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유해진, 계속 놀라게 될 거야

2016.10.31
영화 [럭키]의 형욱이 배우로 성공하는 과정은 그를 연기하는 배우 유해진의 연기 인생과 거울처럼 닮았다. 냉혹한 킬러였지만 기억상실증에 걸린 후 무명 연기자 재성(이준)의 삶을 대신 살게 된 형욱이 “배우로 꼭 성공할 겁니다”라고 선언할 때 다른 캐릭터들은 의아해하고 관객들은 웃음을 터뜨린다. 하지만 결국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며 단역 배우에서 주연까지 차지한다. 17세부터 연기를 시작한 유해진 역시 연극을 통해 “어떤 이의 월급과 같은 돈을 연봉으로 받으며”([한국일보]) 일을 했고, 영화판으로 넘어와 10편이 넘는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37세가 되던 2006년 [왕의 남자]를 통해 대종상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럭키]는 현재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그러나 [럭키]에서 형욱이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는 과정은 이른바 ‘발연기’를 해도 “난 이런 느낌이 좋더라”며 얼렁뚱땅 지나가지만, 유해진의 연기는 십 년에 걸쳐 천천히 인정받았다. [왕의 남자]에서 광대 무리 중 하나였던 육갑, [타짜]에서 고니(조승우)와 함께 화투판을 휩쓸던 고광렬, [전우치]에서 끊임없이 전우치의 옆에 붙어 다니는 암캐 초랭이는 주인공 옆에서 끊임없이 떠들었다. 하지만 유해진은 등장하는 장면의 주인공을 바꾸는 ‘신스틸러’가 아니라 가급적 주연이 남긴 여백 안에서 배경처럼 움직인다. 과시적인 개인기 대신 어디선가 들었을 법한 말투로 영화에 자연스러움을 부여하는 연기는 그가 많은 작품에 출연해도 이미지가 소모되지 않는 원동력이 됐다. 그리고 튀지 않는 호흡으로 연기를 끌고 가면서도 이장(정재영)의 비밀을 폭로하는 [이끼]에서의 장면처럼 자신에게 시선이 집중될 때에는 어김없이 재능을 증명했다. 오랜 친구 차승원과 호흡을 맞춘 tvN [삼시세끼 – 어촌편]은 유해진의 장점이 무엇인지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준 중요한 한 방이었다. 타인을 잘 배려하고 낚시도 곧잘 해낼 만큼 야무지고, 자기 전에 잊지 않고 스쿼트를 하며 몸을 관리하는 유해진의 모습은 그를 단지 코믹한 연기를 잘하는 배우에서 품성 좋은 태도를 가진 사람으로 달리 볼 만한 인상을 자연스럽게 전달했다.

이렇게 자신의 장점을 천천히 대중들에게 선보인 다음, 그는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모인 [럭키]에서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칼이 손에 착착 감긴다”며 분식집에서 단무지 꽃을 만들며 김밥으로 예술을 하는 장면에서 아낌없이 개인기를 펼치고, 전에 보여주지 않았던 액션이나 로맨스도 선보인다. 네이버 네티즌 140자 평 중 ‘유해진이 실력이 없어서 조연의 역할을 맡는 게 아니라는 것을 여실하게 보여준 작품’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을 만큼, 그는 자신이 빛나야 하는 순간 그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럭키]는 시작일 뿐이다. 유해진은 현빈과 함께 제작비가 100억을 넘어가는 액션 블록버스터 [공조], 송강호와 출연하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택시운전사] 등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천천히, 하지만 질리지 않게 자신의 재능과 장점을 증명해온 배우가 드디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판에 섰다. 그리고 아직도 꺼내지 않았던 카드들을 내민다. 더 놀라게 될 일은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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