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만의 와일드월드

미 언론이 트럼프에 지지 않는 법

2016.11.28
세계 최고의 언론 중 하나로 꼽히는 [뉴욕 타임스]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는 “실패한 [뉴욕 타임스]”라고 표현했다. “트럼프 현상을 매우 부정확하고 빈약하게 보도”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트럼프의 당선 이후 일주일 만에 41,000명이 새롭게 [뉴욕 타임스]를 구독했지만,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에 대한 트럼프의 반응은 앞으로 4년간 언론의 자유가 위축될 거라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뉴요커]는 도널드 트럼프가 방송사 경영진과 앵커들이 모인 자리에서 20분간, “모욕적”이고 “부정직한” 보도를 한다며 언론을 비난했던 일을 기사화했다. 트럼프는 같은 장소에서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허위 뉴스에 대해 질문을 받았을 때, 허위 뉴스를 퍼뜨리는 방송국이 문제라며 “[CNN]과 [NBC]가 그중 최악”이라고 대답했다. 한편,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선, 인종차별과 반유대주의로 문제가 됐던 대안 우파 뉴스 사이트인 [브레이트바트]에 관한 질문을 받자, [브레이트바트]는 [뉴욕 타임스]와 다를 것이 없으며 단지 “좀 더 보수적일 뿐”이라고 대답했다. 이런 트럼프의 대답은 언론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언론을 이분법적으로 본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나쁜 언론과 자신에게 우호적인 좋은 언론.

그런 트럼프가 명예훼손법을 바꿔 언론을 고소하기 좀 더 쉽게 만들겠다는 얘기를 했던 건 그리 놀랄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는 올해 2월 선거 유세 기간에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를 “부정적”이라 비난하면서, 그들이 “의도적으로 부정적인 기사”를 쓸 때면 그들을 고소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굳이 언론을 고소해 망하게 한 피터 틸이 트럼프의 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명예훼손법에 관한 트럼프의 이러한 발언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1조를 걱정하게 한다. 실제 [뉴욕 타임스]는 ‘트럼프 시대, 억만장자와 언론의 대결’이라는 기사를 통해 이것이 실재하는 위협임을 지적했다. 기사는 트럼프가 언론의 관심 덕에 대통령이 될 수 있었지만, 언론의 평판을 떨어뜨려야 자신에 대한 가혹한 보도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콜롬비아 저널리즘 리뷰]엔 ‘미국 언론을 위한 새로운 현실에 대응하는 법’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알고 있던 취재원 접근 수단이 없어진다는 것에 익숙해지기, 법원에 자주 서게 될 거라는 점에 익숙해지기, “상대편”으로 낙인찍히는 것에 익숙해지기 같은 것들이 글에서 지적하는 부분이다. 트럼프의 선거 캠페인을 보도하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기자들에게 직접 듣고 기록한 다른 [CJR]의 기사를 보면, “새로운 현실”이 이미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자가 캠페인을 못 따라다니게 막는 바람에 릴레이로 트럼프가 가는 도시에 다른 기자를 대기시켜 놓은 [워싱턴 포스트]의 얘기는, 안 그래도 힘든 언론에게 앞으로의 시간이 더욱 어려운 시간이 될 거라고 예언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미국의 언론들이 이런 가혹한 현실에 타협할 생각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 도중, 평소의 비난과는 달리 [뉴욕 타임스]를 “미국의 위대한 보석”이라고 칭찬했다. 화가 난 언론을 달래는 말이었다. 하지만 인터뷰 바로 다음 날,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찰스 M. 블로우는 트럼프에게 “결코 우리는 함께 할 수 없”다며 계속해서 트럼프의 아젠다와 모든 움직임에 저항할 것이라고 썼다. 그는 미국 정부의 가장 꼭대기에 트럼프가 있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알리는 것이 자신의 도덕적, 직업적 의무라고 썼다. 언론의 자유가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그것이 공격받을 때면 그 중요성은 더욱 강조된다. 트럼프의 시대에 언론의 분발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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