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홍이 ‘아재 클러버’가 되며 생긴 일

2016.11.03
“데뷔한 지 26년 만에 처음으로 악플이 달렸”지만, 그만큼 그 어느 때보다도 ‘핫’해졌다. 박수홍이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 47세에 클럽과 페스티벌에 심취한 모습을 보여주며 ‘아재 클러버’라는 캐릭터가 된 뒤의 이야기다. [미운 우리 새끼] 1회에서 시청률 10.6%(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한 ‘최고의 1분’은 박수홍이 클럽에 가는 장면이었고, 그는 10월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방송MC 브랜드 평판지수 2위에 올랐다. 최근에는 새롭게 편성된 KBS [노래싸움-승부]의 음악감독으로 확정되기도 했다. 스스로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에서 이야기했듯 싫어하는 사람도, 그렇다고 좋아하는 사람도 없이 “무색무취“에 가까웠던 그가 ‘아재 클러버’가 되며 이전과는 다른 관심의 대상이 됐다.

박수홍은 [미운 우리 새끼]에서 “내가 옛날에 못 놀았으니까 젊은 친구들이 노는 걸 보면 내가 살아 있는 것 같아”라고 말한다. 젊은 시절 내내 일만 하며 “부모님의 호강”이라는 “평생의 소원”을 이루려고 했기 때문이다. 박수홍의 어머니도 “가족에게도 본인 스스로에게도 늘 최선을 다해 온” 것을 이야기하며 “쟤도 실컷 놀아야지”라고 말한다. 박수홍에 대한 기사에 달린 댓글에는 “20~30대까지 남들 놀 때 집안 빚 갚느라 일만 하고, 빚 다 갚고 이제서야 노는 거라는 얘기 듣고 대단하다 생각”했다는 언급도 있었다.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고, 중년부터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살아간다. 박수홍은 추석을 미혼인 친구들과 함께 보내면서 “명절에 여유로운 우리를 위하여”라며 건배한다. 가부장제 안에서 많은 의무를 지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박수홍은 경제적, 정신적 여유에 부모에 대한 의무까지 다한 사람이라는 희귀한 존재가 될 수 있다.

다만 박수홍이 추석에 친구들과 모였을 때, 그는 결혼한 사람들도 “(우리 집에) 오늘 같은 날은 좀 오고 싶을걸?”이라고 말한다. 그와 그의 친구들에게 결혼 생활은 남자에게 자유를 구속하는 것처럼 묘사된다. 남자는 부모를, 결혼 뒤에는 아내와 자식을 부양하고, 그것이 남자의 의무라는 생각. 그 점에서 박수홍이 충족시켜주는 일종의 판타지는 가부장제 속 남자에게 기준이 맞춰져 있다. 그가 혼자 살며 행복한 것은 물론 좋은 일이다. 그러나 [미운 우리 새끼]는 박수홍의 어머니를 통해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하는 것처럼 정의하고, 박수홍은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유로운 삶이 가능한 것처럼 묘사한다. 결혼이 성인의 독립적인 선택이라는 점은 삭제되고, 남자에게 결혼 생활은 힘든 의무가 된다. 여러 토크쇼에서 중년 남성 예능인들이 결혼 생활의 어려움을 털어놓으며 아내에게 그 책임을 돌리는 방식이 또 다른 형태로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박수홍의 모습은 지금 한국 사회의 변화와 한계가 동시에 담겨 있다. 가부장제 속에서 경제력을 바탕으로 부모를 지원하고, 대신 중년의 삶을 자신의 방식대로 끌고 나가려는 ‘아재 클러버’는 새로운 존재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이런 사람을 다루는 프로그램은 그가 언제 결혼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동시에 결혼은 남자에게 힘겨운 짐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이미 삶의 방식은 달라지고 있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은 가부장제에 매여 있다. 박수홍처럼 다른 삶을 선택한 그 자신도 그렇다. 종종 박수홍을 비롯해 그의 주위에서는 클럽을 즐기는 박수홍의 삶이 결혼 전의 유예처럼 이야기한다. 시스템에서 독립적인 사람을 보여주면서도 여전히 그의 삶을 시스템 안에서 설명하려 하고, 그래서 한계에 부딪힌다. 그렇다면 그를 설명하는 다른 방식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47세라는 나이에, 당당하게 ‘클러버’의 삶을 선택한 사람을 설명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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