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 왓슨의 페미니즘 책장

2016.11.18
지난 1월, 엠마 왓슨은 자신의 UN Women 활동의 일환으로 독서 토론 사이트 Goodreads에서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할 수 있는 ‘Our Shared Shelf(공유 책장)’라는 그룹을 만들었다. 이후 그와 함께 수많은 사람이 매달, 혹은 두 달에 한 권씩 책을 선정해서 함께 읽고, 의견을 나누며, 다른 책들을 추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1월 9일,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선출된 후, 엠마 왓슨은 SNS를 통해 이번 달의 책인 마야 안젤루의 [엄마, 나 그리고 엄마] 몇 권을 뉴욕 지하철역에 가져다 두었다면서 “내가 믿는 모든 것을 위해 한층 더 열심히 싸울 것(I am going to fight even harder for all the things I believe in)”이라는 말을 남겼다. 각자의 자리에서 엠마 왓슨과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Our Shared Shelf’에서 매달 함께 읽었던 책들 중 한국에 번역된 여섯 권의 책을 소개한다.


[더 컬러 퍼플], 여성은 어떻게 인간이 되었나
엠마 왓슨의 추천사
“내가 신뢰하는 사람에게서 이 책에 대해 놀라운 이야기들을 들었다. 1985년 이 책을 바탕으로 스티븐 스필버그 작품의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오프라 윈프리의 영화 데뷔작이자, 우피 골드버그를 발견한 그 영화다(나는 이 두 여성들을 모두 사랑한다).”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은 흑인을 동등한 인간으로 취급받지 못한 시절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흑인 인권운동의 상징적인 작품이 되었다. 그리고 [더 컬러 퍼플]은 흑인 공동체 안에서도 인종과 젠더의 이중 차별을 겪는 흑인 여성이 동등한 인간으로 인정받기 위한 과정을 그린, 또 하나의 상징적인 작품이다.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폭력에 시달리고, 아이를 낳기 위한 수단이나 재산처럼 취급받으면서도 이를 말없이 받아들이던 흑인 여성 ‘씰리’가 담담하게 묘사하는 현실은 때로 숨이 막힐 정도다. 그리고 그런 씰리에게 “싸워야 한다”고 말해주고,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같은 흑인 여성들이다. 한 여성이 억압과 차별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힘은, 결국 포기하지 않는 여성들의 연대에서 나온다. 물론 소설은 1980년대에 쓰여졌지만, 여전히 흑인, 이주민, 아시아인, 여성 또한 동등한 인간의 권리를 가진다는 ‘상식’이 종종 배신당한다. 같은 인간으로 인정받기 위한 투쟁이 끝나지 않는 한 [더 컬러 퍼플]을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다.

[
올 어바웃 러브], 가장 독특한 사랑 에세이
엠마 왓슨의 추천사
: “나는 벨 훅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사랑하고, [올 어바웃 러브]를 읽게 되어 상당히 들떠 있다. 이 책은 한동안 내 리스트에 올라 있었다.”

[행복한 페미니즘]의 저자로 잘 알려진 벨 훅스의 또 다른 에세이. 제목처럼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애정관계를 분석하거나 어떤 행동을 취해야 상대가 좋아하는지를 밝혀주지는 않는다. 대신 벨 훅스는 사랑의 정의부터 시작해 페미니즘적으로 올바른 사랑의 본질을 찾기 위해 여성성과 남성성, 가부장제, 폭력, 그리고 권력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단순히 이성애적 애정관계뿐만 아니라 가족을 비롯해 광범위한 사랑의 방식에서 나타나는 불평등을 다루는 것이다. 언뜻 페미니즘 이론서와 비슷해 보이지만, 벨 훅스는 촘촘한 논리로 타인을 평등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사랑의 기본을 이룬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그렇기 때문에 사랑에서 페미니즘을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를 설득한다. 그러니 실제로 많은 사람이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불평등한 관계에 처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올 어바웃 러브]야말로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필독서다. 마지막 장의 제목처럼, ‘사랑은 인간의 숙명’이니 말이다.

[진짜 여자가 되는 법], 멋진 페미니스트가 되는 법
엠마 왓슨의 추천사
: “나는 이 책을 런던에서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읽었는데, 내가 너무 크게 웃고 또한 너무 많이 울어서 승무원들을 포함해 기내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내가 미쳐가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제목은 ‘여자가 되는 법’이지만, 사실은 가장 유쾌하게 ‘공격적인 여성주의자’가 되는 법에 대한 이야기다. 생리, 브래지어, 몸매 지적, 페미니스트 선언, 낙태, 여성 셀러브리티까지, 책에서 다루는 주제들은 마치 지난 1년간 한국에서 나타났던 모든 이슈를 압축해 보여주는 듯하다. 저자인 케이틀린 모란은 이 모든 것, 매일 마주치면서도 순간적으로 고민하게 만드는 일들에 있어서 페미니스트로서 대응하는 법을 명쾌한 태도로 이야기한다. 그의 말처럼, “‘나는 여성주의자다’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 잠깐만, 마음을 바꿨어요. 앞머리 자르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끝까지 농담을 포기하지 않는 케이틀린 모란의 유쾌함 또한 ‘공격적인 여성주의자’로 살아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태도 중 하나다.

[페르세폴리스], 어쩌면 지금 가장 필요할 용기
엠마 왓슨의 추천사
: “사트라피의 교묘할 정도로 간단한, 거의 엉뚱할 정도의 그림은 그의 이야기가 가진 상당한 복잡성과 심각성을 속여 넘긴다. 하지만 또한 매우 재미있기도 하다.”

1980년 전쟁이 시작되면서, 이란 사회의 여성들은 베일을 쓰게 되었고 공공연한 차별과 억압에 직면했다. [페르세폴리스]는 이란 역사의 소용돌이 한가운데를 지나온 마르잔 사트라피 자신의 경험을 통해 그 안에서 어떻게 용기를 잃지 않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그려낸다. 여성의 인권이 크게 후퇴한 이란 사회에서 그는 팔목을 좀 더 드러내고, 크게 웃고, 워크맨을 가지고 다니는 일상의 순간들로 “반항”하며 자신의 권리를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때로는 심각하게 길을 잃기도 하지만, 정치범으로 살해된 아누쉬 삼촌의 무덤에서 “항상 진실되게 살겠다”고 약속하는 그의 모습은 이 모든 성장의 과정을 거쳐 용감하고 강인하게 성장한 여성을 보여준다. 그러니 비상식적인 인종차별과 여성혐오 발언을 거침없이 내뱉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금, 어쩌면 더 많은 사람에게 더욱 절실하게 필요해진 용기를 줄 것이다. 마르잔 사트라피와 엠마 왓슨이 [보그]에서 진행했던 인터뷰도 함께 읽어보는 것을 추천.

[절망 너머 희망으로], 국제적인 여성 인권 운동에 관심이 있다면
엠마 왓슨의 추천사
: “[절망 너머 희망으로]는 놀라울 만큼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여성을 억압하는 다양한 문화와 전통들을 묘사하며, 우리가 가장 들어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목소리를 부여한다.”

개발도상국 현장에서 폭력을 경험한 여성들의 이야기로 시작해, 여성의 인신매매와 조혼, 여성 할례와 같은 젠더 폭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각각의 사안들은 모두 책이 출판된 2009년부터 지금까지 UN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끊임없이 논의되는 여성 인권의 중점적인 이슈다. 원제인 ‘Half the Sky’가 중국의 속담 ‘하늘의 반은 여자가 이고 있다’에서 가져온 것처럼, [절망 너머 희망으로]는 지금 억압받고 있는 여성들의 가능성을 해방시키는 일이 전지구적으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한다. 마지막 장인 ‘당신이 할 수 있는 일들’에서는 국제적인 단위에서 필요한 논의들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며, 국제적인 여성 구호 단체와 그들의 활동을 둘러볼 수 있는 목록까지 제공한다. 여성 인권의 증진과 국제적인 활동에 관심이 있다면, 간접적으로나마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동시에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찾아볼 수 있는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엄마, 나 그리고 엄마], 마야 안젤루를 만든 또 한 명의 페미니스트
엠마 왓슨의 추천사
: “이 책은 무엇이 마야 안젤루를 작가이자 시인으로 만들었는지 볼 수 있는 최고의 창문일 것이며, 놀라운 작품들로 이루어진 그의 삶에 어울리는 마지막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들 중 하나다.”

마야 안젤루라는 한 명의 페미니스트를 만든 그의 어머니, 비비안 벡스터라는 페미니스트에 대한 소개이면서, 동시에 엄마와 딸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마야 안젤루가 한동안 떨어져 살던 어머니와 함께 살기 시작하며 겪는 일들은 어머니인 ‘레이디’ 비비안 벡스터가 마야 안젤루에게 얼마나 중대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차장으로 일하고 싶다면 “가서 쟁취해라”고 이야기하고, 자신의 병을 돌보기보다 “가서 여자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라”라고 말하는 비비안 벡스터는, 어쩌면 마야 안젤루보다도 위대한 페미니스트다. 여기에 엄마와 딸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잘한 말다툼과 성격 차이를 극복해내는 두 사람의 모습 또한 소소한 재미를 더한다. 딸이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게 되는 최초의 여성 연대, 엄마와 딸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모든 이에게 좋은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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