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스타들이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다

2016.11.03
지난 10월 22일 토요일, 마일리 사이러스는 버지니아 주 조지 메이슨 대학교 기숙사를 깜짝 방문했다. 그녀는 힐러리 클린턴 대통령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기 위하여 빨강, 파랑, 흰색이 섞였지만 여전히 마일리 사이러스 스타일에 가까운 옷을 입고 기숙사 방문을 두들겼다. 같은 날 케이티 페리는 네바다 대학교 기숙사에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가 TV토론에서 내뱉었던 “Nasty Woman”이라는 표현이 쓰인 티셔츠를 입고, 역시 클린턴 지지를 호소했다. 두 지역은 모두 클린턴의 승리에 중요한 경합지역이고, 선거가 한 달 정도 남으면 조기투표, 부재자투표 등을 통하여 ‘1표’가 행사되기 시작한다. 요컨대 대부분 처음으로 투표를 하게 된 젊은 유권자에게 그들의 영웅이 가장 직접적인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기 위하여 나타난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클린턴을 지지하는 아티스트들의 활동은 어느 때보다 활발했고, 선거 캠페인과도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움직였다. 민주당 전당대회에 등장했던 무수한 가수, 배우 등 유명인은 대부분 미국을 넘어서 국제적인 스타들이다. 본격적인 조기투표가 시작된 이후로는 클린턴 진영에서 ‘사랑이 증오를 이긴다’ 콘서트 시리즈를 시작했다. 클린턴이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에서 말했던 “Love Trumps Hate”라는 중의적 문장에서 따온 콘서트 계획이다. 여기에는 제니퍼 로페즈, 스티브 아오키, 케이티 페리, 본 조비 등이 참여하여 역시나 대선 경합지역에서 무료 공연을 선보이고, 관중들에게 투표를 독려한다.

캠페인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것 정도는 아니지만, 명확한 입장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아티스트는 더욱 많다. 퍼렐, 록밴드 더 내셔널의 맷 버닌저는 토크쇼에 출연하여 클린턴 지지에 관하여 이야기했다. 리한나는 뉴욕 양키스 모자를 쓴 클린턴 사진이 프린트 된 티셔츠를 입었다. 올 해 할로윈 변장은 클린턴 경쟁이나 다름없었다. 시에라와 남편은 각각 클린턴과 오바마 대통령이 되었고, 케이티 페리도 클린턴 후보가 되어서 빌 클린턴과 함께 파티에 등장했다. 그 뒤에는 트럼프의 선거 구호가 적힌 모자를 쓴 원숭이 가면이 있었다. 마돈나는 살인광대로 분장하고 트럼프 가면의 목을 졸랐다. 이 외에 SNS에서 공개적인 지지의사를 밝힌 이들은 따로 언급하기도 어렵다.

미국에서 정치적 발언이 자유롭다는 것은 많은 이가 안다. TV쇼나 각종 연설에 한글 자막이 달려 SNS로 공유되는 현재, 사람들은 그것을 직접 목격한다. 하지만 그 자유는 권력자의 코앞에서 농담을 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근본적인 것이다.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대중적 영향력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그것이 그들의 예술적 활동에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 저마다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뿐이다. 누군가 이들의 정치적 입장을 이유로 상업적 활동에 지장을 주려고 하거나, 물리적 위해를 가하려고 한다면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우리가 이미 헌법 혹은 상식을 통하여 알고 있듯이, 누구나 자신의 정치적 견해나 입장을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의 상황을 되돌아보게 된다. 누가 봐도 한심한 시국에서도 TV 예능의 자막 몇 줄이 화제가 되고, 어느 배우의 간접적인 사회적 언급은 “나라가 건강하지 못 한 상태 같다”는 두루뭉술한 사후 설명과 함께 “이 일이 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조심스러운 마무리로 이어진다. 하긴 애초에 별다른 주어 없이 적절한 수준의 분노와 위로의 메시지가 ‘소신 발언’ 정도로 소비하는 상황을 보면, 그가 지나치게 용감했거나 다른 스타들이 현명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정치적’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고, 심지어 정치적 발언은 ‘정치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독점한 것처럼 보인다. 덕분에 직접적인 정치적 활동이 가능한 연예인은 그것에 별다른 부담을 느끼지 않는 중년 이상이거나, 혈연관계로 얽힌 이들 뿐이다. 그게 아니라면 ‘투표 인증’ 정도나 가능하다. 그래서 묻게 된다. 너와 내가 다른 것은 당연하다. 만약 다르다고 TV에서 없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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