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투라지]는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2016.11.14
한국 연예계를 소재로 한 tvN [안투라지]의 제작사 CJ E&M은 방영 전 67명의 카메오를 모아 보도자료를 냈다. 미국 HBO에서 방영한 동명의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이 드라마는 수많은 유명인이 출연한 원작처럼 많은 카메오를 예고했고, 1회부터 박찬욱, 하정우, 김태리 등 화제의 인물들이 대거 등장했다. 또한 이준익 감독은 [안투라지]의 주인공 영빈(서강준)의 차기작 [왜란 종결자]을 연출하는 것으로 나오고, 걸 그룹 I.O.I의 임나영과 김청하,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투수 김광현 등 유명인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CJ E&M에서 강조한 것처럼 사람들의 주목을 끌 수 있는 출연자들이 곳곳에 배치됐다고 할 만하다.

그러나 이 카메오들이 원작처럼 제자리에서 활약했는지는 의문이다. 영빈 일행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악의 꽃] 시사회를 갖는 도중 영화 [아가씨]의 감독과 배우를 만나는 것은 전체 스토리와 별 관련이 없다. 또한 이준익 감독의 최근작이 아동성폭행사건 실화를 다룬 [소원], 영조와 사도세자 이야기를 그린 [사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가 슈퍼히어로 영화를 연출한다는 것이 썩 어울리는 편은 아니다. 원작에서는 영빈 역의 빈센트 체이스(아드리언 그레니어)가 출연하는 슈퍼 히어로물 [아쿠아 맨]의 연출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었다. 당시 그가 [에일리언 2], [타이타닉]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성공시켰다는 점에서 DC 코믹스의 [아쿠아 맨]을 맡게 된 것도 설득력이 있었다. 또한 미국에서는 슈퍼 히어로물을 통해 빈센트 체이스 같은 배우가 스타덤에 오른 이후의 전개 역시 자연스럽다. 한국의 [안투라지]는 미국판을 각색하면서 유명 인사들이 실제 이름으로 출연한다는 설정은 그대로 가져왔지만, 그 카메오들은 [안투라지]의 스토리나 묘사하는 현실의 연예계와 엇나간다.

[안투라지]가 카메오를 활용하는 방식은 [안투라지]에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비키니 입은 여성들이 대거 등장하는 선상 파티는 할리우드 스타들의 파파라치 사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일 뿐, 한국 연예계에서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풍경은 아니다. 패리스 힐튼의 친구로 처음 이름을 알렸던 킴 카다시안처럼 할리우드에서는 스타 배우의 친구들이 함께 몰려다니며 부를 누린다는 설정이 어색하지 않지만, 매니저를 포함한 주인공 4인방이 정장을 맞춰 입고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 함께 서는 모습은 한국에서는 거의 볼 수 없다. 캐릭터들은 한국 연예계를 배경으로 실제 연예인들의 실명을 가져오지만, 정작 그들은 원작인 할리우드 스타들의 삶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안투라지]가 그리는 연예계는 할리우드도 한국도 아닌 어디에도 없는 이상한 세계다.

원작을 한국의 현실에 맞추려는 노력이 사라지면서 원작의 단점은 더욱 두드러진다. 2004년에 시작해 2011년에 종영한 미국판은 한국에서는 은갑(조진웅)이 연기하는 아리골드 역의 제레미 피벤에게 3번의 에미상을 안겨주며 크게 성공했다. 그러나 지난해 개봉한 영화판은 손익분기점도 넘지 못하고 흥행에 참패했고, 이에 대해 [와이어드]는 “원래 드라마도 무신경한 유머와 여성혐오, 동성애혐오에 기대고 있었다. 영화는 여기에서 나아진 게 하나도 없다”고 평한 바 있다. 해가 다르게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정치적 올바름, 특히 페미니즘 이슈가 중요하게 다뤄지는 미국에서 차별적인 농담이 여과 없이 나온 영화판이 외면받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안투라지]는 미국판을 리메이크하면서 이런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듯하다. 맥락 없이 등장하는 파티 장면에서 노출 있는 옷을 입은 여성들의 몸은 거의 전시의 대상처럼 활용되고, 피트니스 강사 양정원의 영상은 포르노를 보는 거북(이동휘)의 모습과 병렬로 등장한다. 심지어 카메로 출연한 이태임, 클라라 같은 여성들은 영빈과 키스를 하거나 유혹하는 역할을 맡는다. 네 명의 남성 캐릭터들이 목욕탕에서 “여자는 찌찌지. 기승전찌” 같은 대사를 했다가 시청자의 항의로 재방송에서 편집된 것은 [안투라지]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보여준다. 결국 [안투라지]는 첫 회 시청률 2.2%(AGB 닐슨 전국 기준)를 기록한 직후 2회 시청률은 그 절반인 1.1%로 추락했다.

tvN [굿 와이프]가 동명의 미국 드라마 리메이크로 화제가 되면서, 미국의 흥행작을 리메이크하는 것은 새로운 현상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안투라지]는 [굿 와이프]처럼 배경과정을 한국적으로 바꾸지도 못했고, 지금 한국의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지도 못했다. 게다가 [안투라지]는 사전제작으로, 지금 시청자들의 반응을 반영할 방법도 없다. 물론 사전제작제는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긍정적인 시도가 될 수 있다. 매력적인 해외 드라마를 리메이크하는 것 역시 작품의 다양성을 위해 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앞서 작품이 지금, 한국에서 방영될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해 검토할 수 있는 시스템은 필요하지 않을까. 인기 있었던 미국 드라마를 사전제작으로 만든다는 사실만으로는, 보장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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