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어워드], 누구를 위한 시상식이었나

2016.11.07
국내 최초이자 현존하는 유일의 SF 소설 시상식인 [SF 어워드]가 논란에 휩싸였다. 작년 수상자가 행사 초대장조차 받지 못했다거나, 메일 수신자를 모두 공개하는 바람에 초대 리스트가 모두 공개됐다는 진행상의 문제는 작아 보일 정도다. 시상식에서 심사평 없이 수상자 명단만 발표하거나 참석하지 못한 당선자는 이름도 호명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시상식의 핵심인 심사에 대한 논란이 크다. 수상을 하지 못한 것이 의아한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대상 수상작의 작품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결국 [SF 어워드]를 더 이상 믿지 못하겠다는 공개적인 보이콧 선언이 나왔으며, 이를 대체할 새로운 시상식을 만들어보자는 움직임까지 등장했다.

[SF 어워드]는 작년까지 부문당 1명 꼴이었던 심사위원을 3명으로 늘리며 공정성 확보를 위해 노력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SF 어워드]의 관계자 A는 심사위원들에 대해 “스스로 SF 팬이라고 밝힌 것 외에는 SF 소설에 대한 전문성은 딱히 보장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소설 부문 심사위원에 포함된 광고 업계 인사가 포함된 것에 대한 반응이다. 또한 여성 심사위원이 없어 심사의 다양성이 확보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옛 SF 자료를 보존하고 있는 ‘서울SF아카이브’ 대표이자 [SF 어워드] 심사위원이었던 박상준 씨는 “여성 심사위원이 없었다는 지적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외부에서 온 심사위원분들은 심사 과정에서 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그들이 낸 소수의견은 SF 발전에 결국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SF 소설 출판사 관계자 B는 “심사 과정에서 작품 수가 모자라다거나 수준 미달인 작품이 많아 접수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들었다. 하지만 전년도에 비해 올해 SF 소설의 퀄리티가 떨어진다고 볼 수 없다. 개성 있는 제목을 가진 작품들에 대한 편견을 갖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심사위원이 다양한 폭의 작품들을 수용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주최측과 SF 소설 관계자들의 시선이 극명하게 갈리는 것은 완전히 달라진 [SF 어워드]의 성격과도 관련이 있다. 기존 [SF 어워드]는 신진 SF 작가들을 발굴하고, SF 업계 관계자 및 팬들을 위한 축제에 가까웠다. 반면 이번 시상식은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여는 ‘미래상상SF축제’의 부속 행사 성격이 강해졌다. SF 업계 관계자 C에 따르면 “국립과천과학관에 주로 방문하는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행사가 된 것이다. SNS상에서 기존 시상식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된 고등학생들의 축하무대가 있었던 이유다. 단적으로 [SF 어워드]는 ’미래상상SF축제’ 개막식에서 과학그리기대회, 과학노래대회에 함께 묶여 진행됐다. 과거와 이름만 같을 뿐, 완전히 다른 토대에서 열린 시상식이나 다름없다.

이것을 SF 소설을 대중에게 알리는 방법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SF 소설 팬들 바깥의 사람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보다 대중적인 방향으로 행사를 하고, SF 소설 바깥의 심사위원을 통해 외부의 시선을 더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SF 어워드] 이후 많은 사람이 지적했듯 정작 수상작 전시는 부실했고, 그만큼 과학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작품을 알릴 기회도 사라졌다. B는 “이번 행사는 홍보 수단으로 인식하고 욕심을 냈는데, 홍보조차도 잘 안 됐다”고도 말했다. 무엇보다 [SF 어워드]에 대한 비판은 SF 소설의 팬들로부터 시작됐다. SNS를 중심으로 SF 장르팬들이 불만을 제기했고, 주최 측에 항의 전화를 걸어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주최 측이 결국 웹상에 심사평을 공개하는 등 사후 피드백을 했을 만큼, 팬덤이 강력한 목소리를 냈다. 팬덤이 만족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행사의 성격은 ‘SF’라는 장르가 아닌 ‘과학’이 중심에 놓였고, 심사 결과는 정작 그 장르를 가장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이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할 정도였다. 그렇다면 [SF 어워드]는 대체 누구를 위한 시상식이었나.

박상준 심사위원은 “사실 행사의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관에서는 재정적 지원만 해주고 행사의 기획부터 진행까지 모든 걸 SF계에 맡겨주는 것이라고 본다. SF 작가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 역시 자신의 스토리로 많은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니 그게 SF와 과학의 대중화에도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SF 어워드]가 SF 소설 관계자들은 물론 팬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일 것이다. 어느 장르든 대중화는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문자 그대로 ‘대중’이 심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SF 소설의 팬이 원하는 시상식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팬도 그 ‘대중’ 안에 포함시키는 시상식은 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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