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This is it

MC그리가 배운 힙합

2016.10.19
MC그리(김동현)의 ‘이불 밖은 위험해’ 뮤직비디오 속 세상은 여자가 살아가기 불가능하다. MC그리를 제외한 남자들은 아무 곳에서나 방망이를 휘두르거나 심지어 좀비나 귀신 같은 존재로도 묘사된다. 그들은 여자를 납치하고, 뒤에서 총과 배트로 공격하려 한다. 그러나 이것은 거짓말이다. “이불 밖은 위험”한 것은 사실 MC그리가 “너무 예뻐”라고 할 만큼 좋아하는 여자를 “모든 남자들이 원하” 때문이다. “밖에 나가면 넌 위험해”란 가사에서 위험한 것은 여자친구의 매력이고, 정말 위험한 상황에 있는 것은 다른 남자에게 여자친구를 빼앗길까 걱정하는 MC그리 자신이다. MC그리의 가사에서 이불은 “나라는 이불 안에 있으니 안전”이라는, 여자친구를 지키겠다는 의미로 썼다. 그러나 뮤직비디오에서 그는 폭력을 행사하는 남자들과 떨어져 여자친구와 이불을 함께 쓴다. 그가 여자친구를 남자들의 물리적인 폭력에서 지킬 힘이나 의지는 없어 보인다. 남은 것은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강요뿐이다. 그 결과 뮤직비디오의 여자는 끊임없이 폭력의 대상이 되고, 이런 상황들은 코믹한 분위기로 연출된다. MC그리의 가사가 어설픈 마초 흉내를 내며 여자를 보호하겠다며 여자의 행동을 통제하려는 잘못된 여성관을 가진 남자라면, 뮤직비디오는 인터넷에서 “여자는 삼 일에 한 번씩 패야 한다”는 말을 태연히 하면서 낄낄거리는 찌질하고 악랄한 남자를 보여준다. 

스스로에 대한 신세 한탄을 하는 남자가 여성에 대한 폭력적인 발언을 하는 것은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미 블랙넛이 Mnet [쇼 미 더 머니 4]와 그의 곡들에서 찌질한 남자의 자전적인 이야기와 여성혐오적인 가사를 통해 호응을 얻었다. 그리고 MC그리는 ‘열아홉’에서 가정사를 털어놓은 가사로 나름의 진정성을 선보였고, 그 다음에는 여자를 보호하겠다며 여자에게 원하는 대로 할 것을 요구하는 곡을 발표했다. 그리고 뮤직비디오는 아예 여성에 대한 폭력을 유머의 소재로 삼는다. MC그리의 가사만이라면, 그것은 비판을 받든 개선을 하든 그가 행동하고 책임질 문제다. 그가 이제 막 데뷔한 10대 래퍼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러나 가사 이상으로 여자에 대한 폭력을 앞세운 뮤직비디오는 MC그리의 소속사, 브랜뉴뮤직의 영역이다. MC그리가 뮤직비디오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두 번째 곡을 낸 신인 래퍼의 곡에 대한 결정권이 누구에게 있는가는 분명하다. MC그리처럼 작곡, 편곡 모두 회사의 프로듀싱이 필요한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이불 밖은 위험해’에서 비슷하게만 반복되는 플로우와 “내 품 밖은 위험하단 거야 / 내 말의 속뜻 / 내 눈에만 이쁜 거라던 / 네 말은 어떻든” 같은 단순한 라임에 그럴듯한 비트와 훅 멜로디를 쓸 프로듀서를 붙이는 것은 브랜뉴뮤직의 몫이다. 가사로서 ‘이불 밖은 위험해’는 한 래퍼의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뮤직비디오까지 포함된 ‘이불 밖은 위험해’는 부분적으로 산업이 된 한국 힙합의 문제다. 


Mnet [쇼 미 더 머니]에 나갈 필요도 없을 만큼 유명세를 가진 10대가 유명 회사와 계약하고, 곧이어 자본이 투자된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내놓았다. 첫 곡은 자전적이었, 두 째 곡의 뮤직비디오는 다치기 전에 여성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널 감동시킬 이벤트”를 하면 “난 다르단 걸 증명”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아직 한 곡을 완성할 만큼의 랩도 제대로 하기 어려운 10대가 생각하는 힙합, 또는 그의 소속사가 내놓은 10대의 힙합이다. 그만큼 ‘이불 밖은 위험해’ 뮤직비디오 속의 찌질하고 비열한 남자의 이야기는 최소한 상업적으로 문제없는 선택이 됐다.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힙합을 듣고 자신이 가고 싶어 하던 제작사에 간 10대는 그가 듣던 힙합을 따라 한다. MC그‘이불 밖은 위험해’의 음악 방송 무대에서 가죽 재킷을 입고, 소파에 앉은 여자를 살짝 눕히며 다가가는 동작을 하는 것은 상징적이다. 아직 한 곡의 랩을 제대로 완성하기도 어려운 그는, 아직 자신에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고 동경하는 래퍼의 모습을 흉내 다. 그 과정에서 그 래퍼들의 전혀 멋있지 않은 일면까지 표현한다. 그러니 드렁큰타이거가 그 오래전 했던 질문을 다시 꺼내도 되겠다.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물론 이 질문에 명쾌한 답변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여전히 많지 않을 듯 하다. 그러나 이렇게는 물을 수 있겠다. MC그리가 ‘이불 밖은 위험해’에서 하고 있는 것은 힙합인가. 힙합이라면, 대체 그가 듣고 배운 힙합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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