, 수아가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과는 상관없이 미래와 수아는 모두 여성의 외모를 점수 매기는 구조에서 평가당하는 입장에 있다. 칭찬받는 위치를 교묘하게 활용해 미래를 곤란한 상황에 빠뜨리는 수아의 행동은 이런 평가와는 상관없이 개인의 태도 문제다. 하지만 수아의 행동은 그가 ‘자연미인’이라는 사실과 분리되지 않고, 결국 수아와 미래의 갈등은 외모 평가 속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과 낮은 점수를 받은 사람 사이의 갈등처럼 받아들여진다. 수아가 화장을 모두 지운 후 다시 파운데이션과 립글로스를 바르는 장면이 등장하자 수아 역시 성형을 했을 것으로 추측하며 “성형한 애를 무시하고 자연미인인 척 해왔으니까 성형은 약점이 맞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물론 수아가 자신의 위치를 교묘하게 이용해가면서까지 미래와의 대립을 만들어내는 이유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수아가 잠들기 직전까지 화장하는 장면은 그 또한 외모 평가라는 이 차별적인 시선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보여주려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까지 수아의 캐릭터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외모 서열에서 우위에 선 사람의 얄미움을 보여주는 데 머물렀고, 이것이 지금 작품을 이끌어가는 주요한 갈등의 소재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갈등이 해결되는 과정은 결국 외모를 평가하는 기준 자체보다 그 안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수아 개인과의 문제에 머무른다. 분명 [내 ID는 강남미인!]이 지금 지적하려는 지점이 그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지금 수아라는 중심적인 악역이 독자들을 어디로 이끌고 있는지는,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할 일이다. 지금 수아의 캐릭터에 분노하는 것은, 외모 평가라는 잣대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생각하지 않고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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