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만의 와일드월드

앙겔라 메르켈, 자유 세계의 마지막 보루

2016.12.05
‘오바마가 세계 무대에서 내려오면서, 앙겔라 메르켈은 어쩌면 서구 자유 세계의 마지막 보루일지도 모릅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뉴욕 타임스]에서 독일의 총리 앙겔라 메르켈을 주목하며 낸 기사의 제목이다. 브렉시트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 있었고, 프랑스에선 민족주의 정당인 국민전선의 마린 르 펜이 지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기사는 포퓰리스트들이 세계적으로 지지도를 높여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유럽과 대서양 동맹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세계 지도자가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이라고 말한다. 유럽은 저성장, 난민 문제, 분노한 국가주의적 유권자들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분열되어 있고, 미국의 트럼프는 NATO의 가치에 의문을 표하며 안 그래도 쉽지 않은 유럽의 안보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로서 메르켈이 총리가 된 지 11년이 지났지만,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메르켈에게 과중한 부담을 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메르켈은 지난달 4선 도전을 표명하면서, 이러한 기대가 기괴하고 대부분 어리석은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과도한 기대가 자신의 선거 캠페인에 위험하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분명 독일은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미국만큼의 강대국이라고 하긴 힘들고, 역사적으로나 지정학적 위치상으로나 미국과 비슷한 역할을 하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독일 내의 극우정당인 대안당과 난민 문제로 인한 지지율의 하락 때문에 4선에 성공하기도 마냥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15년, 중동의 난민들을 유럽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해준 메르켈의 난민 정책은 많은 독일인이 긍정적으로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이슬람 테러리스트들로 인한 국가 안보 문제, 100만 명이 넘는 난민들과의 통합 문제 같은 이유로 메르켈의 지지율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외국인 혐오를 등에 업고 부흥한 대안당은 현재 독일 내에서 세 번째로 인기 있는 정당이 됐다.

힘겨운 상황에서 메르켈이 4선에 도전하게 된 것은 일정 부분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메르켈 말고는 현실적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메르켈은 따로 후계자를 내세우지 않았고, 포퓰리스트들의 부흥 속에서 중도주의적인 자신의 정책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메르켈 본인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도우파인 기독교민주연합 내에서 메르켈과 경쟁할 만한 라이벌이 없기도 하다. 독일의 한 방송 아나운서가 말하듯, “앙겔라 메르켈은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독일의 선거는 2017년 가을에 치러진다. 메르켈이 내년 가을에 웃을 수 있을까? [파이낸셜 타임스]는 메르켈이 선거의 가장 유력한 승자라고 말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도 말한다. 효과적인 연합을 위해서는 메르켈의 기독교민주연합이 기독교사회연합이나 사회민주당, 혹은 새로운 동맹과 함께 충분한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사실상 선거에서 패배한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 [파이낸셜 타임스]의 평이다. 메르켈은 완전한 승리를 위해 의도적으로 이데올로기를 언급하지 않고, 국내 현안에 집중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브렉시트와 트럼프의 전례를 따라가지 않기 위해서다. 이러한 선거 전략이 성공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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