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This is it

아라리요 K-고개를 타고 발병난다

2016.10.26

문화관광부가 제작한 ‘아라리요 평창’ 프로젝트 홍보 영상은 비평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하다. 아무리 비판해도 미처 지적하지 못한 끔찍한 부분들이 남아있고, 아무리 격한 욕을 해도 이 작품의 완성도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 평창 올림픽을 홍보하는 영상인데 사람들이 주유소와 샤워장 앞에서 춤을 추고, 캡처 사진으로 볼 때는 조커를 흉내 내는 줄 알았던 남자는 미국의 토크쇼 진행자 코난 오브라이언으로 분장한 것이다. 그것도 연기자의 원래 피부가 군데군데 보일 만큼 엉성한 흰 칠을 하고서. 그런데 문화관광부가 유튜브 채널 등에 밝힌 제작 의도가 “인종 희화화를 통한 국제적 망신”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아라리요 평창’ 댄스 붐을 조성하여 평창동계올림픽을 홍보하고 문화올림픽을 구현하고자 합니다!”다. 이것은 거대한 쓰레기 하치장에서 가장 더러운 쓰레기를 찾아내는 것과 같다. 못 만들었다고 말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을 가장 못 만들었는지, 왜 기어이 이래야 했는지 설명하기는 어렵다. 사실은, 굳이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라리요 평창’에 대해 굳이 시간을 써서 언급할 필요는 있다. 차마 작품이라고 부를 수 없는 이 영상 덩어리는 영상에 담긴 곡을 바탕으로 참가자들이 플래쉬몹 및 온라인 댄스 영상 제작을 하도록 홍보하는 것이 목표다. 콘테스트의 상금은 6만 달러(2016. 10. 23일 기준 6,846만 원)인데, 영상 제작비는 2억 7천만 원이다. 홍보에 드는 비용이 상금보다 크다. 게다가 외국인이 이 콘테스트에 참여하려면 1) 영상에 나오듯 단체로 춤을 출 사람들을 모아서 2) 한국에 온 뒤 3) ‘십리도 못 가 발병난다’를 후렴구로 쓰는 ‘아리랑’을 걸 그룹 씨스타의 효린이 ‘워우워우’ 하는 애드리브를 넣으며 R&B와 타령 어디쯤인가로 설정된 멜로디를 소화하느라 고군분투하는 사이 한도 끝도 없이 반복되는 단순한 비트를 더한 곡에 4) 3분 여짜리 창작안무를 만들어야 한다. ‘아라리요 평창’ 영상보다 더 끔찍한 것이 세상에 있다면, 이 프로젝트와 관련된 모든 일처리다. 마치 모든 사람이 일을 망치기 위해 작정한 것처럼, ‘아라리요 평창’은 프로젝트를 하는 이유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코난 오브라이언이 인기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가 평창 올림픽을 홍보할 때 등장하는 유일한 외국인이 될 만큼 전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의 인지도를 가졌다고 하기는 어렵다. 본인이 직접 출연한 것도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다만 코난 오브라이언은 내한을 전후로 한국에서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맞이하며 등장하는 평창의 풍경은 유적지, 농촌, 한적한 주유소와 바닷가 샤워장 같은 것이다. 젊은 층이 많이 아는 유튜브의 해외 스타, 한국을 대표하는 상징, 서울 바깥하면 떠올릴 수 있는 풍경. 영상 속 샤워장 장면에서 출연자들은 정말 샤워장 말고는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춤을 춘다. 어떤 맥락이나 디테일 없이 특정 키워드에 대해 조건반사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것들만 모여 있다. 여기에 K-POP 가수와 댄서를 더하면 영상이 완성된다. 이 영상들이 야외에서 촬영됐음에도 모두 조악한 세트에서 찍힌 것 같은 이유다. ‘아라리요 평창’을 비판하는 데 있어 실력, 센스, 창작성 부족 같은 것을 거론하면 안 된다. 이것은 그 이전에 최소한의 염치와 성실성의 문제다. ‘한국=아리랑’, ‘시골=소’ 정도의 생각만하고 제작하는 수준. 그래야 이런 영상을 용기 있게 세상에 내놓을 수 있다.

제작비는 나라에서 대고, 방향이 잘못 잡힌 콘테스트 때문에 고생할 사람들은 참가자나 참가자를 끌어 모아야 하는 관계부처 사람들이다. 국민들이 허탈한 분노를 한다 해도 페이스북의 ‘좋아요’ 수 등을 근거로 프로젝트가 성공적이었다고 주장하면 된다. 문화 콘텐츠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이고, 쓰레기 같은 작품에도 의도는 갖다 댈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정부에서 흔히 하는 ‘K류’ 사업의 공통점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예를 들어 ‘K스포츠’처럼 어떤 단어에도 ‘K’가 붙으면 지원이 들어오고, 실제 사업보다 홍보나 기획비에 더 많은 돈이 들어가거나, 콘텐츠 제작비는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완성도가 희한했던 그 모든들. ‘아라리요 평창’에 이르자 이런 수준의 콘텐츠는 유튜브를 통해 당당하게 대중 앞에 공개된다. 그만큼 기획한 사람도 이것을 승인한 사람도 생각할 것도, 거리낄 것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 중 한 명에 이주한도 있었다. 이 영상물 제작사 대표의 남편이기도 한 그는 재즈 그룹 윈터플레이를 이끌었고, 뛰어난 트럼펫 연주자였다. 이런 인물도 ‘아라리요 평창’의 영상과 곡이 그대로 나가는 데 동의했다. 아예 주연급으로 신나게 연기도 한다. 그렇다. 다 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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