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의 K-POP 업데이트

2016.10.20
보이 그룹 방탄소년단의 [WINGS]는 이번 주 ‘빌보드 200’ 차트에 26위로 데뷔했다. K-POP 아티스트 중 역대 가장 높은 순위다. 물론 K-POP이 해외차트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때때로 해외 성공사례로 포장되는 ‘월드 앨범 차트’나 ‘월드 디지털 송 차트’가 협소한 기준의 차트에 불과하고, 이른바 ‘메인 차트’라고 불리는 ‘핫 100’ 또는 ‘빌보드 200’이 대단한 것이라는 구분 짓기도 불필요할 정도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의 성과는 K-POP이나 특정한 그룹이 해외에서 인기 있다는 신호 이상이다.

‘빌보드 200’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앨범 차트다. ‘핫 100’은 상대적으로 싱글 차트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둘의 차이는 음악을 판매하는 단위가 아니라 소비 형태에 있다. ‘핫 100’ 차트의 점수 산정은 앨범 판매량, 라디오 방송횟수, 스트리밍을 통합한다. 평균적인 비중은 각각 40%, 35%, 25%다. 스트리밍 점수에는 유튜브까지 반영한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끝끝내 ‘핫 100’ 2위에 머무르다 내려왔던 이유는 유튜브 점수가 2013년 2월에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핫 100’ 순위를 좌우하는 가장 변별력 있는 요소는 라디오 방송이다. 미국에서 라디오가 음악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중대하다. 앨범 구입이나 스트리밍이 적극적 소비라면, 라디오는 소극적 소비다. 무수히 많은 라디오 방송국은 청취자를 붙잡아 두기 위해 익숙한 히트곡을 수없이 틀고, 따라서 노래에 따라 부익부 빈익빈이 발생한다. 미국의 인디 아티스트들이 ‘빌보드 200’ 1위를 심심찮게 하면서도 ‘핫 100’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다. 미국에 근거를 두지 않은 해외 뮤지션에게는 당연히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싸이는 정말 특별한 경우다.

반면 ‘빌보드 200’은 순수하게 적극적 소비를 반영한다. 실물 앨범 1장, 디지털 음원 10곡, 스트리밍 1,500번이 동등하다. 방탄소년단은 첫 주에 16,000장 단위의 점수를 기록했다. 이 중 11,000장은 실물 앨범 판매량이다. 이 점수와 26위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다면 그 위로 어떤 아티스트들이 있는지 보면 될 것이다. 요컨대 해외에서 K-POP은 여전히 일부 특정한 소비층의 문화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일부가 전체 음악시장에 유의미한 움직임을 만들어 낼 수 있을 만큼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왜 방탄소년단인가라는 질문이 남는다. 왜 대형 회사의 유명 뮤지션들이 아니라 방탄소년단인가. 이런 의문은 방탄소년단을 위시한 최근 세대 아이돌이 공유하는, ‘해외에서 인기가 더 많다더라’는 인식과 비슷하다. 이들은 과거처럼 우연히 해외에서 인기를 얻거나, 국내에서 정상의 위치에 오른 후 해외로 진출한다는 과거의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유튜브와 스트리밍, SNS와 인터넷이 데뷔 때부터 주어졌다. 해외 팬들이 K-POP의 국제 진출 버전을 알게 된 후 그들의 과거를 별도로 공부할 필요가 없다. 이미 상당한 규모로 자리 잡은 해외 K-POP 커뮤니티는, 이들의 데뷔 직후부터 국내의 팬들과 마찬가지로 콘셉트와 성장 서사를 온전히 소비한다.

따라서 동일 세대 안에서도 방탄소년단이 한발 앞서 나간다면, 끊임없이 팬들에게 콘텐츠를 공급한 성실함을 언급해야 한다. 방탄소년단이라는 팀 혹은 멤버들의 캐릭터는 TV 예능과 같은 일반적인 경로가 아니라 팬과의 직접적인 소통, 혹은 자발적인 노출로 쌓였다. 다시 말해 현세대의 K-POP 아티스트는 저스틴 비버가 우연히 구현했던 ‘아빠는 모르지만 우리는 다 알고 있는’ 존재라는 개념을 의식적으로, 국제적인 차원에서 재현한다. 그런 의미에서 방탄소년단의 ‘피, 땀, 눈물’이 저스틴 비버의 최근 활동을 떠올리게 하는 면은 흥미롭다. ‘피, 땀, 눈물’은 디플로와 함께 했던 저스틴 비버처럼 대중적으로 불편하지 않은 정도의 레게 톤을 매끈하게 구현하되, 대신 K-POP의 정서를 놓치지 않는 후렴을 전진 배치한다. 결과적으로 ‘피, 땀, 눈물’은 팝계의 최신 트렌드를 빠르게 쫓되, K-POP에서 가능한 후렴과 랩, 콘셉트를 중심으로 춤과 무대 등 비주얼의 조합이라는 전통적인 공식, 또는 성공의 비결을 충실히 완성한다.

요컨대 시장은 넓어졌고 환경은 바뀌었지만, 아이돌을 세상에 소개하고 팬들과 정서적으로 연결하고 그에 맞는 음악을 제시하는 아주 기본적인 공식은 여전히 작동한다. 누가 더 잘하느냐의 문제이고, 우리는 지금 그 최신 업데이트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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