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종은 정말 짠내의 아이콘일까

2016.12.05
조우종 전 KBS 아나운서의 최근 캐릭터는 ‘짠내’다. KBS에서도 대표적인 예능형 아나운서로 활약하던 그는 지난 9월 프리 선언을 한 뒤, 11월 18일에 방영된 MBC [나 혼자 산다]에서 일이 없어 불안해하는 일상을 공개한 뒤 해당 프로그램의 자막과 이후 언론의 리뷰를 통해 ‘짠내’, ‘잉여’, ‘백수’ 같은 캐릭터를 얻게 되었다. 마치 취업준비생을 보는 것 같다는 시청자들의 공감 역시 이어졌다. 그리고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먼저 녹화했던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이하 [라디오스타])를 통해 다시 한 번 프리 선언을 한 새내기 예능인으로서의 어려움과 고민, 야심을 토로하며 주목을 받았고 그로부터 또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포맷을 리뉴얼한 tvN [예능인력소]의 새 MC로 합류했다. [스포츠동아]의 표현을 빌리면 ‘짠내의 아이콘’이 된 지 열흘도 되지 않아 첫 고정 프로그램이 생긴 것이다. [나 혼자 산다]에서 “일단 한 개만 시작하면 좋겠다”고 했으니 벌써 1차 목표는 달성한 셈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짠내’고 무엇을 안쓰러워했던 것일까.

불쌍한 퇴직자 코스프레를 했다는 뜻은 아니다. 12년 동안 꼬박꼬박 출퇴근을 하던 직장인이 두 달 가까이 다음 스케줄에 대한 기약 없이 지내며 자유를 만끽하기란 어렵다. 온갖 잡생각이 떠올라 잠도 안 오고 술맛도 식욕도 안 난다던 그의 말은 사실일 것이다. 아무리 지상파 아나운서로서 안정적인 수입을 얻어오고 유재석이 속한 FNC 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한 상태라 해도 퇴사와 함께 직원 우대 대출을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서 눈빛이 흔들리지 않을 수는 없다. [나 혼자 산다]에서 보여준 조우종의 속내는 모두 거짓 없는 진심일 것이다. 하지만 진심이 진실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그의 일 없는 ‘백수’ 생활은 이미 녹화한 [라디오스타] 스케줄을 지운 상태로 카메라에 담겼다. 그가 불안한 미래 때문에 잠을 설치는 새내기 프리랜서인 것은 사실이지만, 또한 유력 기획사에 들어가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인 [라디오스타]와 [나 혼자 산다]에서 자신의 불안함을 토로하고 하나의 캐릭터를 얻을 수 있는 위치인 것도 사실이다. 다시 말해 그의 ‘짠내’ 나는 일상은 그 일상을 재구성해서 TV로 송출할 수 있는 전혀 ‘짠내’ 나지 않는 기반 위에서만 시청자와 만나고 시청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은 분명 역설적이다.

조우종의 첫 고정 프로그램이 포맷이 변경된 [예능인력소]인 건 그래서 상징적이다. 재능이 있는 비-예능인 유망주 ‘빛날이’를 발굴해 말 그대로 인력소처럼 예능 진출을 돕는다는 콘셉트의 이 프로그램은, 하지만 저조한 시청률과 실제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기획의도 때문에 2주간의 휴지기를 거친 뒤 기존 tvN 예능 인력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토크쇼로 리뉴얼되었다. 혹시라도 생길지 모를 예능에서의 한자리를 꿈꾸며 김흥국 앞에서 별의별 개인기를 선보이고 평가받던 인력들은 프로그램에서 사라지고, 바뀐 포맷과 함께 프리 조우종은 고정 MC로 발탁됐다. 불공평하다는 뜻은 아니다. [나 혼자 산다]에서 같은 소속사의 노홍철이 “거기(회사)가 인력시장이 아니”라고도 했지만 조우종 정도의 경력을 가진 방송인이 말 그대로 인력소에 앉아 자리가 날 때까지 시험을 치를 필요는 없다. 다만 시장에서 어떤 ‘짠내’는 선택받고 공감받는 반면, 어떤 ‘짠내’는 그 흔적을 지워야 한다. 그것이 미숙할수록, 기회가 적을수록, 조력이 부족할수록, 더 절박할수록.

이것은 조우종의 잘못도, 그가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들의 문제도 아니다. ‘짠내의 아이콘’이라는 표현은 분명 기만적인 면이 있지만, 해당 프로그램들의 내용과 시청자 반응을 요약하는 연예 매체들의 문제라고 보기도 어렵다. 특별한 악의나 기만이 있다기보다는 절실함과 불안함 같은 감정조차 시장을 통해 선별적으로 드러나고 인정받는 시대의 한 단면을 이 짧은 기간의 에피소드가 보여주는 것에 가깝다. 퇴사할 용기도 허락되지 않는 이들의 불안함이란 일상의 평범한 노동 안에 녹아들며, 퇴사할 곳도 없는 이들의 절실함이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불평이나 변명이 된다. 그래서 지난 열흘간 조우종이 딱 하나 잘못한 게 있다면, [라디오스타]에서 지난 12년간의 직장생활을 [미생]의 장그래에 비유한 것이다. 조우종은 2011년에 나온 책 [희망 멘토 11인의 백수 탈출기]에서 “거부하지 말고 정면으로 다가가 맨주먹으로 도전해야 한다”고도 했지만, 이젠 [나 혼자 산다]와 [예능인력소]가 보여주듯 같은 맨주먹에도 카스트는 존재하며 사실 맨주먹처럼 보이는 것 안에 많은 걸 쥐고 있어야 비로소 주먹을 뻗는 시늉이라도 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조우종의 씁쓸한 백수 라이프에 가려진 보다 씁쓸한 진실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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