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만의 와일드월드

페이스북에서 허위 뉴스를 읽어봤나요

2016.11.21
“비겁하게 팩트를 사용하다니, 정정당당하게 날조와 선동으로 승부하자!”라는 드립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올 한 해 ‘팩트’라는 단어의 위상이 예전과 같지 않음은 많은 이가 체감하고 있다. 당장 옥스퍼드 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Post-truth’꼽았고, 팩트를 도외시한 채 유권자의 감정에 호소하는 캠페인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 당선인이 된 게 얼마 전 일이다. 하지만 팩트의 위상이 낮아졌다 하여, 팩트의 중요성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포스트-트루스’의 시대에 팩트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커졌다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현재 영미권의 언론들은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허위 뉴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허위 뉴스가 퍼지는 데 일조한 페이스북에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형식만 뉴스를 닮은 허위 뉴스들이 나쁘다는 건 반론의 여지가 없다. “힐러리가 ISIS에 무기를 팔았다는 것을 위키리크스가 확인했다”라든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했다” 같은 뉴스는 꾸며진 이야기이고, 이런 허위 뉴스를 만들어낸 이들의 잘못은 명백하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책임은 조금 미묘하다. 어쨌든 페이스북은 기사가 유통되는 플랫폼일 뿐이고, 기사가 유통되는 인터넷에 책임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페이스북 또한 잘못이 없다고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사용자에게 어떤 뉴스를 보여줄지 결정한다. 그리고 그게 페이스북의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 이유다. [콜롬비아 저널리즘 리뷰]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퍼블리셔로서 페이스북이 더 이상 ‘내가 한 일이 아니’라며 글로벌 미디어 세상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모른 채 할 수 없다고 썼다.

허위 뉴스와 페이스북의 책임론 문제는 사실상 마크 저커버그가 판을 키웠다. 저커버그는 허위 뉴스가 퍼지는 현상에 대한 페이스북의 책임을 일정 부분 인정하는 대신, “페이스북에서 본 허위 뉴스가 선거에 영향을 끼쳤다는 말은 꽤 정신 나간 생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게다가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페이스북에 있는 모든 콘텐츠 중, 사람들이 보는 것의 99% 이상이 신뢰할 만한 것들이다. 매우 적은 양의 콘텐츠만이 거짓 뉴스와 허위 소식이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미디어의 반발은 즉각적이었다. [버즈피드]는 대선 직전의 3달간, 일부 허위 뉴스가 주류 언론의 신뢰도 높은 기사에 비해 더 많은 관여도를 끌어냈다고 보도했다. 매우 적은 양의 콘텐츠만이 허위 뉴스라 하더라도, 그 적은 양이 많이 공유되면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뉴욕 타임스] 오피니언엔 페이스북의 문제가 필터 버블에 관한 것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알고리즘이 사용자가 실세계의 특정 측면을 인지하는 것을 가로막는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증폭된 확증 편향은 분명 문제가 된다.

이처럼 허위 뉴스에 대한 문제 인식이 주목받자, 구글과 페이스북은 자신들의 광고 네트워크에서 허위 뉴스 사이트를 금지했다. 허위 뉴스 사이트 자체를 막지는 않지만, 그들의 주 수익원을 끊어버리는 것이다. 분명 긍정적인 개선이지만, 미디어는 좀 더 적극적인 움직임을 요구하고 있다. 페이스북 뉴스피드 알고리즘을 바꾸거나, 필터 버블을 피할 수 있도록 사용자에게 더 많은 뉴스피드 옵션을 제공하라는 것, 혹은 사람을 편집자로 두라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의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허위 뉴스와 신뢰할 만한 뉴스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구분선은 어디에 둬야 하는가, 정치적인 이유로 페이스북이 뉴스피드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이 옳은가 같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렵다는 이유로 포기해서는 안 될 일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말했듯이, 허위 뉴스들이 퍼져 있는 시대에는 “우리가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하는지 알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우리는 ‘포스트-트루스’의 시대를 사는 시민으로서, 뉴스의 생산, 배포, 소비의 모든 과정에 있어서 팩트에 기초한 뉴스가 번창할 환경이 조성되도록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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