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샤샤’는 이제 그만

2016.10.24
여기도 샤샤샤, 저기도 샤샤샤. 최근 한국에선 모두가 트와이스의 ‘CHEER UP’의 가사이자 안무 파트인 ‘샤샤샤’를 외치고 포즈를 취한다. 원조라고 할 수 있는 트와이스의 사나를 비롯한 멤버들은 방송에 나올 때마다 숨 쉬듯 ‘샤샤샤’를 개인기처럼 보여주고, KBS [비타민]의 MC인 정지원 아나운서도 트와이스 멤버들 앞에서 ‘샤샤샤’를 했으며, 한예리도 MBC 라디오 [2시의 데이트 박경림입니다]에 출연해 DJ의 요청에 ‘샤샤샤’를 보여줬다. 여자만 하는 건 아니다. 지창욱과 김우빈은 팬 미팅에서 ‘샤샤샤’를 보여주었으며, 이제훈 역시 tvN10 어워즈에서의 포토타임에 ‘샤샤샤’를 췄다. 심지어 마동석까지 [피키캐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샤샤샤’를 했다. 해외 스타도 한다. [인천상륙작전] 프로모션 차 내한한 리암 니슨은 KBS [연예가중계] 리포터의 요청에 ‘샤샤샤’를 보여줬으며, 비록 내한은 아니지만 [닥터 스트레인지]의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틸다 스윈튼 역시 홍콩 프로모션에서 에릭 남과 네이버 브이앱 라이브를 진행하며 ‘샤샤샤’를 선보였다. 이제 [잭 리처: 네버 고 백] 프로모션을 위해 11월에 내한할 톰 크루즈가 ‘샤샤샤’를 할 일만 남았다.

‘CHEER UP’이 공개된 직후부터 ‘샤샤샤’는 코러스 파트인 ‘CHEER UP BABY’보다 더한 킬링 파트로 소비됐다. 이에 대해 [OSEN]은 JYP 엔터테인먼트 측의 “워낙 평소에도 애교가 많은 멤버라서 더 깜찍하게 살렸다”는 발언을 살려 ‘모태 애교 사나 덕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실제로 ‘샤샤샤’는 귀에 감기는 후크나 원래 가사인 ‘shy shy shy’의 의미라기보다는 특유의 동작과 함께 애교로서 소비되었다. KBS [해피투게더 3]에 출연한 사나는 당연한 듯 ‘샤샤샤’를 요구받고 그에 더해 코러스 파트까지의 안무를 보여주자 남자 MC 및 출연자들은 격렬한 리액션으로 화답했다. 에릭 남의 시범을 본 틸다 스윈튼은 “아기 고양이 같은 포즈”라고도 했지만, 과거의 ‘뿌잉뿌잉’이 그러하듯 ‘샤샤샤’에 대한 요청은 그것이 여성이든 남성이든 해외 스타에게든 애교를 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말엔 약간의 어폐가 있다. 정말 애교는 요청하거나 부탁하는 것일까? 사전적 의미대로 애교가 남에게 귀엽게 보이는 태도라고 할 때, 과연 이 관계에서 실제로 위에 선 것은 누구인가. tvN [혼술남녀]에서 박하나(박하선)가 학원에 수강생을 더 모으기 위해 인터넷 방송을 하며 ‘샤샤샤’를 하는 장면은 상징적이다. 애교는 결국 해야 하는 쪽에서 하는 감정노동이다.

팬 서비스를 위한 포토타임도 넓게는 감정노동일 수 있지만 귀여워 보이는 것에 대한 요구로 이어지는 건 좀 더 강제적이다. 현재 한국에서 양대 포즈라 할 수 있는 손가락 하트와 ‘샤샤샤’를 비교해보면 그 차이는 비교적 잘 드러난다. 전자가 최소한 도상으로서 ‘여러분 사랑합니다’라는 의미라면, ‘샤샤샤’를 통한 애교는 결국 ‘귀엽고 예쁘게 봐주세요’라는 의미다. 물론 JTBC [아는 형님]에서 사나의 토크 차례가 오자 강호동이 “‘샤샤샤’ 한 번 보고 시작할까?”라며 맡겨놓은 걸 요구하는 것 같은 모습과 이제훈이 포토타임에 ‘샤샤샤’를 선보이는 걸 같은 선상에 놓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차이가 대중이 애교를 원하고 연예인은 그것을 웬만하면 들어줘야 한다는 구도 자체를 바꾸진 못한다. 부드러운 강요가 부탁이 될 수는 없다. 스타에 대한 팬들의 동경과 환호로 가려진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의 실제 소비 공급 관계는 이처럼 아무렇지 않은 듯 요청되는 애교에서 좀 더 투명하게 드러난다. 이 구도에서 중요한 건 귀엽냐 귀엽지 않느냐가 아니라, 귀여움을 요구할 수 있느냐 없느냐다.

그래서 이토록 난립하는 ‘샤샤샤’의 책임을 단순히 예능의 나이 많은 남자 MC의 주책 없음이나 포토그래퍼의 빈곤함, 리포터의 안일함에만 돌릴 수는 없다. SBS funE와 [일간스포츠]는 리암 니슨의 ‘샤샤샤’에 대해 진부하고 의미 없는 질문들과 함께 묶어 [연예가중계]를 비판했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관습화된 포즈나 질문이 나온다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 앞에서 민망함을 참고 감정노동을 하는 게 적어도 한국에선 당연한 관습이 됐다는 것이다. 현재 가장 뛰어난 해외 스타 인터뷰어인 에릭 남조차 결국 흥미로운 인터뷰를 마치고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틸다 스윈튼에게 맥락 설명 없이 ‘샤샤샤’를 요청했다. 홍보사 측은 “배우에게 포즈에 대한 사전 공유를 하진 않고 프로그램 항목 안에 팬을 위한 포토타임을 두고 즉흥적으로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에 자주 와서 이미 어떤 포즈를 취하는 것에 대해 익숙한 틸다 스윈튼이든, “이 방송 나가면 아들 얼굴을 못 볼 것 같다”고 농담한 컴버배치든 난생 처음 하는 포즈를 유쾌하게 받아들였지만 여전히 왜 한국 대중을 위한 팬 서비스는 애교를 당연시하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이건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다. 귀여운 걸 보고 싶은 감정과 귀여운 걸 제공하는 게 당연하다는 믿음은 같지도 비슷하지도 않다. 상식이 당연해지는 것만큼, 잘못된 관습이 당연해지지 않는 것도 진보다. 그러니 대단한 건 아닐지라도 당장 ‘샤샤샤’부터 좀 줄여나가는 건 어떨까. 마동석의 ‘샤샤샤’는 가끔 보고 싶을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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