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tvN 공무원’ 이서진의 예능

2016.11.07
“이 썩을 놈의 프로를 3년째 하고 있다.” 이서진은 지난달 첫 방송을 한 tvN [삼시세끼 – 어촌편 3](이하 [삼시세끼 3])에서 에릭과 윤균상에게 탄식처럼 내뱉었다. 2013년 tvN [꽃보다 할배]에서 할배들의 여행 전반을 책임지던 ‘짐꾼’이었고, 이후 [삼시세끼]를 촬영하기 위해 강원도 정선에서 난생처음 아궁이에 밥을 짓고 요리를 하느라 고군분투하며 “나는 관심도 없어”, “뭐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하냐”는 투정을 달고 살던 그에게는 ‘tvN 공무원’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올해 ‘tvN 어워즈’에서 예능 대상을 받으며 문자 그대로 ‘예능인’이 되었다.

MBC [무한도전]의 ‘식스맨’이 되어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이서진은 “무한도전은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나와야 하는 프로그램이잖아요. 나는 뭐든지 열심히 안 하는 사람이에요”라고 대답했다. 나영석 PD가 ‘요리왕 서지니’를 제안하자 “요리 열심히 해서 그거 망하게 할 거야”라고 으름장을 놓거나, 첫 회에서 “이 프로그램 망했어!”를 외치기도 했다. [삼시세끼]에서 늘 그런 것처럼, 그는 대부분 열심히 하려는 예능에서 언제나 ‘의지 없음’을 드러낸다. 그러나 [삼시세끼]는 그를 중심으로 성공했고, 게스트의 재능을 홈쇼핑 형식으로 판매하며 경쟁하는 KBS [어서옵SHOW]에서는 김종국과 노홍철이 “정말 서진이 형 하는 것 없이 1등”이라고 말했을 만큼 늘 주목받는다. 이것은 그의 ‘의지 없음’이 정말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요구된 것을 다른 방식으로 해내는 것에 가깝기 때문이다. 아궁이로 요리를 하라고 하면 시래기와 가지까지 들어간 된장찌개일지라도 어떻게든 요리를 하고, [어서옵쇼]에서는 게스트가 재능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그러고도 여전히 자신이 의지가 있어서, 열심히 해서가 아니라 “묻어 가는 것”이라는 태도를 보인다. [삼시세끼 3]에서 그는 에릭과 윤균상에게 저녁 메뉴와 해야 할 일을 지시하고, 윤균상에게 일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시범을 보이면서도 그저 일을 시키기 위해서일 뿐이라고 물러난다. 그 결과 그는 ‘비전만 제시하는 캡틴’이 됐고, 에릭은 실무 담당인 ‘에 대리’로, 막내인 윤균상은 ‘귱턴’이라는 관계가 형성된다. 의욕은 없지만 어쨌건 해야 할 것은 하는 캐릭터가, 시리즈의 정체성을 가져가며 세 사람의 케미스트리를 만드는 데까지 이르렀다.

기존 예능인들처럼 해야 할 일에 온몸을 던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삼시세끼]가 시즌을 거듭할수록 웃기려는 의지 없이 그저 촬영하는 데 필요한 것을 골라내는 이서진의 방식은 어느새 이 프로그램 전체의 톤이 됐다. 그렇게 예능의 모든 것을 귀찮아하는 ‘투덜이’가 이제 한 프로그램을 끌어가는 ‘캡틴’의 자리에 올랐다. 예능 대상을 받을 만한 예능인의 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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