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만의 와일드월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왜 부끄러움은 나의 몫인가

2016.11.07
미국에서 일어난 사건은 미국 언론의 기사를 보는 게 가장 좋고, 한국에서 일어난 사건은 한국 언론의 기사를 보는 게 가장 좋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정치적 스캔들이라면, 한국 언론이 보도하는 내용을 보는 것이 사안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방법이다. 워낙 커다란 정치 스캔들이니만큼 외신들도 이 사건을 앞다투어 보도하고 있지만, 결국 그들이 참고하는 자료도 국내 언론의 보도 내용이다. 하지만 이 정치 스캔들의 주인공인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의 “국격”에 대단히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인 만큼, 해외 언론이 이 사건을 어떻게 보도하는지를 살펴보자. 미리 경고하건대, “왜 부끄러움은 나의 몫인가”라고 생각할 순간들이 꽤 많다.

가장 이목을 끄는 제목은 [버즈피드]에서 나왔다. [버즈피드]는 “이 사건은 아마도 2016년 가장 기묘한 스캔들일 것이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평소 사건을 간략하게, 다소 자극적으로 풀어내는 [버즈피드] 스타일 그대로, 기사 내용도 사안의 포인트가 되는 지점을 위주로 짚었다. “한국의 라스푸틴”으로 알려진 사이비 종교 지도자, 정경 유착에 대한 분노, 수백만 달러짜리 족벌주의 같은 것들이 그 포인트다. [버즈피드]는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 후보로 나온 것보다 더 말도 안 되는 일이 있을 수 있냐는 질문에 한국의 스캔들이 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답한다. 아마 기사를 읽는 독자들도 최태민의 꿈속에 육영수 여사가 나와 박근혜의 조력자가 되라고 했다는 문장을 읽고 나선 트럼프보다 더하다는 [버즈피드]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을까?

스캔들의 바닥이 까발려지기 전만 해도 외신들은 이 사안을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과 비교했다. 기밀문서의 유출 위험이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은 실제로 유출됐다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이 스캔들이 이슈가 되기 시작했을 때, [WSJ][CNBC]의 기사가 그랬다. 하지만 좀 더 많은 것들이 밝혀지고 나자 기사의 어조는 빠르게 변했다. 최태민을 라스푸틴과 비교하는 언론들이 많아졌고, [워싱턴 포스트]의 경우는 한국의 대통령만이 미신과 무당을 믿은 유일한 대통령이 아니라는 기사로 이 스캔들의 기묘한 면을 부각했다. “라스푸틴 같은 수수께끼의 여성과 사이비 종교가 한국의 대통령을 끌어내릴지도 모른다”는 [콰츠]의 기사는 사이비 종교의 개입을 좀 더 자세하게 조명한다.

이 스캔들은 현재 진행형이다. 원고를 쓰는 오늘(4일) 오전에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내용도 즉각적으로 해외에 보도됐다. 실제로 [파이낸셜 타임스]는 “한국의 박근혜가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는 얘기를 부인했다”는 제목으로 대국민담화 내용을 빠르게 전했다. 한국인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얘기다. [뉴욕 타임스]의 경우엔, “악화되고 있는 한국의 위기”라는 사설을 썼다. 이 사설은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들을 상기시킨다. “박근혜는 오랫동안 한국 정치의 골칫거리였던 부정부패를 끝내겠다고 약속했다. […] 지금으로선 박근혜가 이를 어떻게 달성하겠다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 사설에 나오는 얘기들이다. [뉴욕 타임스]는 박근혜가 대통령이 됐을 때, “저는 돌봐야 할 가족도 재산을 물려줄 자식도 없다. 오로지 국민 여러분이 저의 가족, 국민 행복만이 제가 정치를 하는 이유입니다”라고 한 것을 인용했다. 임기를 1년 4개월 앞둔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저 말을 여전히 믿는 국민은 채 5%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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