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동물사전], 후플푸프로 오세요!

2016.11.30
“바보 천치들이 모여 있는 곳.” 소설 [해리 포터]에서 드레이코 말포이(이하 말포이)는 후플푸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 후플푸프는 오랫동안 무시 받아 왔다. 호그와트의 4대 기숙사 그리핀도르, 후플푸프, 래번클로, 슬리데린에는 각각의 전통과 역사, 그리고 교육이념이 있다. 그리핀도르가 용기 있는 자, 래번클로가 지혜로운 자, 슬리데린이 혈통이 있는 자를 뽑는다면 후플푸프는 아이들을 가리지 않는다. 후플푸프의 선발 기준은 평등이며, 아이들의 자질에 따라 기숙사를 배정해주는 마법 모자가 가장 많이 외치는 기숙사다. 하지만 이것이 개성이나 재능이 없는 아이들을 모은다는 의미는 아니다. 마법 모자는 후플푸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곳의 사람들은 정의롭고 성실하죠. 참을성 있는 후플푸프 사람들은 진실하며 노고를 마다하지 않아요.” [해리 포터]의 작가 J.K 롤링 또한 호그와트의 학생들이 악한 마법사 볼드모트와 벌인 마지막 전투에서 “그리핀도르 다음으로 가장 많이 싸웠던 학생들은 후플푸프”였고, “그리핀도르의 용기는 때론 과시이기도 하지만, 후플푸프의 사고는 다르다. 이들은 과시하려 하지도, 무모해지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것이 후플푸프의 본질”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자신의 말이 무색할 만큼, J.K 롤링은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후플푸프의 존재를 거의 다루지 않았다. [해리 포터] 내에서 후플푸프는 스치듯 지나가고, 기숙사 간의 경쟁에서도 거의 언제나 꼴찌다. 모든 영광은 해리 포터와 그가 소속된 그리핀도르의 것이다. 해리 포터는 유명한 마법사 부모를 뒀다는 이유만으로도 주목받는 존재가 되고, 볼드모트의 능력과 기억 일부를 갖게 되면서 그와 대결할 운명이 된다. 혈통과 운명이 중요한 동력인 이 작품에서 특별한 사연도 혈통도 없는 후플푸프가 끼어들 틈은 전혀 없었다. 영웅 서사의 일반적인 특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해리 포터]에서 볼드모트가 거대한 악인 이유는 그가 혈통을 바탕으로 마법사를 차별하기 때문이다. 볼드모트는 부모 중 한 명이 머글(마법사가 아닌 인간)이었지만, 마법을 쓴다는 이유로 받은 차별 때문에 머글을 증오하고 머글과 마법사 사이에서 태어난 이들을 Mud-blood(잡종)라 낙인찍으며 죽였다. [해리 포터]는 볼드모트의 행동을 잘못이라 말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악을 이겨내는 핵심적인 존재 역시 혈통의 선택을 받는다. 또한 볼드모트가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도 말포이와 그의 아버지는 헤르미온느를 머글 태생이라며 비웃었다. 머글에게서 태어난 마법사와 마법사 부모에게서 태어난 이의 능력 차는 존재하지 않지만, [해리 포터] 세계에서는 이 차별이 공공연하게 퍼져있다. 그리고 이것은 한 개인의 나쁜 성격으로 묘사될 뿐 사회적으로 지탄받지는 않는다.

그래서 지금 영화 [신비한 동물 사전]의 주인공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메인, 이하 뉴트)가 후플푸프 출신인 것은 흥미롭다. [신비한 동물 사전]에서 뉴트의 배경과 능력은 아직 자세히 묘사되지 않았다. 대신 J.K 롤링은 뉴트의 품성을 묘사하는 데 보다 집중한다. 참을성이 있고, 성실하게 신비한 동물을 이해하고 관찰하며, 그들과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 또한 그는 신비한 동물을 없애려는 사람에게 “위험한 동물은 없어요”라며 “죽이지 말고 이해하자”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정신은 신비한 동물들뿐만 아니라 어둠의 힘에 지배당한 마법사에게도, 노마지(미국에서 마법사가 아닌 인간을 의미하는 말)에게도 모두 적용된다. 신비한 동물을 연구하는 것처럼, 뉴트는 사회에서 그리 알아주지 않아도 성실하게 자신의 몫을 하고, 많은 사람과 동물을 이해하고 대화하려 노력한다. 해리 포터 사이트인 포터모어에서 후플푸프 출신이 가장 좋은 친구, 가장 좋은 연인의 대상으로 소개되는 이유가 드디어 [해리 포터] 세계관 안에서 다뤄지기 시작했다.

[신비한 동물 사전] 속 대부분의 마법사는 인간에게 사냥을 당해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간다. 그러나 그중에는 마법사의 존재를 다시 인간에게 알리려는 이들도 있고, 폭력을 문제의 해결 방식으로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현실이라면 인종, 종교, 성 정체성 등을 두고 벌어지는 차별과 혐오에 대한 것일 수도 있다. 그만큼 [신비한 동물 사전]은 [해리 포터]처럼 명확한 선악으로만 나눌 수 없는 문제를 다루고, 그 주인공으로 타고난 영웅 대신 대화가 통하지 않는 존재를 이해하려는 연구자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그러나 이 영화 속 대결의 축은 [해리 포터]처럼 음모를 꾸미는 마법사와 정의로운 마법사고, 마법사를 사냥한 인간의 문제는 이야기의 배경 정도로만 지나간다. [해리 포터]가 세상이 나온 지 20여 년 후에 등장한 [신비한 동물 사전]은 그 시간만큼이나 다소 변한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것이 후플푸프의 마법사들이 활약할 수 있을 만큼 보다 나은 세상이라고 말하기는 아직 어렵다. 평범해 보이는 듯하지만 정의와 성실함으로 다른 존재를 이해하려는 후플푸프의 마법사. 그의 정신이 앞으로의 [신비한 동물 사전]에서 실현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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