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의 피부를 하얗게 바꾸는 것

2016.11.14
최근 트위터에서는 방탄소년단, 세븐틴, 인피니트 등 보이 그룹의 사진들이 ‘화이트워싱(비백인 캐릭터나 인물을 백인으로 바꾸는 행위)’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아이돌 멤버들을 직접 찍은 사진을 올리는 ‘홈마(홈 마스터)’들의 사진에서, 멤버들의 피부가 평소와 달리 너무 희게 보정됐다는 지적이다. ‘No Whitewash’나 ‘w/o whitewash’와 같은 이름으로 보정된 사진을 원래 피부색으로 되돌린 사진이나 같은 날 찍힌 기사 사진과 비교하는 계정들도 생겨났다.

이에 대해 ‘화이트워싱’을 지적받은 홈마들은 사진을 보정하는 과정일 뿐이지, 인종적인 함의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한 보이 그룹의 홈마 A씨는 “피부뿐만이 아닌 전체적인 사진의 분위기와 톤을 정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명이나 촬영 환경, 사진 전체를 보정하는 과정에 따라 멤버가 가진 피부색이 더 잘 드러나기도 하는 것뿐, 백인을 동경하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화이트워싱’에 대한 지적은 비교적 밝은 피부의 멤버들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멤버들의 사진에서 나타난다. 이미 방송된 영상을 캡쳐하거나 짧은 ‘짤방’으로 재편집하는 과정에서 피부를 한층 더 밝게 만들기도 한다. 한 보이 그룹에서 비교적 밝은 피부의 멤버의 ‘짤방’에 “흰 셔츠와 비슷해질 정도로 얼굴을 밝게 만들었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여러 멤버가 있는 사진에서 멤버들의 피부색에서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보정한 경우들도 있다.

‘화이트워싱’에 대한 비판 역시 멤버들의 차이를 없애고 모두를 하얗게 하는 것에 더욱 집중되는 편이다. ‘화이트워싱’을 통해 아시아인 안에서도 밝은 피부와 어두운 피부라는 다양성을 드러내기보다는, 서로 다른 피부색을 가진 멤버들이 흰 피부를 더욱 좋은 것으로 판단하는 기준에 맞춰 비슷하게 바뀐다는 것이다. 이것이 인종차별이 아닌 취향 문제라는 반론도 있다. 또 다른 홈마 B씨는 “동양에서도 흰 피부를 동경하는 문화가 예전부터 있었는데, 이런 맥락을 무시하고 하얀 피부는 백인 것인데 왜 따라 하느냐고 묻는 것이야말로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설령 흰 피부로 보정한다고 해도, 이런 기준이 동양의 문화 속에서 만들어진 만큼 인종차별의 함의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A씨는 “개인적인 취향의 차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대응하지 않고, 보기 싫다면 계정을 팔로우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고도 덧붙였다. 그들의 ‘화이트워싱’은 인종차별이 아니라 흰 피부를 좋아하는 취향일 뿐이고, 어떤 사회적 의무가 없는 개개인의 취향에 대해 불편하다면 굳이 보지 않으면 된다는 주장이다.

홈마들의 사진이 각자의 취향과 미감을 반영하는 2차 창작물에 속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홈마들의 활동 자체가 대가가 없는 자발적인 활동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개인에게 정치적 올바름을 어느 정도까지 요구할 수 있는지가 모호한 영역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이 변환하는 사진의 원본은 실제 사람이다. 실제 사람이 가진 본연의 요소인 피부색이 누군가의 취향에 의해 바뀌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외 팬들이 흰 피부를 선호하는 것은 홈마의 개인적인 취향일 뿐이라고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텀블러에서 한국 아이돌 멤버의 ‘화이트워싱’을 지적한 한 팬은 자신이 남미 출신임을 밝히며 “그들의 사진을 볼 때마다 내 피부에 대해 거지 같은(shitty) 기분이 된다”고 이야기했다. 다른 색의 피부를 흰 피부로 바꾸고, 그것이 더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홈마의 의도와 별개로 피부색에서 우열을 가리는 결과를 낳는다.

이런 문제들은 결과적으로 K-POP의 해외 팬들이 팬 활동에서 배제되도록 만든다. 팬들의 활동이 SNS 중심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특정 콘텐츠가 폐쇄적인 환경에서만 공유되는 일은 불가능하다. 최근에는 홈마들이 서포트에 참여하고자 하는 해외 팬들을 위해 영어로 공지를 올리기도 할 만큼, 해외 팬들은 기획사뿐만 아니라 팬덤 내에서도 하나의 시장을 형성했다. 그럼에도 해외 팬들은 미적인 기준을 흰 피부에 맞춘 사진을 받아들이거나, 보지 않거나 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 누군가의 취향이 다른 누군가를 배제하게 될 때, 이것을 단지 취향의 문제로만 남겨두는 것이 옳은 방향일까. 누구도 ‘화이트워싱’을 강제로 그만두게 할 수는 없다. 다만 계속 질문을 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이것이 정말 취향의 문제일 뿐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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