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L 코리아]가 2016년에 보여주는 코미디

2016.10.28
tvN [SNL 코리아 8]의 새 크루 이수민은 “우린 이런 거(풍자) 못해”라는 안영미의 말에 “왜요? 다들 풍자 때문에 [SNL] 보는 거잖아요”라고 대답한다. 이 말에 다른 SNL 크루들은 눈물을 흘렸다. 이것은 지금 [SNL 코리아]의 현실이기도 하다. 이재헌 CJ 그룹 회장이 횡령, 배임, 탈세로 실형을 받은 후 CGV 극장에서는 창조경제에 관한 광고가 매일 게재됐고, 공교롭게도 [SNL 코리아]에서 정치풍자는 사라졌다. 더 이상 ‘여의도 텔레토비’ 같은 정치풍자 콩트는 볼 수 없고, 화제성도 함께 없어졌다. 그리고 [SNL 코리아 7] 이후의 [SNL 코리아]는 정치풍자의 빈자리에 성대모사를 비롯한 다양한 따라 하기를 넣는다. 권혁수는 MBC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호박 고구마”를 울부짖는 나문희를 따라 했고, [SNL 코리아 8]에서는 [올림푸스 가디언], [카드캡터 체리], [천사소녀 네티] 등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는 애니메이션을 코스튬 플레이어 수준으로 재현했다. 여기에 게임 [포켓몬 GO]에 사회풍자를 섞은 ‘폭행몬 GO’나 ‘Saturday Night Line’처럼 뉴스와 외국인의 스테레오 타입을 따라 하는 코미디를 결합하기도 한다. 지금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어떤 요소들을 따라 하면서 정치풍자 대신 사회풍자를 더한 셈이다.
 
그러나 [SNL 코리아 8]의 재현은 문자 그대로 무언가를 따라 하는 것이다. 말을 하지 않고 음악을 하는 퍼포먼스 ‘뮤트 밴드’에서도 중국인의 말투를 따라 하고, ‘Saturday Night Line’에서도 제주도 외국인 범죄 발생률이 증가했다는 뉴스를 전하며 역시 중국인의 말투를 따라 한다. 미국 대선 뉴스를 전할 때는 미국 백인 남성의 스테레오 타입을 연기한다. 물론 무언가를 잘 따라 하는 것만으로도 웃길 때가 있다. 권혁수 이전에도 정상훈이 “양꼬치에 칭따오”를 중국인처럼 말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SNL]에서 트럼프를 따라 하는 이유는 그가 얼마나 이상한 말을 하는지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이고, 트럼프의 대선 광고를 똑같이 패러디하는 이유는 그의 지지자들이 얼마나 인종차별을 하는지를 말하기 위해서다. 반면 ‘Saturday Night Line’에서 중국인을 흉내 내는 것은 그저 뉴스와 중국인이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주도의 외국인 범죄에 대한 탁재훈의 코멘트는 “이건 머리의 문제입니다. 관광을 왔으면 사이좋게 지내야지”였다. 문제의 본질에 대한 접근은 없다. 상대적으로 비난하기 쉬운 외국인에 대한 이슈를 골라, 해당 국가의 외국인을 놀리면서 받은 만큼 되돌려줄 뿐이다.

모든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깊이 있는 풍자를 바랄 수는 없을 것이다. 정치풍자가 힘들어진 상황에서 비난한다 해도 큰 문제가 없을 외국인을 건드리는 것이 그나마 안전한 소재처럼 생각될 수도 있다. 외국인에 대한 편견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을지라도,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속 시원한 풍자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이 정도의 코미디는 굳이 [SNL 코리아 8]을 보지 않아도 된다. [SNL 코리아 8]에서는 일본인을 연기한 김민교에게 청양고추를 삼킬 수 없을 만큼 많이 먹이는 것으로 한국인 관광객이 주문한 초밥에 와사비를 많이 넣은 일본의 ‘와사비 테러’를 풍자했다. 이른바 ‘사이다 썰’이라고 할 만한 이런 식의 대응은 페이스북 같은 SNS에서 잠깐 웃고 말 영상들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더욱 엽기적인 코미디는 아프리카 TV의 BJ들이 이미 얼마든지 하고 있다. ‘와사비 테러’의 경우 방송인 이영돈이 문제의 초밥집을 찾아가 사과를 받아내는 퍼포먼스까지 벌였다. 이런 시대에 인터넷의 화제를, 또는 외국인을 얼마나 똑같거나 우스꽝스럽게 재현하느냐가 중요한 [SNL 코리아 8]의 코미디는 언제까지 통할 수 있을까. 심지어 외국인이 보기에는 불쾌하기까지 한데 말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유튜브와 아프리카 TV를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점점 많이 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JTBC [비정상회담] 같은 프로그램은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옳지 않다는 것을 퍼뜨린다. 미국 [SNL]처럼 미국 대선 이슈를 꾸준히 따라가며 호스트 힐러리 앞에서 힐러리를 풍자하는 것까지 바라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대안이 과연 외국인 흉내나 인터넷의 유행을 거의 그대로 반복하는 것뿐일까. 시대의 조류를 따르지 못한 코미디가 어떻게 되는지 이미 보여준 프로그램도 있지 않은가. KBS [개그콘서트]도 오래전에는 참 웃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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