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에서 알아둬야 할 여섯 가지 사실

2016.11.24
여행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은 훨씬 더 쉽지 않다. 부모님과의 여행을 계획 중인 이들에게 꼭 필요할 여섯 가지 팁을 준비했다. 알고 가도 모든 게 순조롭게 풀릴 거라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아무 준비 없이 가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마음 같아서는 저희가 다 내고 싶지만….
군 제대, 취직, 결혼, 긴 명절 등의 이유로 “우리도 가족여행 한번 가요”라고 호기롭게 말했다가 갑자기 진행되는 바람에 식은땀 흘려보신 분들 꽤 있으리라 생각한다. 모처럼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여행,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비장해지면, 이왕이면 멀리, 좋은 곳으로 가고 싶은 게 인지상정. 하지만 지나친 비용 부담은 이후 밤잠 설치게 하는 피해의식과 원한, 카드 요금이라는 상처를 남긴다는 점을 명심하라. 당신(혹은 당신과 배우자)이 쓸 수 있는 예산을 책정한 뒤, 부모님께서 무리하지 않고 내실 수 있는 액수를 묻는다. 여행을 떠나기 전이 돈에 대해 그나마 편하게 말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다. 먼저 여행 총 경비를 계산하고 그 액수에 20~50%를 추가하면 대체로 실제 쓰게 되는 돈 액수가 나온다. ‘가능한 한도’(카드 한도 말고!)가 얼마인지 따져본 뒤, 여행 시기까지 남은 시간을 셈하고, 예산에 맞춰 목적지를 정하면 된다. 여럿이 함께 움직이며 큰돈을 지출할 수밖에 없는 경우라면, 예산에 맞춰 여행지를 선택하는 방법을 권한다.

도시가 좋을까요, 휴양지가 좋을까요?
당신이 설령 (본가/친정/시댁)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고 해도, 여행을 가는 것은 ‘바깥 생활’을 각자 하는 집에서와 달리 가족이 함께 ‘고립’되는 경험이다. 매일 아침 몇 시에 일어날지부터 맥주를 몇 잔 마실지까지 아침부터 밤까지 함께 지내며 대화해야 한다. 당신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것보다 부모님이 많은 약을 챙겨 드셔야 한다는 사실에 놀랄 수 있고, ‘젊은 애들이 알아서 해라, 우린 아무거나 좋다’는 말을 믿었다가 기껏 예약한 나이트 사파리(싱가폴 여행의 필수 코스로 꼽힌다)가 위험하다며 꼼짝도 안 하시려는 태도에 당황할 수도 있다. 부모님께서 여행을 자주 다니는 분들이 아니라면, 어딜 가고 싶으신지 묻지 말고 무엇을 하고 싶으신지 물어라. 만약 부모님이 쇼핑을 좋아하신다면 도시로, 야외활동을 즐기신다면 휴양지나 소도시로 가기를 권한다. 당신이나 당신 배우자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애매하게 섞었다가는(부모님을 위해 하루, 나/우리를 위해 하루), 매일 누군가는 시무룩한 상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인물사진을 많이 찍고 가능하면 인화도 꼭 해서 드릴 것. 부모님의 여행은 이후 지인들에게 하는 자랑으로 완성된다.

패키지로 갈까요, 자유여행으로 갈까요?
패키지와 자유여행의 장점과 단점은 명확하다. 패키지의 경우 부모님이 지인들에게 자랑할 사진을 찍을 확실한 관광 스폿까지 여행사의 차편으로 이동한다. 관광지 주차장에서 관광지까지 오래 걷게 하지도 않는다. 대신 (당신이 부모님보다 여행을 많이 다녔다면) 이미 다녀본 여행지를 가장 빤한 코스로 다시 봐야 할지도 모르며, 정체 모를 특산품 쇼핑에 동원되거나(라텍스라든가, 라텍스라든가…), 가이드의 썰렁한 농담을 듣고 있어야 한다. 반면 자유여행은 가족의 상황에 맞춰 코스를 짜는 일이 가능하다. 부모님의 취미활동을 위한 쇼핑을 돕는다든가, 호젓한 곳에서 경치를 즐기며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도 있다. 문제는 그 코스를 당신이 짜야 하며, 대중교통을 하루 6번 이상 이용하면 부모님이 급격히 피로감을 느끼실 수도 있다는 점이다. 자유여행을 한다면 동선을 짧게 잡고, 렌터카 이용이나 택시 이용을 염두에 두라. 어르신께 관절염이 있다면 “조금만 더 걸으시면 돼요”라는 응원의 한마디로 큰 다툼이 생길 수 있다. 그분들은 하기 싫은 게 아니라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팁 하나. 화장실이 보이면 무조건 들르는 편이 좋다. 괜찮다고 하셔도 그냥 다 같이 다녀와 버려라. 나이가 들면서 소변보는 주기가 짧아지는데, 갑자기 화장실을 찾게 된 당신도 당혹스럽겠지만 부모님께는 괴롭고 수치스러운 경험일 수 있다.

여행지에서 현지 음식이 입에 안 맞으시면 어쩌죠?
아침 토스트, 점심 파스타, 저녁 주스 한 잔으로 평소에 생활하시는 분이 아니라면, 해외여행에서 현지 음식 적응을 예상보다 힘들어하실 수 있다. 처음에는 당신도 ‘김치 같은 매콤한 것’을 시켜드리기도 하고, 어르신들도 ‘안 먹어봐서 그렇지 맛은 괜찮은 것 같다’ 같은 말을 하실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몇 끼 ‘계속되면’ 문제가 된다. 국내에서는 초밥이나 우동도 맛있게 드시던 분이 일본 여행 사흘째 아무것도 못 먹겠다고 힘없는 목소리를 내시는 일이 적지 않다. 패키지여행이라면 대체로 한식당 식사가 코스에 있지만, 자유여행이라면 컵라면을 챙겨 가라. 컵라면에 고추참치 캔 정도면 숙소에 비치된 커피포트에 물 데우기 외에 특별한 조리과정이 필요 없고, 매운 라면을 국물까지 섭취하고 나면 이후 현지 음식을 먹기가 더 쉬워진다. 현지에도 한국 라면이 있다고 들어서 정 필요하면 가서 사겠다고? 라면은 현지 입맛에 맞춰 출시되기 때문에, 같은 라면처럼 보여도 맛이 다르다. 홍콩에서 음식을 못 먹어 신라면 컵라면을 사 먹었다가 “왜! 여기에서도! 그 냄새가!”라고 울부짖는 여행기가 잊을 만하면 여행 카페에 올라온다. 그냥 한국에서 몇 개 사가자.

싸웠습니다. 정말 미쳐버리겠네요.
이 원고를 쓰게 된 계기는 2016년 추석 연휴 동안 숱하게 본 많은 싸우는 가족들 때문이다. 2번 항목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가족여행은 가족이 다함께 고립되는 과정이다. 부모님은 ‘모처럼’ 당신과 진지한 얘기를 하고 싶어 하신다. 당신이 만나는 사람을 헐뜯기 시작하고, 당신과 배우자의 미래 계획에 간섭하기 시작한다. 낮에는 뭐든 계속 하고 있으니 그럴 틈이 없는데, 밤에 기분 좋게 맥주 한 잔 하다가 당신은 수렁에 빠져버린다. 좋은 마음으로 가족여행을 왔지만 당신도 태어나서 지금까지 쌓인 것이 많을 것이다. 이틀째까지는 참았는데 사흘째가 되자 ‘내가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모드에 빠져버린다.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안 싸우는 경우가 더 드물다. 하하 호호 웃던 다른 가족들도 옆방에서 싸우고 있다. 그나마 싸울 확률을 줄이려면 피곤해하는 사람이 생기면 얼른 커피숍이든 호텔이든 들어가서 쉬게 하자. 그리고 ‘관광’에 해당하는 일정을 마치면 각자의 방에서 쉬자. 여행 중 첫날이나 마지막 날 술 한 잔 하는 일정을 미리 잡고 다른 날은 저녁의 자유를 누려라. 여기까지 온 김에, 하는 마음이 화를 부른다.

부모님이 다음에 언제 또 갈까 물어보시는데요?
다음 명절에 혼자, 혹은 당신과 배우자, 아이만 여행을 다녀오기 위해 일단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여행을 기획한 당신. 돌아오는 날 ‘다음에는 어디 갈까’ 하는 질문을 받으면 당황할 수 있다. 마음 같아서야 오래오래 자꾸자꾸 모시고 여행을 다니고 싶지만, 마음처럼 일이 풀렸다면 애초에 이런 고민을 왜 하겠는가. 여행에는 돈이 들고 마음이 들고 시간이 든다. 그리고 부모님은 당신보다 먼저 돌아가실 가능성이 높다. 이런 명제들 사이에서 죄책감에 빠지는 것은 자식으로 태어난 이상 피해 가기 어렵다. 만사에 서툴러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드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하고 쩔쩔매시는 모습, 그리고 자녀들이 앞으로도 같이 여행 다니고 싶은 기분이 들게끔 뭐든지 맞춰주고 힘들어도 참는 모습은 마음을 무겁게 한다. 여기에 대한 답은, 없다. “나중에 천천히 얘기해요”가 가장 무난한 미루기의 언어지만, 언젠가 그 말을 한 스스로를 자책할지도 모른다. 최소한 다음 연휴가 언제인지 당장 달력을 꺼내 살피지는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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