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만의 와일드월드

[부산행]의 신파가 해외에서 통하다

2016.10.31
한국에서 개봉한 지 3개월이 지난 연상호 감독의 영화 [부산행]에 대해 지금 글을 쓰는 건 어쩐지 이상하다. [부산행]은 한국에서 2016년 처음으로 1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지만, 국내에서 상영 당시,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크게 갈렸다. 좀비라는 소재를 잘 살린 장르 영화로서 훌륭하다는 평이 있는가 하면, 한국적인 신파가 영화의 관람을 방해한다는 평도 있었다. 하지만 [부산행]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이 영화가 대중적으로 성공한 상업 영화라는 사실을 반박하기는 어렵다. 개봉한 지 3개월이 지난 [부산행]에 대한 글을 쓰게 된 것도 상업 영화로서 [부산행]의 가치가 해외에서 다시 한 번 조명받고 있기 때문이다. 1천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소위 ‘팔리는 영화’라는 것을 증명한 [부산행]은 대만을 비롯해 싱가포르, 홍콩 등에서 좋은 흥행 성적을 내고 있다. 얼마나 성공했는지 좀 더 와 닿게 얘기해보자. [할리우드 리포터]에 따르면, [부산행]은 중국 영화 [코드네임: 콜드 워]를 제치고 홍콩에서 852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역대 최고로 흥행한 아시아 영화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한국 영화로서는 개봉 4일 만에 2002년 [엽기적인 그녀]가 세웠던 기록을 넘어섰고, 좀비 영화로서는 개봉 13일 만에 브래드 피트 주연의 [월드 워 Z]를 넘어섰다.

[애리조나 리퍼블릭]에서 지적하듯, “조지 로메로의 [워킹 데드] 이후 세상에서 영화 티켓 가격에 합당한 좀비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창의적”이어야만 한다. [워킹 데드]만이 아니다. 좀비 영화는 대니 보일의 [28일 후]와도 비교를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부산행]에 대한 해외 평가들을 보면 이 부분에서 [부산행]은 합격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먼저, 영화의 종합적인 평을 확인할 수 있는 로튼 토마토에서 [부산행]의 토마토미터는 95%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상대적으로 할리우드 영화보다 비평가와 관객들의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는 영화들은 점수가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 점을 고려하더라도 95%면 영화가 호평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충분하다. 리뷰를 직접 읽어보면 호평을 더 명백하게 확인할 수 있다. [로저이버트닷컴]은 “조지 로메로와 대니 보일의 흔적이 보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타인을 향한 호의가 필수적인 시대에 특별함을 선사하는, 대단히 즐거운 좀비 영화”라고 평했다. 앞서 조지 로메로를 언급했던 [애리조나 리퍼블릭]은 “우리가 전혀 본 적 없는 그런 영화는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다시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썼다.

리뷰들을 보면서 알 수 있는 재밌는 사실은, 한국 관객들에게 비판받은 ‘한국적인 신파’가 외국에서 먹혔다는 점이다. [버라이어티]는 “급격한 액션의 속도감을 생각할 때, 영화가 완전한 기술적 작품이 돼버리는 걸 막기 위해 감정적 결합이 필요했다”고 말한다. “석우(공유)의 점차적인 변화나 다른 인간적인 요소들이 좀비의 무자비한 공격을 상쇄하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물론 칭찬만 있는 건 아니다. [버라이어티] 또한 영화 말미의 과장된 감상주의를 비판한다. 하지만 그 지적에 동의하더라도, [부산행]의 해외 흥행에 신파가 일정 부분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건 부인하기 힘들어 보인다.

[부산행]처럼 좀비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한국적인 감성으로 엮어 해외에서 성공한 경우, 영화의 성공은 흔히 말하는 ‘국뽕’으로 소비되기 쉽다. 영화가 평단의 호평까지 받는다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국뽕’으로 소비되는 대부분이 그렇듯, [부산행]의 성공도 영화의 성공이지 한국적인 것의 성공은 아니다. 하지만 어쩐지 [부산행]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부산행]의 해외 흥행 성공이 우리가 너무 많이 봐서 식상한 그 ’한국적인 신파’를 다시 한 번 재평가해볼 만한 계기 정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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