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희섭│② “[변호인] 이후,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려고 했다”

2016.11.04
첫 영화 [1999, 면회]는 입대한 친구의 면회를 간 스무 살 남자들이 1박 2일 동안 겪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심희섭
: 사실 기대가 크게 없었다. 졸업한 바로 다음이었는데, 학교 선생님이 소개를 해주셔서 오디션을 봤다. 합격할 거라는 기대는 없었고, 그래도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거니까 열심히 하고 밉보이지만 말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김태곤 감독님이 상원이라는 역할과 내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셨는지 그 자리에서 바로 캐스팅이 결정됐다. 마침 먼저 캐스팅된 안재홍, 김창환이 와 있어서 끝나고 다 같이 술 마시러 갔다. 그 뒤로는… 기억이 없다. 집에는 무사히 돌아갔지만.

상원은 얌전한 모범생처럼 보이지만 마냥 착하거나 바른 청년만은 아니다. 왜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준 걸까. (웃음)
심희섭
: 음, 감독님이 그때 시간이 많이 없으셔서? (웃음) 아무래도 상원이처럼 나도 좀 평범한 이미지고, 상원이는 조용하지만 실속 챙길 거 챙기면서 은근히 여우같기도 하고 재수 없지만 그렇게 나쁜 놈은 아닌 것 같아서가 아닐까. 그리고 우리 셋을 같이 놓고 볼 때도 서로 잘 어울렸던 것 같다. 

2013년 [변호인]에서 진우(임시완)에 대한 고문을 목격한 후 양심선언을 하는 윤 중위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야기의 숨겨진 키에 가까운 캐릭터였고 신선한 얼굴이라 주목하는 관객들이 많았는데 의외로 소식을 듣기가 어려웠다. 일부러 노출을 삼간 건가? 
심희섭
: 당시 영화를 홍보하시던 쪽에서, 윤 중위의 존재가 스포일러까지는 아니더라도 알려지는 걸 자제해달라고 하셔서 그대로 따랐다. 지금 생각하면 이슈가 됐을 때 어느 정도 선을 지켜가면서도 적극적으로 나를 알렸으면 어땠을까 싶어 후회가 되는 면도 있다. 하지만 그때 그렇게 한 것도 내가 선택한 거고, 그게 살면서 큰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그 이후의 시간들은 어떻게 보냈나. 
심희섭
: 지금은 [흔들리는 물결]이 개봉하고, JTBC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를 촬영하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작품이 많이 들어오지는 않았다. 작년에 [경성학교]가 개봉했고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에 출연했는데, 시간이 빌 때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앞으로도 잘 견뎌낼 수 있게 스스로 단단하게 만들려고 했다. 사실 이런 건 어떤 방식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마냥 생각만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니까 혼자 해나가기 어려운 면이 있다. 다만 그런 고민을 하면서도 아깝지 않게 시간을 최대한 잘 보내고, 자존감을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했다. 스스로 부담 주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다.

tvN [배우학교]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된 건가. 
심희섭
: 백승룡 PD님이 다른 작품을 하실 때 오디션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작가님께서 [1999, 면회]를 보시고 연락을 하셨다. 

보는 사람한테는 예능이지만 그 안에서 수업을 듣는 사람에게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을 것 같다. 
심희섭
: 아니, 보시는 분들도 예능이라 생각하지 않으신 거 아닌가. (웃음) 처음부터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고, 너무 생각지 못한 상황들이 발생하니까 당황스러웠다. 방송이라는 환경 자체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모르는데 사교성이 좋은 것도 아니라 다른 분들에게 다가가기도 어렵고, 카메라는 너무 많고, 박신양 선생님은 너무 무섭고…. ‘내가 여기서 뭐 하고 있지?’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하드 트레이닝을 받았는데, 이제 어지간한 건 두렵지 않지 않나?
심희섭
: 그게… 왔다 갔다 한다. ‘너무 힘들었으니까 더 힘든 것도 할 수 있을 거야. 그래, 그때 겪어봤으니까 할 수 있어!’ 하다가도 ‘정말 그럴까?’ 하는 의심이 생긴다. 

연기에 대한 열정을 잊게 되어서 고민이라는 고백도 했는데, 지금은 어떤 상태인가?
심희섭
: 누가 뭐라 하든 내 나름대로의 방식과 색깔이 있다는 믿음이 연기할 때의 원동력이었는데, 어느 순간 남들이 보는 시선이 부담스럽고 거기에 제대로 대처할 줄을 몰라서 잊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는 다시 그런 걸 개의치 않게 됐다. 뭐가 됐든 내가 하고 싶은 것에 확신을 가지고 하기로 했다. 그게 아니면 죽도 밥도 안 될 것 같아서.

세상에서 정말 피하고 싶은 상황이 있다면 어떤 건가. 
심희섭
: 글쎄. 다른 건 모르겠고, 연기를 너무 못해서 배우로서 가망이 없을… 배우로 인정 못 받는 상황이 그럴 것 같다. 

그렇다면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 적 있나. 
심희섭
: 글쎄, SBS [생활의 달인] 같은 걸 자주 보는데 어떤 직업이든 숙련된 분들은 대단하신 걸 보면 무엇을 하는가가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무용이나 건축에 관심이 있는 편이라 일단 떠올려보긴 하는데, 연기가 아닌 일을 정말 직업으로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변호인]에 이어 [암살]에 반민특위 검사 역으로 출연하면서 “진실 되고 올바른” 이미지가 강해진 것 같은데,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에서는 융통성 없는 모태솔로 역을 맡았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심희섭
: 작품 전체의 톤이 좀 코믹한 편이다 보니 내가 잘 묻어가야 할 것 같다. 드라마 현장은 처음이라 촬영 시간도 촉박하고, 모니터를 계속 할 수도 없어서 불안감은 있는데 걱정했던 것만큼 정신없지는 않다. 마냥 재미있게 느낄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현장의 선배님들이 다 잘해주셔서 다행이다.

드라마 첫 방송은 어떻게 볼 것 같나. 가족과 함께? 
심희섭
: 아니, 그건 아닌 것 같다. (웃음) 부모님이 연기에 대한 잔소리를 많이 하셔서 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다. 특히 어머니의 평가는 냉정하다기보다… 막무가내다. “더 해라. 더 열심히 해라. 이게 아쉽더라” 등, 그게 100% 진심으로 하는 말씀이시다. 그럼 그냥 “알았어, 내가 알아서 할게” 하고 조용히 피하는 수밖에 없다.

이제 어떤 걸 해 보고 싶나.
심희섭
: 뭐가 됐든 많이 하고 싶다. 다들 그렇겠지만, 극단적인 상황에 놓여 있는 평범하지 않은 걸 해보고 싶기도 하다. 아니, 평범해 보이더라도 매력적인 역할이면 뭐든 좋다. 지금은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

관객 입장에서 재미있어하는 건 어떤 이야기인가. 
심희섭
: 공포물은 잘 못 보지만 그 밖의 장르는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같은 이야기도 좋아하고, [살인의 추억]도 좋아한다. 무거운 주제를 위트 있게 다루는 작품도 좋고, 가족 이야기나 히어로 물도 좋다. 

히어로물에서는 누구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편인가.
심희섭
: 헐크가 귀엽다. 그런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기도 하다. 

변신 전과 후가 완전히 다른?
심희섭
: 맞다.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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