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② “내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밖에 안 된다”

2016.10.27
[포켓몬 GO] 하려고 속초까지 갔던 사진을 SNS에 올렸다.
이주영
: 해외에서 [포켓몬 GO] 때문에 이런 일이 있었다는 트위터 글을 보고 너무 재미있고 신기해서 언젠가 꼭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가족 여행을 강원도 주문진으로 가게 된 거다. 주문진이면 게임이 될 줄 알았는데 안 돼서, 내가 굳이 속초도 가자고 했다. 가족들과 함께 논 다음에 따로 혼자 배낭을 메고 1시간 거리 시내로 나가서 포켓몬을 잡았다.

얼마나 많이 잡았나.
이주영
: 하루에 60마리 정도? 너무 재미있었다. 그런데 60마리 잡고 나니까 그 이후로는 확 식더라. 원래 일본 여행 가서도 할 생각이었는데, 정작 일본 가서는 하지도 않았다. 원래 이렇게 훅 빠졌다가 많이 했다 싶으면 식고 그런다.

요즘 빠져 있는 건 뭔가.
이주영
: 나에 대해 찾아보는 것. (웃음) [춘몽]이 개봉을 하면서 어느 때보다 나에 대한 글이 많이 올라오는 시기다. 전에는 딴 사람에 대해 찾아봤는데, 요즘은 내 얘기를 찾아보는 데 재미가 들렸다. 그래서 다른 ‘덕질’은 쉬고, 나에 대한 ‘덕질’을 하고 있다. 너무 재미있다. 나에 대한 피드백이 인터넷에 올라오고 있다는 게.

지금 촬영 중인 [역도요정 김복주]가 방송되면 이런 피드백이 더 많이 올라올 텐데, 그쪽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이주영
: 정말 바쁘게 현장이 굴러가고 있다. 나와 이성경, 조혜정 씨가 역도부원으로 등장한다. 분위기는 굉장히 화기애애하고 다들 열정이 넘친다. 역도 훈련을 계속 받고 있고, 살을 찌워야 한다고 해서 많이 먹으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입시 이후로 제대로 운동을 해본 적이 없었다. 일상생활에서 간단한 운동이나 수영, 요가를 건강을 유지할 정도로만 한 게 전부다. 역도는 굉장히 힘들고 전문적으로 해야 하는 운동 아닌가. 시작할 때 나름 자신이 있었는데, 첫 훈련 날 토했다. 갑자기 너무 많은 운동을 하게 되니까 몸이 감당을 못 한 거다. 그날 많은 충격을 받았다. 다음 날, 다다음 날 조금씩 나아지기는 하더라.

배우와 맥 딜리버리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고 해서 SNS에서 화제가 됐었다.
이주영
: 사실 독립영화 작업만 해서는 먹고살기 힘들다. 고3 때 수시로 대학에 합격한 이래 아르바이트는 계속 했다. 우동집, 카페, 편의점, 스크린 골프장, 어린이들 대상으로 한 젖소 체험 행사 가이드…. 그러다가 맥 딜리버리 아르바이트도 하게 된 거다. 딱히 성별 제한이 없기에 연락을 하고 면접을 봤다. 그런데 그쪽에서 “금방 그만두시지 않겠어요? 여성 라이더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많이 힘들어하던데”라고 하는 거다. 왜 여자여서 굳이 힘들다고 하는 건지. 도발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왜 못하겠어요?”라고 하고 일을 시작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어떤 경험을 하게 됐나.
이주영
: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군상의 인간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앞으로 연기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당연히 배달받는 입장에서는 남자 배달부가 올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건지, 굉장히 많은 남자들이 팬티만 입고 나오더라. 무섭지는 않았고, 다만 처음에는 굉장히 놀랐다. 그런데 그 놀람도 오래가지는 않더라. “그래…. 저 사람들은 내가 남자일 거라고 생각하나 보다” 하고 별생각이 없어졌다. (웃음) 배달부를 사람 취급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배달이 밀린다거나 하면 면전에 대고 험한 말을 하더라. 화를 내려고 했는데, 여자 라이더가 서 있는 것을 보고 수그러드는 사람도 있었다. 그것도 참 웃기지 않나.

SNS에 여성혐오적인 내용이 있는 시나리오를 받고 “도대체 누가 저런 걸 찍으라고 돈을 대주는가”라는 글을 남겼다. 어떤 생각에서 그런 글을 쓰게 됐나.
이주영
: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는 그런 문제에 무심했다. 면밀한 시각으로 대본을 보지 못하고, 나에게 득이 되겠다 싶은 작품은 했다. 그런데 점점 독립영화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면서 조금이나마 작품을 보는 눈이 생기고, 영화 산업에 대해 알게 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이 산업 안에 있는 사람으로서 내가 먼저 동의를 해버리면 나아질 수 없는 거 아닌가. 나부터가 문제 되는 것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 변하는 게 없을 것이고, 그럼 난 하기 싫은 작업을 계속 만나게 될 거고, 내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밖에 안 되는 것 같았다. 내가 영향력이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내가 내는 목소리와 나 자신에게 당당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동의할 수 없는 작품은 할 수 없다는 신념이, 어느 때보다도 지금 굳건한 것 같다. 내가 못 할 말을 하거나 틀린 말을 한 적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조심할 생각은 없다. (웃음)

그러면 출연할 수 있는 작품의 범위가 줄어들 수도 있다는 걱정은 없나.
이주영
: 내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작품을 주변에서 권한다면 내가 설득을 하고, 의견을 조율해나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설상 내가 어떤 의견을 피력했을 때 나에게 오는 불이익이 있다면 나는 그 불이익을 받고 말 거다. 연예인은 공인이다, 배우가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말은 사실 나는 잘 모르겠다. 나도 사람인데 왜 하고 싶은 말을 못 하는 건가. 모든 사람들은 자기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다. 그런 걸 가지고 너무 말들이 많은 것 같다. 이런 문제로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도 너무 안타까운 일이 생긴 게 아닌가. 모르겠다. 별로 굴복하고 싶지 않다.

그 발언을 했던 트위터 계정을 2015년에 만들었더라. 왜 그때 시작하게 됐나.
이주영
: 원래는 SNS를 하면서 ‘현타(현실자각타임의 줄임말)’도 많이 왔다. 내가 너무 신경 쓰는 것 같고, 남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과시하는 용이었던 적도 있었다. 그래서 갑자기 탈퇴하고 인스타그램 계정을 새로 만들기도 했다. 지금 인스타그램은 그냥 내가 이런 일을 했었다는 일종의 기록용이고, 내가 다시 보려고 계속 사진을 찍어 올린다. 나를 위해서. (웃음) 반면 트위터는 과시용이나 기록용이라기보다, 다른 사람들의 글이나 영상을 보기 위해 하게 되더라. RT가 많이 된 귀여운 강아지 동영상, 웃긴 동영상 같은 것도 많이 보고, 정성일 평론가 같은 분들이 올리는 영화 관련 글도 많이 본다.

천우희와 이주영의 퀴어물 조합에 대한 트위터 글을 리트윗했더라. 혹시 천우희를 직접 만나본 적이 있나?
이주영
: 배우로서도 사석에서도 만난 적 없다. 사실 [한공주]를 너무 좋게 봐서 그때부터 내심 혼자 팬이 돼 있었다. 다만 재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카트]로 초대받은 천우희 선배님이 야외무대인사 때 앞에 지나가길래 “언니!” 하고 손을 내밀어서 손을 잡은 적은 있다. 트위터에 갑자기 그런 글들이 왜 올라오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재미있어서 리트윗을 하게 되더라. 퀴어물이 아니더라도 여자들이 판치는 영화를 함께 하고픈 마음이 있다.

[춘몽]을 찍기 전에는 한예리의 팬이었다고 고백한 적도 있다. 만약 제안이 들어온 시나리오가 하나는 한예리, 다른 하나는 천우희와 하는 작품이라면 어느 쪽을 선택하겠나. (웃음)
이주영
: 이건 너무한 질문이다. (한참 고민하다) 그냥 둘 다 하고 싶다. 욕심쟁이처럼. 셋이 나오는 건 어떨까? 그냥 여자들이 떼로 나오는 거.

그럼 두 배우와 어떤 작품을 찍고 싶나.
이주영
: 한예리 선배님과는 사랑을 속삭이는 영화를 이미 찍었으니, 좀 더 쎈…. 사극을 해보고 싶다. SBS [육룡이 나르샤]의 척사광이 주인공인 듯한 사극. 한예리 선배님은 몸도 너무 잘 쓰고 동양적인 매력을 갖고 있고, 나도 사극을 한번 해보고 싶었거든. 천우희 선배님과는 여성판 드라마 [밀회]? 둘 다 엄청나게 쎈 사람으로 나오고 굉장한 기싸움을 하지만 결국 서로에게 끌리는 파격 멜로….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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