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에릭, 뜻밖의 맛의 달인

2016.11.28
데뷔 19년 차 아이돌, 몇 편의 드라마를 히트시킨 연기자, 부유하지만 내면에 상처가 있는 ‘차가운 도시남자’에 최적화된 스타 가운데 한 사람, 보기보다 엉뚱한 농담과 장난을 좋아하지만 멤버들과 함께 있을 때가 아니면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 그룹 신화의 에릭에 대해 대략 이와 같이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tvN [삼시세끼 – 어촌편 3]에서 본명인 ‘정혁이’로 불리는 그는 그동안 알려져 있던 이 모든 요소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아침에 일어나서 한밤중이 될 때까지, 세 끼를 챙겨 먹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훌쩍 가버리는 이 프로그램에서 그는 오로지 요리와 낚시, 낚시와 요리에 매진한다.

올리브 TV와 만화책, 엄마로부터 요리를 배워 “계량하는 게 아니라 흉내 내는 스타일”이라는 ‘야매요리’의 강자 에릭은 냉장고, 가스레인지, 믹서가 없는 궁핍한 현장에서 놀라운 순발력을 발휘한다. 작은 게에서 알뜰하게 살을 발라내 된장찌개와 볶음밥을 만들고, 농어버터구이처럼 화려한 메뉴부터 고춧잎나물이나 콩자반 같은 밑반찬도 즉석에서 뚝딱 차려낸다. 반죽이 손에 묻거나 설거지감이 늘어나는 걸 귀찮아하면서도, 한정된 재료로 어떻게 하면 가장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낼지 고민하고 시도하는 그는 중간중간 손을 멈추고 생각에 잠기지만 쉬지 않는다. “빨리 끝나면 자도 돼요?”라는 농담을 던져놓고는, 끊임없이 새로운 메뉴를 더하는 의욕에 한 번 몰두하면 제대로 차려내야 직성이 풀리는 고집은 저녁 한 끼 준비에만 7시간이 걸리는 사태로 이어지기도 했는데, 그 후 수산시장을 찾아가 회 뜨는 방법을 연마해 온 성실함이야말로 예상치 못했던 매력이다.

리얼리티 쇼 출연자로는 드물게 말수가 적은 성격 때문에 오디오가 비는 순간이 종종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능한 중간실무자는 회사뿐 아니라 예능에서도 귀중한 존재다. 에릭은 선임 격인 ‘캡틴’ 이서진에게 전반적인 지시를 요청하면서도 자신의 전문 영역인 요리에서 주도권을 잡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두를 만족시키는 결과물을 내놓으면서 이서진의 깊이 팬 보조개와 전에 없이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 요리 초보 윤균상에게는 기초적인 심부름부터 시키며 하나하나 가르치되, 그가 소중한 장어구이를 태웠을 때조차 언짢은 기색 없이 대안을 제시했다. 떠오르는 메뉴들을 자신 있게 추가해버린 다음 “내가 이걸 왜 한다 그랬지?”라고 후회하지만, 처음 잡은 생선과 통발에 들어온 돌게에 진심으로 설레 하는 에릭은 요리에 음식 위로 고명을 얹을 때까지 무엇 하나 대충 해치우지 않는다. 의외로 상냥하고 은근히 신나 있는 그가 푸짐하게 차려 내는 매 끼를 보는 맛이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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