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① “진공명, 대본 처음 봤을 때는 오글거렸다”

2016.11.10
얼마 전 종영한 tvN [혼술남녀]의 진공명은 부모님의 지원을 받으며 노량진에서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지만, 공부보다는 어영부영 노는 시간이 많다. 학원 강사 박하나(박하선)에게 “쌤, 제가 공무원 시험 합격하면 저랑 사귀어요” 같은 당돌한 고백을 하고, 친형이자 노량진 스타강사 진정석(하석진)에게 보내줄 수 없다며 크게 화를 내기까지 했다. 공명은 이 철부지 캐릭터를 장난기 어린 표정과 능청스러움으로 사랑스러워 보이게까지 만들었다. 보는 이의 마음을 묘하게 무너뜨리는 힘을 가진 배우 공명의 이야기.

공무원 시험도 떨어지고 사랑도 이루지 못했다. 이 친구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공명
: 계속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지 않을까? 사랑의 라이벌이었던 형과도 계속 한집에서 같이 살 것 같다. 방문 너머로 형과 박하나 선생님이 통화하는 목소리가 들린다거나 하면 신경이 쓰이기도 하겠지만, 아무래도 마지막 회에서 사랑을 포기하며 후련함을 느낀 만큼 점차 신경 쓰지 않게 될 거다. 진공명은 군대를 갔다 온 후 1년 정도 놀다가 노량진에 입성했는데, 취업도 잘 되지 않는 N포 세대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공무원 시험이든 뭐든 자기가 하고 싶은 꿈을 하나 찾았으면 좋겠다. 성과나 결과가 바로 나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그게 힘들긴 하겠지. 그래도 열심히 살았으면 한다.

[혼술남녀] 시즌 2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진공명의 그 이후 이야기가 담길 수 있을 텐데.
공명
: 기분이 좋다. 이야기가 어떻게 만들어질지는 잘 모르겠지만, 공시생 3인방(진공명, 김기범, 김동영)이 여전히 좌충우돌하며 사는 모습을 그리면 재미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혼술남녀]에서 가장 공감 가는 이야기도 이런 것이었다. 기범이(키) 진지하게 공부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 갑자기 책상이 지저분한 게 눈에 들어오고, 냉장고 청소도 하고 싶어지고, 하루 종일 계획표만 짜고, 공부 때문에 인터넷을 켰다가 한참 동안 관련도 없는 기사를 읽고. (웃음) 대본을 읽을 때부터 ‘현실 웃음’이 터졌던 장면이다.

공시생 3인방이 연기하는 장면은 어떻게 탄생했나.
공명
: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몇 번 만났다. (김)동영이 형이 가락시장에서 광어회를 떠 와서 기범이 형 집에서 같이 소주를 마신 적도 있다. 그렇게 친해져서 현장에서는 그냥 친구들끼리 노는 것처럼 촬영을 할 수 있었다. 대본을 볼 때부터 이런 연기를 해야겠다고 미리 합을 짜고 들어가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셋이 놀다가 즉석에서 “이런 걸 하면 더 재밌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맞춰보는 게 많았던 거지. 얘기하다가 툭 때리는 제스처나, 여수 바닷가에 맥주캔을 파묻고 모래를 조금씩 파내던 것도 그냥 놀다가 자연스럽게 나온 거다. 그러다 보니 우리끼리 만든 연기 중에 무엇이 만족스러웠다거나 하는 것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친구들끼리 놀 때 아무 생각 없이 하던 행동 하나하나를 기억하지 않는 것처럼.

세 배우가 함께 연기하다가 웃음이 터질 일도 많았을 것 같다.
공명
: 특별 출연 한 다이아 멤버들과 소개팅을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동영이 형이 ‘만만하니’ 춤을 추는 모습이 너무 웃긴 거다.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연기를 해야 하는데 풀샷으로 찍을 때 제대로 쳐다보기도 힘들어서 고개를 돌려버리기도 했다. 마지막 회에서 셋 다 시험에 불합격하고 기범이 형에게 동영이 형과 달구지 장난을 치는 장면을 찍을 때도 형 웃음소리가 너무 웃겨서 재미있었다.

샤이니의 키는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데, 호흡을 맞추기 어땠나.
공명
: 중3 때 데뷔한 샤이니의 태민 씨가 나보다 한 살 많으니까, 샤이니는 내가 중2 때 데뷔를 한 거네. 이번 샤이니 콘서트도 갔었는데, 콘서트에서 나오는 노래를 내가 모두 알고 있어서 “오오오!” 하며 재밌게 즐기다 왔을 만큼 샤이니는 아주 옛날부터 유명한 그룹이 아닌가. 처음에는 어렸을 때부터 봤던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키와 [혼술남녀]를 한다는 게 처음에는 마냥 신기하더라. 그런데 지금은 너무 친해져서 기범이 형이라고 부르는 게 더 편해졌다. (웃음)

키와 노래방에서 ‘PICK ME’ 춤을 추는 장면도 있더라.
공명
: 기범이 형은 워낙에 한 번만 보고도 잘 따라 할 만큼 춤을 잘 추니까 금방 했고, 나와 동영이 형은 채연이가 춤을 가르쳐 줬다. 같은 소속사 연습생들이 출연하기도 해서 관심 있게 봤던 Mnet [프로듀스 101]에 나온 춤이라 나는 어찌어찌 현장에서 익혔는데, 동영이 형은 결국 배우다가 잘 안 돼서 그냥 휴지를 사방에 날리는 연기를 하게 됐다. (웃음) ‘PICK ME’에서 ‘취중진담’으로 이어지는 노래방 장면은 기범은 채연(정채연)을 바라보고, 채연은 공명을 바라보는 엇갈린 짝사랑이 표현된 장면이라 그 감정을 보여주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던 기억이 난다.

진공명은 사랑에 저돌적인 캐릭터였고, 대사도 직설적이었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어떤 생각을 했나.
공명
: 오글거렸다. (웃음)

어떻게 극복했나. 
공명
: “오늘부터 1일 합시다”, “쌤, 저랑 사귀어요!” 같은 대사를 보며 처음 리딩 할 때는 고민을 좀 했다. 그런데 촬영장에서 박하나 쌤과 직접 연기하다 보니까, “진공명은 원래 이렇게 표현하는 아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이 친구는 선생님을 너무 좋아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것뿐이고, 그 대사는 그냥 표현 방법인 것이다. 점점 그 캐릭터에 빠져서 연기하다 보니까 나중에는 “어우, 달달하다. 어우, 귀엽다”고 생각했다.

극 중 공명이 짝사랑하는 채연에게 너무 잘해주는 게 ‘어장관리’ 같다는 반응도 있었다.
공명
: 사실 박하나 선생님을 좋아하면서 채연이에게 “싸부!”라고 하며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 자체가 조금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여지를 주지 않는 것으로 보이게끔 연기하려고 고민을 많이 했는데,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비춰지는 부분이 있더라. 영화나 드라마를 찍은 후에 물론 모니터링을 할 때 내 연기나 편집점 같은 것도 신경 써서 보지만, 촬영을 어떻게 했는가에 대해서만 하나하나 따지면서 보면 재미가 없다. 그래서 시청자 입장에서도 객관적으로 모니터링을 하는 편인데, 채연이가 공명이를 좋아하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아이고, 내가 여지를 남기고 있구나” 하고 슬퍼했다.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기도 한 KBS [안녕하세요] 출연 당시, 아버지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딸의 사연을 들으며 울었던 모습도 그렇게 감정이입한 결과였나.
공명
: 하하하. 떠올리기 싫다. 나는 내가 그런 모습으로 울고 있는 줄 몰랐다. (웃음) 그냥 그 사람의 상황을 듣고 있으면 공감이 되곤 한다. 원래 어렸을 때부터 TV를 볼 때 막장 드라마를 보며 엄청 화를 내는 사람들처럼 다른 누군가에게 공감을 잘 했던 것 같다. 특히 SBS [올인]은 진구 선배님이 이병헌 선배님 아역으로 나올 때부터 완전히 빠져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면서 봤다. 아…. 얘기를 하다 보니 [올인]을 다시 보고 싶다. 작년에 드라마 네 작품을 연달아 했더니 드라마는 내가 출연한 작품을 많이 보게 됐는데, 요즘은 사실 영화를 보면서 많이 운다. 설경구 선배님의 [소원]은 보면서 진짜 많이 울었다. 인형탈을 쓰고 소원이(이레) 앞에서 설경구 선배님이 공연을 하는 장면은 진짜…. 모든 사람이 그 장면을 보면 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상황에 공감을 잘 하는 성격이 배우가 되는 것에 영향을 준 걸까.
공명
: 일부 영향은 줄 수 있었겠지만, 단지 그것 때문에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아니다. 원래 중학교 때까지는 태권도 선수였다. 그러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해 체대를 준비하던 중 진로 고민에 빠진 거지. 그때 부모님이 내성적인 성격을 바꿔보라며 보내줬던 모델 학원에서 처음 연기를 배웠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기할 때 스스로 재미가 있고 희열이 느껴지더라.

배우가 되는데 영향을 준 롤모델 박해일의 작품도 그맘때쯤 봤나.
공명
: 고3 때 [국화꽃향기]를 봤다. 사실 사랑에 대해, 멜로영화에 대해 잘 몰랐는데 작품을 보는 내내 가슴 절절하게 와 닿았던 작품이다. 풋풋한 느낌을 가진 대학생의 사랑부터 시간이 흐르고 나중에 결혼한 후 아기를 낳을 때 아내가 아프기까지 모두 이입이 되더라. 많은 사람에게 잊혀지지 않는 영화도 있지만 유독 나에게 크게 다가오는 작품들도 있는데, [국화꽃향기]는 나에게 유독 큰 울림을 준 영화다. 일종의 첫사랑 같은 거지. 그 당시 박해일 선배님의 연기를 보며 감동을 받아서 좋아하게 됐다. 얼마 전 노인영화제 때 박해일 선배님을 실제로 마주쳤는데, “팬입니다!”라고 외치며 악수를 했다. 정말 설렜다. 내가 박해일 선배님 손을 잡다니….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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