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만의 와일드월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미국의 비극

2016.11.14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 문장을 타이핑하는 것만으로도 선거 당일의 충격이 다시 떠오른다. 선거 전만 해도 거의 모든 매체가 클린턴의 승리를 낙관했기에 트럼프의 당선은 더 큰 충격이었다. [뉴욕 타임스 업샷]은 클린턴의 승리를 85%로 낙관했고, 보수적으로 추산한 [파이브서티에잇]도 71.4%의 가능성으로 클린턴이 승리할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리 없다는 예상은 데이터만이 아니라, 트럼프의 품위 없는 말과 몰지각한 행동으로 봤을 때도 상식적으로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됐기에, 클린턴의 패배는 대부분의 언론에 뼈아프게 다가왔다.

[뉴요커]는 트럼프의 당선을 “미국의 비극”이라고 표현했다. “상대적 다수의 유권자가 허영과 증오, 거만함, 거짓말, 무모함, 민주적 규범에 대한 경멸로 점철된 트럼프의 세상에서 살기로 했다는 사실은, 다양한 면에서 미국을 틀림없이 국가적인 후퇴와 고통 속으로 끌고 갈 것”이라며, 트럼프의 승리를 “이민배척주의, 권위주의, 여성혐오, 인종차별주의 세력들의 승리”라고 일컬었다. [뉴욕 타임스] 또한 사설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를 “현대사를 통틀어 가장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 당선인”이라 칭하고, 트럼프가 가져올 변화가 “미국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썼다. 미국의 언론만 미래를 걱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독일의 [슈피겔]은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의 종말”이라는 제목으로 트럼프가 운석이 되어 지구를 덮치고 있는 삽화를 공개했다.

정말 이대로 세상이 망하는 것일까? 당선 이후의 며칠을 봤을 때, 적어도 미국의 분열이 더 가시화되고 있는 건 확실하다. 트럼프의 당선에 신이 난 인종차별주의자들은 소수 인종에 대한 자신들의 적의를 더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고, 클린턴을 지지했던 이들은 “내 대통령이 아니다”라며 트럼프에 반대하는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전망은 현실보다 더 암울하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당선으로 경제에 불확실성이 더 커졌고, 세계적인 경제 성장과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거라고 평했다. 폴 크루그먼은 트럼프의 당선이 단지 4년간의 후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세대의 후퇴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연방대법원의 보수화나 기후 정책 변화 같은 문제는 단순히 4년에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이런 어두운 전망은 선거 전에도 있었던 것들인데, 도대체 어떻게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일까? 선거가 끝난 지 얼마 안 되는 현시점에서 트럼프의 승리 요인을 분석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복스]의 에즈라 클라인은 트럼프가 승리한 이유를 분석하는 것이 클린턴이 패배한 이유를 분석하는 것보다 어려운 문제라고 썼다. 트럼프의 승리 요인은 복합적인 측면이 있고, 그걸 단순히 백인 저학력층의 지지라든가, 여성혐오와 관련된 문제로만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트럼프가 노령층과 백인, 저학력층이 많은 곳에서 우세했다는 [파이브서티에잇]의 분석이나, 트럼프가 예전의 다른 공화당 후보보다 시골의 표를 더 많이 얻었다는 [WSJ]의 분석은 유효하다. 하지만 그 지역의 유권자들에게 트럼프의 어떤 면이 어필했는가를 아는 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트럼프를 반대했던 사람들에게 트럼프의 승리는 자신이 옳다고 믿어왔던 세계관이 부정당하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결과에 허탈해하고, 때론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하지만 다수가 선택했다고 해서, 옳지 않았던 일이 옳은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정치권 일각에서 트럼프의 승리를 기득권에 대한 심판이라고 논평하는 일은 그래서 잘못됐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트럼프의 승리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해서 권위주의와 거짓말, 차별과 혐오에 맞서는 것이다.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있을 앞으로의 4년은 우리가 낙관했던 미래보다는 조금 더 힘들겠지만, 싸움이 끝난 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목록

SPECIAL

image [뉴스룸]의 그늘

MAGAZINE

  • imageVol.167
  • imageVol.166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