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회. 유해진 영화제

2016.11.17
언제나 1순위

[전우치] 11/17(목) PM 11:00 채널CGV


40여 편의 영화에서 킬러, 산적, 간첩, 군수, 타짜 등 안 해본 캐릭터가 없는 유해진에게도 [전우치]는 도전이었을 것이다. 뛰어난 도사 전우치의 짝패 초랭이는 심지어 개니까. 현란한 도술과 고공액션을 도맡은 전우치와 달리 초랭이의 역할은 뚜렷했다. 유해진만 봐도 웃을 준비가 되어 있는 관객들이 기대한 바를 충족시킬 것. 개가 되었다가 말이 되었다가 전우치의 필요에 따라 다양하게 모습을 바꾸는 와중에도 그가 일관되게 제공하는 것은 웃음이었다. 자신의 진짜 정체에 대해 충격받거나 개의 습성이 남아 실수를 저지를 때는 귀엽기까지 한 유해진은 감독들이 유쾌한 조력자 캐릭터를 생각할 때 그가 1순위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증명했다. 매 순간타율 높은 코미디를 선보인 그 덕분에 [전우치]에서 초랭이의 지분은 크레딧 순서와 상관없이 상당했고, 영화가 준 웃음의 대부분은 그의 지분에서 탄생했다.

멋진 배우, 멋진 남자

[미쓰GO] 11/22(화) AM 11:00 채널CGV


유해진은 멋진 배우다. 이견이 없는 그의 연기력은 장르와 캐릭터를 폭넓게 아우르는 그의 궤적이 보여주고 있다. 또한 유해진은 멋진 생활인이기도 하다. 그림과 시를 즐기는 동시에 tvN [삼시세끼]에서 보여줬듯 약간의 재료만 있으면 쓰임새 있는 물건을 만들어내는 재주까지 갖췄다. 그러나 영화에서 유해진의 멋진 모습을 볼 기회는 많지 않았다. 웃음으로 극에 윤기를 더하는 임무를 맡은 터라 그의 다양한 멋짐이 제대로 폭발한 [럭키] 이전까지는 [미쓰GO]가 거의 유일하다. 대인기피증을 앓고 있는 히키코모리 미쓰고(고현정)를 각종 사건, 사고로부터 지켜주는 스파이 ‘빨간 구두’는 “외모의 한계 때문에 고현정에게 미안했다”는 사과가 무색하게 절절하게 순정을 전달했으며 마지막까지 고독한 스파이의 우수를 지켜냈다.

기분 좋은 배반

[극비수사] 11/24(목) PM 11:00 채널CGV


영화 속에서 점쟁이 혹은 도사는 종종 믿을 수 없는 존재로 그려진다. 주변을 현혹시키고, 사건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원흉이 되는 역할일 확률이 높다. [극비수사]의 김 도사 역시 극에서와 마찬가지로 바깥에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쉽사리 걷을 수 없는 캐릭터다. 모두가 죽었다고 하는 아이가 살아 있다고 확언하는 걸로 모자라 아이가 사라진 지 보름째에 유괴범에게 연락이 온다고 정확히 맞춘 김 도사는 용하다는 감탄을 넘어 실존 인물이라는 것을 믿기 힘들 정도다. 하지만 유해진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공 형사(김윤석)와 같은 무게로 그를 신뢰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역술가에 의해 해결된 유괴 사건이라는 실화에 기초했다는 정황을 차치하고도 김 도사의 선의를 의심하지 않게 만든 것은 유해진의 힘이다. 역술가로서의 명성 대신 아이를 가진 아버지로서의 도리를 먼저 택한 김 도사의 가슴은 유해진의 온기와 만나 뜨거워질 수 있었다. 스스로 “관객들이 내게 기대한 역할은 아니”라고 한 것처럼 그는 웃음을 예상한 관객들의 기대를 기분 좋게 배반하는 동시에 가뿐하게 뛰어넘었다.

절대로 오버하지 않는다

[간첩] 11/29(화) PM 1:00 채널CGV


[간첩]은 무장공비 침투, 부부 간첩단 등 실제 발생했던 사건들을 제시하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영화의 매력은 흔히 생각하는 간첩의 살벌한 이미지를 비트는 데에서 나온다. 고정 간첩 생활 22년, 그 사이 남한 내 간첩들에게는 조국 혁명과 인민 해방보다 오르기만 하는 전셋값과 자식 걱정, 아내의 잔소리가 더 중요해졌다. 이 와중에 10년 만에 떨어진 암살 명령은 이들을 다시 불러 모으지만 대부분 총을 어디다 뒀는지도 모르는 상태. 이렇듯 “생계에 전념”하는 간첩들과 달리 이념으로 충실하게 무장한 암살자 최 부장(유해진)은 이야기를 흔드는 키다. 물론 영화는 유해진에게 웃음의 끈은 놓지 않기를 요구하지만 드물게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악역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을 위해 그는 “절대로 오버하지 않는다”. 어떤 순간에도 도를 지나치지 않는 것을 연기 철칙으로 삼는 유해진 덕분에 다소 들떠 있는 영화 안에서 최 부장은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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