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효린, 이게 나야

2016.11.14
효린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엄정화와 이효리, 효린이 한꺼번에 컴백하면 남자들이 잠을 못 이룰 것 같다는 탁재훈의 실없는 농담에는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고, 콧물이 너무 많이 나왔다고 딴소리를 할 뿐이다. “여기 와서 뭘 배우고 싶어서” JTBC [아는 형님]에 출연한 게 아니냐고 추측하는 김영철에게는 잠깐의 고민도 없이 “뭘 배우지?”라고 말하며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불필요한 멘트에는 굳이 대응하지 않고, 아닌 건 아니라고 티를 낸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을 때도 많다. 씨스타로 데뷔한 지 올해로 6년 차가 되었지만, 사실 효린은 걸 그룹으로서의 경력과 관계없이 원래부터 감정을 숨기지 않는 사람이었다. 3년 전 KBS [해피투게더]에서는 DJ DOC가 엉뚱한 소리를 할 때마다 눈을 흘기며 “뭐야?”라고 타박했으며,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에서는 자신을 “한국의 비욘세보다는 한국의 황비홍! 천하의 DJ DOC도 꼼짝 못 하게 만든다는 걸 그룹계의 오골계!”라 놀리듯 소개하자 “왜 저러지, 소개가?”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아이돌, 특히 걸 그룹이 방송에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 방송뿐 아니라 대중의 눈이 있는 모든 곳에서 걸 그룹은 상냥하고 부드럽게 굴어야 한다. 효린 역시 몇 년 전 팬 사인회에서 왜 그렇게 피곤해 보이냐는 팬들의 질문에 “차에서 자다 나왔다. 어떻게 사람이 365일, 24시간 웃기만 하겠느냐”고 답했다는 이유로 논란이 되었고 결국 공식적인 사과문을 내놓아야 했다. 그러나 효린의 말이 당연하게도, 걸 그룹 멤버는 사람이다. 피곤하면 피곤하다고, 지루하면 지루하다고, 기분이 나쁘면 나쁘다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 존재지만 대부분의 걸 그룹은 잘 웃거나 잘 먹는 것 외에는 욕망이 없는 사람처럼 굴어야 사랑받는다. 예능에서도 눈치 보지 않고 쉽게 웃어주거나 맞장구치지 않는 씨스타 같은 팀에게는 “단언컨대 씨스타가 아이돌 그룹 중에서 싸움 제일 잘할 거예요”라던 이하늘의 말처럼 ‘센 여자’, 정확히는 기가 세서 부담스러운 여자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2013년 효린이 출연했던 [황금어장 라디오스타]는 ‘강 약 중강 약’ 특집이었고, 효린은 게스트 중 유일한 여성이자 함께 출연한 최민수와 더불어 기 센 사람으로 지목됐다.

“센 사람 싫어하는 사람 진짜 많잖아, 우리나라에”(MBC 에브리원 [씨스타의 쇼타임]), “제가 약간 인상이 세다는 소리도 많이 들어서 그냥 평범하게 예쁜 얼굴로도 한번 살아보고 싶어요.”(SBS [한밤의 TV연예]) 효린은 종종 자신을 향한 시선에 주눅 들기도 한다. 그런 그가 직설적인 행동을 하는 데 특별한 목적의식이 있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다만 조금이라도 자아가 삐져나오는 순간 손가락질받을 수 있는 걸 그룹 멤버로서, 나이도 경력도 많은 남성들 위주로 돌아가는 판에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의미 있는 발걸음이다. 여전히 효린은 팬 사인회에서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귀여운 머리띠를 쓰거나 애교를 부리지도 않는다. 무례하거나 재미없는 예능에서는 가차 없이 웃지 않고 퉁명스러운 말투로 핀잔을 주기도 한다. 그는 토크쇼와 서바이벌쇼, 음악방송, 행사를 가리지 않고 아이돌이라는 직업인으로서 열심히 일하지만, 주변에 자신을 맞춰야 하는 감정노동까지는 감당할 마음이 없어 보인다. 효린이 지난 8일 발표한 솔로 앨범의 제목처럼 ‘IT’S ME’, 그저 ‘이게 나’라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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