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의 힙합│③ 10대의 삶이 된 힙합

2016.12.06
“하나의 음악 문화로 자리 잡은 힙합의 중요한 요소인 MCing과 DJing 분야를 다룬다. 리듬에 맞는 창의적인 가사로 평가받는 MC가 되기 위한 과정과, MC에게 음악을 제공하며 프로듀싱의 작업까지 담당하는 DJing 분야를 학습한다.”

국제예술대학교 홈페이지에 있는 ‘힙합학과’에 대한 설명이다. 교수진으로 MC나찰, 넋업샨 등 래퍼들이 있고, 입시 결과는 100% 실기로 수시면접에서 자작곡을 선보이는 것을 통해 결정된다. 이 때문에 부산에서 학교를 다니는 문재현 학생은 “고3이라서 여기에 수시 지원을 하는데 입시면접이 Mnet [쇼 미 더 머니]나 오디션 현장 같지 않을까”라고 예상하기도 한다. 입시지원을 할 수 있는 학과가 생긴 장르. 지금 10대에게 힙합은 단지 ‘인기 있는 장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다수의 고등학생은 “2010년 정도(이들이 중학생이던 시절)에는 300명이던 학교에서 힙합을 좋아하는 수가 대략 2~3명”이었지만, 현재는 “한 반에 35~30명 기준으로 1/3은 힙합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좋아한다는 의미는 “유명한 래퍼의 음악만 만을 듣는 게 아니라 사운드 클라우드 등에 올라오는 언더그라운드신에 있는 음악까지 듣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1/3은 [쇼 미 더 머니]가 나오면 항상 챙겨보고, 거기에 나오는 래퍼의 음악을 듣는 정도”다.

[쇼 미 더 머니]는 10대에게 힙합이 삶의 일부가 되는 분기점이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장원석 학생은 “중학교 때 힙합을 좋아한다면 랩 해서 뭐하냐며 이상하게 보던 친구들이 [쇼 미 더 머니] 이후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시작했고, 좋아하는 수 역시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말한다. [쇼 미 더 머니]를 연출한 고익조 PD 역시 “직접 세어보지 않아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쇼 미 더 머니]의 시즌이 계속 될수록 고등학생 참가자 수가 점점 늘었다. 최근 시즌 참가자의 7~10%가 고등학생”이라고 말했다. 고익조 PD가 고등학생들만이 출연하는 힙합 프로그램 Mnet [고등래퍼]를 준비하게 된 이유다. “원래는 파일럿 형식으로 하려고 했는데 너무 많은 관심이 쏟아져서 정규로 준비”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만난 학생들은 “생각 이상으로 다양”했다. 공부를 하지 않는 아이들이 음악을 할 것이라는 어른들의 편견과는 다르게 예술 고등학교부터 인문계 고등학교, 또한 남녀를 가리지 않고 참가 지원자들이 나왔다. “만나 본 학생들의 약 10%가 여자 학생들”인데, 이는 [쇼 미 더 머니]의 여성 지원자보다 많은 비율이다. 지금 10대에게 힙합은 성별, 지역, 성적을 가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스며든 문화이자 스타일이다.

올해 스무 살로 현재 작업실을 빌려 믹스테잎을 준비하고 있는 A는 힙합을 좋아하게 된 이유에 대해 “해소구가 필요했다”고 말한다. 초등학교 때 배치기의 ‘마이동풍’을 듣고 “굉장히 멋있는 음악”이란 생각을 갖게 된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래퍼가 직접 가사를 쓴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때부터 가사를 썼다. 학교에 다니면서 느끼는 억압적인 일들과 복잡한 집안 문제 등 “어지러운 일들”이 많았고, 그때마다 “내가 하는 생각들을 직접 가사로 쓴다는 것에 대한 큰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가사를 쓸 때는 내 생각과 종이 그리고 연필 말고는 다른 건 필요 없다”고 덧붙였다. 보컬은 표현할 수 있는 음역에 따라 이미 많은 것이 좌우되고, 밴드 음악은 악기를 사서 배워야 한다는 점에서 초기 자본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물론 힙합도 [큐베이스] 같은 음악 편집 프로그램을 사고, 프로그램이 돌아갈 만한 사양의 컴퓨터도 필요하며, 음질을 담보할 수 있는 마이크까지 구비하려면 몇백만 원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게 음악을 만들기 전, 가사를 쓰고 훈련하는 과정에는 거의 돈이 들지 않는다. A는 “랩이라는 게 배우기도 어렵고 가르치기도 어려워” 혼자 계속 써보면서 자기만의 색을 만들어 갈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오히려 쉽게 시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10대들의 힙합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다른 이들과 만난다. 그들이 유튜브와 사운드 클라우드 등에 올린 작업물들은 ‘힙합플레이야’처럼 이른바 ‘리스너’들이 있는 온라인 힙합 사이트를 통해 평을 들을 수 있다. 실력만 좋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좋은 평가를 받고, 반대의 경우에는 과격한 비판도 한다. 이런 과정에서 쌓인 래퍼들의 역량은 [쇼 미 더 머니]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보다 많은 대중에게 표출될 기회를 얻는다. 힙합은 그렇게 신과 대중적인 시장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그 결과 더 많은 10대가 힙합신에 들어온다. 물론 모두가 [쇼 미 더 머니]를 꿈꾸는 것은 아니다. 10대들은 [쇼 미 더 머니]를 통해 성공한 래퍼들이 이미 언더그라운드에서 ‘슈퍼 루키’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힙합신에서 인정만 받으면 반드시 [쇼 미 더 머니]에 나갈 필요도 없다. 장원석 학생은 “래퍼가 돼 각종 음원과 공연 수입을 통해서 수익을 벌 수도 있겠지만 작곡, 편곡 등 일자리 자체가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힙합은 10~20대에게 듣는 것은 물론 만들고 평하는 것까지 그들만의 신을 형성했다.

그러나 커뮤니티, 또는 SNS를 통해 형성되는 신의 여론은 이 세계에 들어가려는 10대 래퍼들에게 고민을 안겨주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B 학생은 “블랙넛 같은 사람들이 독특한 스웨그로 10대들이 좋아할 만 한 지점들을 공략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래서 지금은 욕이나, 밑바닥을 보여주지 않으면 진짜가 아니라는 분위기도 생겼다”고 말한다. A 역시 “요즘은 오히려 1세대 힙합을 듣는다. 지금은 사랑 이야기를 하면 ‘널 후회하게 해줄 거야’ 식의 증오를 담는데 그때는 ‘우리 그때 좋았었지’ 같은 느낌의 아름다운 감정이 많다. 그리고 문법에 맞지 않는 라임도 듣기 싫다”고 말한다. 힙합신의 주목을 받으려면 그들이 좋아할 법한 가사를 써야 하고, 그러다 보면 더 자극적인 내용을 써야 하는 것에 대한 고민도 생긴다. 블랙넛의 여성혐오 가사에 대해 오히려 멋있다거나, 성공하려면 그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것이 그들의 문화라고 할 수 있을지라도, 그 바깥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것인가는 다른 문제다. 힙합을 하는 10대는 그 어느 때보다 대중에게 자신의 가사를 들려줄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그들만의 문화 중 일부분은 윤리적인 고민과 동떨어지기도 한다. 김봉현 힙합 평론가는 “10대가 좋아하고, 하는 힙합 중 일부는 윤리적인 부분에서 이전 세대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것들까지 표현하기도 해서 놀랄 때가 있다”고 하기도 했다. 언더와 오버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각자 다른 모든 삶의 양식을 랩으로 쓰는 것이 당연해진 첫 세대. 또한 20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2세대 힙합을 어렸을 때부터 듣고 지금은 블랙넛의 음악에 열광하기도 하는 세대. 그들은 앞으로 어른들에게 랩으로 어떤 말을 하게 될까. 그들이 하는 이야기는 분명 다를 것이다. 어느 방식으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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