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의 전설], 전지현에게 거는 베팅

2016.12.01
SBS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전지현이 연기하는 심청은 원래 인어였다가 우연한 계기로 육지로 올라오게 돼 빈손으로 인간세계를 하나씩 경험하기 시작한다. 캐릭터 설정상 준재(이민호)의 후드티를 몰래 입거나 그가 사준 원피스를 입고 구두를 신는 과정 하나하나가 스토리가 되고, 그중에는 목걸이처럼 극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아이템도 있다. 때문에 그는 자연스럽게 스톤헨지 목걸이를 걸고, 헤라 립스틱으로 입술에 포인트를 준 후, 하남 스타필드 신세계 백화점에서 쇼핑을 한다. 심지어 그가 의류수거함에서 아무 생각 없이 꺼내 입은 헌 옷은 395만 원 상당의 랑방 헤링본 코트다.

자연스럽게 PPL을 녹여낼 수 있는 스토리에, 최고의 광고 효과를 자랑하는 전지현의 드라마에는 당연히 많은 업체가 제작지원 혹은 협찬을 위해 뛰어들었다. 중국 자본 투입 없이도 총 제작비 220억 원이 모인 이 작품에 현대자동차, 조지아 고티카, 헤라, 스톤헨지, 네파, 신세계면세점 등이 제작지원으로 참여했다. [푸른 바다의 전설]의 협찬 금액은 통상 단가보다 2~3배 높았고, 특히 현대자동차는 현금과 차량 지원 등을 합해 국내 자동차업계 사상 최대 규모인 10억 원을 투자([지디넷코리아])했다. 원래 전지현이 모델로 활동 중인 헤라, 스톤헨지, 네파, 신세계면세점은 직접 모델 사진을 쓸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으로 홍보를 진행할 수 있다. 톱스타라는 설정상 화려한 화장을 보여줄 일이 많았던 SBS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와 달리 [푸른 바다의 전설]은 립 제품을 제외한 색조 화장품을 광고하기 쉽지 않다. 대신 헤라는 “물속에서나 물 밖에서나 빛나는 피부”를 셀링 포인트로 잡아 ‘헤라 셀 에센스’와 ‘헤라 오일 세럼 매직 포뮬라’를 파워 블로거를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 중이다. 이미 가시적인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헤라 홍보 관계자에 따르면 드라마 속에서 전지현이 사용하는 헤라 루즈 홀릭 147호 수프림 핑크는 1, 2회가 방영된 주에 평균 대비 주문량이 459% 늘었고, 3, 4회가 방영된 주의 주문량은 2,125% 급증했다. 광고 모델로서 스펙트럼도 넓다. 네파 홍보 관계자는 “아웃도어 시장에서는 보통 남성 모델이 메인인데, 전지현은 이례적으로 여성으로서 메인 모델이 됐다. 고급스럽고 스타일리시한 이미지 때문에 여성 고객들까지 사로잡을 수 있다고 보여지고, 실제로 화이트 알래스카 다운자켓은 작년에 ‘완판’됐다”고 말했다. 전지현의 브랜드 가치는 투자부터 드라마 전개에 따른 홍보까지 이어지며, 한 편의 드라마를 아우른다.
 
한 광고회사 관계자는 “박지은 작가와 전지현이 [별에서 온 그대] 이후로 다시 만난 작품이라 방송 릴리즈 전부터 SBS에서 적극적으로 홍보를 해왔고, 한 달 전쯤 광고 청약이 진행되는 다른 드라마와 달리 [푸른 바다의 전설]은 한 달 반에서 두 달 전에 이미 첫 방송 광고 계약이 완료됐다”고 전했다. 첫 회부터 광고 완판을 기록한 [푸른 바다의 전설]을 통해 SBS가 올릴 수 있는 광고 수익만 매회 5억 선이다. SBS가 [푸른 바다의 전설]에 회당 제작비 3억을 쓸 수 있는 이유다. 또한 [별에서 온 그대]로 폭발적인 흥행을 보여준 전지현과 박지은 작가의 조합, 여기에 이민호의 가세는 SBS가 [푸른 바다의 전설]이라는 제목과 시놉시스를 보기 전부터 11월 편성을 확정하도록 만들었다.
 
스타의 힘은 업계 내에서 아직 검증되지 않은 대본에도 엄청난 크기의 자본을 끌어들이고, 편성 자리도 보장받는다. 그러나 확실한 성공까지 담보할 수는 없다. 이경희 작가와 수지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던 제작비 100억대 드라마 KBS [함부로 애틋하게]는 실패했다. SBS [시크릿가든] 이후 현빈의 드라마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은 SBS [하이드, 지킬 나]에 제작비를 투자했던 A 기업 관계자는 “주연 배우가 자사 광고 모델이기도 해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투자했으나, 시청률이 충격적으로 낮게 나왔다. 솔직히 그 드라마가 안 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전지현과 이민호, 박지은 작가의 조합은 이들보다 훨씬 높은 첫방 시청률 16.4%(AGB 닐슨 전국 기준)을 기록했고 아직 성공 혹은 실패라고 단정 짓기 힘들다. 하지만 드라마 시청률은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고, 스타 배우를 기용하고도 실패하는 드라마도 그만큼 늘어났다. 수익 창출의 가장 중요한 시장이었던 중국은 한국 드라마·영화·예능 프로그램의 방영을 전면 금지할 방침이다. 한정된 정보로 투자를 결심하는 사람들은 종종 검증된 대본 대신 주연 배우의 스타성을 믿는 선택을 하고, 시장 전반적으로는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어느 때보다 스타에 대한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제작된 [푸른 바다의 전설]은 공교롭게도 중국 시장의 수익이 위태로워지기 시작한 시점에 전파를 타게 됐다. 스타의 존재는 리스크를 줄이기에 어느 정도의 보장을 약속할 수 있을까. 다른 요소를 대체할 만큼 가치가 있을까. [푸른 바다의 전설]의 성공 여부는, 드라마 산업에서 무엇이 합리적인 선택이 될지 비춰줄 중요한 기준점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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