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요정=김복주?

2016.12.02
MBC [역도요정 김복주](이하 [김복주])는 나름 현실적이고자 노력하는 스포츠 드라마다.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이 몰려 있는 체육대학 기숙사, 주말에도 산악회 같은 ‘동원행사’에 시달리는 단체생활, 기록과 경쟁의 중압감 속에서도 연애와 우정의 꽃을 피우는 청춘들의 일상. 이로 미뤄 봤을 때 [김복주]의 지향점은 같은 스포츠 드라마지만 1994년의 MBC [마지막 승부]보다 2005년 MBC [태릉선수촌] 같은 현실적인 느낌에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공감하기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주인공의 생김새다. 

극중 김복주(이성경)의 외형은 여러모로 -58kg급 역도유망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역도는 체급제한이 있는 기록종목이다. 그 기록의 기반은 ‘근력’에서 나온다. 같은 체급이면 당연히 키가 작을수록 많은 근육량을 확보할 수 있어 유리해진다. 또 인체공학상 3종지렛대(작용점이 힘점보다 멀리 위치) 구조라 근력 손실이 일어나는 사지 관절의 구조 때문에 팔다리는 짧을수록 유리한 체형이다. 이 두 가지 연유로 우리가 흔히 아는 ‘역도 선수 몸매’가 완성된다. 간혹 이 같은 사실을 ‘역도를 하면 키가 덜 큰다, 팔다리가 짧아진다’로 오해하는 이들도 있어 첨언하자면 이는 ‘용불용설’보다 ‘적자선택’에 가까운 현상이다. 특정 종목에 맞춰 몸이 변한 게 아니라 특정 종목에 유리한 체형이 정상권에 남은 결과인 것이다. 현실 속 사정이 이러한데 -58kg급에서 키 170cm가 넘는 모델 같은 몸매에 용상 기록은 110kg을 넘기는 21살의 여자 역도 선수란 극히 만화적인 설정이다. 이런 김복주를 두고 극 중 아버지는 “가뜩이나 키도 크고 팔다리도 길어서 역도에 불리한 애”라 안타까워하고, 남자주인공은 어렸을 때 별명이라며 “뚱”이라 부르고 있으니 시청자 입장에서 삐딱해질 수밖에.

모델 출신 연기자가 역도 유망주를 연기하게 된 데에는 분명 나름의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역도 선수를 화면에 옮기기 위해 진짜 역도 선수를 만들 필요도 없다. 그러나 ‘역도 선수처럼 보이도록’ 만들 최소한의 노력은 했어야 한다. 10여 년 전의 [내 이름은 김삼순]이 크게 흥행한 데는 ‘뚱뚱한 파티쉐’를 연기하기 위해 진짜 살을 찌워버린 주연 배우 김선아의 공이 컸다. KBS [오 마이 비너스]는 극 중에서 일어나는 수십 kg의 체중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 신민아에게 특수분장을 시켰다. 선행된 일련의 사례들에 비해 [김복주]의 생김새는 ‘역도요정’을 내세운 주제를 따라잡기 어렵다. 본래 픽션인 드라마에 한없는 리얼리티를 요구해서는 안 되지만, 스포츠 드라마라는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한 이상 시청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리얼리티는 필요하다. 삶에서 청춘과 스포츠는 생략되고 그 빈자리를 입시와 경쟁으로 채우며 살아온 우리에게 청춘 스포츠 드라마란, 어찌보면 가장 난해한 장르다. 경험해본 적이 없으니 판타지로 가거나 무감동해지기 쉽다. 플롯과 인물의 성격에 스포츠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않는다면 ‘역도요정’이 아니라 ‘디자인 요정’ 김복주여도 크게 상관없었을 텐데, 그냥 평범한 캠퍼스물이었으면 차라리 나았을 텐데, 하는 식의 삐딱한 질문들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한국에서 스포츠 드라마는 전통적으로 인기 없는 장르다. [마지막 승부] 이래 흥행작이 나온 역사가 없다. MBC [아이싱](아이스하키), SBS [때려](복싱), MBC [돌아온 외인구단](야구)까지 종목과 방송사를 막론하고 야심 차게 작품을 내놓았지만 조기 종영만 면하면 다행인 모습들로 마무리를 지어왔다. 굳이 어려운 길을 선택한 만큼 거기에 합당한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총 16부작인 [김복주]는 이제 기승전결 가운데 대략 ‘기’를 끝낸 상태다. 대략 등장인물 성격 제시가 끝났고 연애 라인의 씨줄이 잡혔다. 이제 남은 ‘승-전-결’ 동안 거기에 스포츠라는 날줄을 어떻게 엮어나갈지가 주목된다. 그걸 확인하고 싶어서 일단은 계속해서 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간다면 ‘결’까지 리모컨을 쥐고 있으리라는 장담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코치D(남세희)
[다이어어트 진화론] 저자, 現 피트니스 체인 ‘스포플렉스’ 개발팀




목록

SPECIAL

image 비밀의 숲

MAGAZINE

  • imageVol.170
  • imageVol.169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