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의 힙합│① 래퍼의 꿈이 이뤄진 날

2016.12.06
비와이는 Mnet [쇼 미 더 머니 5]에 힙합신의 가장 핫한 래퍼로 소개되며 등장했고, 압도적인 랩 실력과 함께 우승을 차지했다. 그 뒤에는 여러 CF와 MBC [무한도전] 출연이 이어졌다. 랩을 잘하면 신에서 인정받고, [쇼 미 더 머니]에서 다른 래퍼들과 경쟁해 스타가 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비와이는 이 매혹적인 성공서사의 상징이자, 2016년의 힙합이 무엇이었는지 보여준다. 힙합은 음원차트 꼭대기에 서고, 래퍼들은 [무한도전]에 출연한다. 다른 준비물은 필요 없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랩을 하면 된다. Mnet은 [쇼 미 더 머니]와 [언프리티 랩스타]에 이어 고등학생 래퍼들이 경쟁하는 [고등래퍼]를 편성할 예정이고, 그 어느 래퍼들보다도 인지도가 높을 김동현은 래퍼가 되고 싶다며 MC 그리로 활동한다. 10대가 힙합 스타일의 옷을 입고 교실에서 랩을 쓰고, 그들 중 누군가는 사운드클라우드에 믹스테잎을 올리며 [쇼 미 더 머니] 지원서를 쓴다. 자신이 비와이처럼 되는 순간을 꿈꾸며.

그러나 비와이는 [쇼 미 더 머니] 출연 전 발표한 ‘F5’에서 동성애혐오를 드러내는 가사로 논란이 됐다. 블랙넛은 [쇼 미 더 머니]로 주목받은 뒤에도 “김치녀의 젖보다 내가 대단한 게 아냐”, “감추지 마 니 진심 치매 걸린 노인 똥구녕처럼”(‘Indigo child’) 같은 가사를 거리낌 없이 쓴다. 그리고 MBC [다큐스페셜] ‘랩스타의 탄생’에서 [쇼 미 더 머니] 이후 1억 원을 벌었다며 자신의 성공을 인증했다. 블랙넛은 ‘찌질이’ 캐릭터를 통해 인성의 밑바닥까지 드러내는 가사로 관심을 모았고, 그 결과 [쇼 미 더 머니] 출연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화제가 됐다. 모든 래퍼가 블랙넛과 같은 방식으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국에서 힙합의 성공은 목표는 있되 방향은 없다. 중요한 것은 힙합신에서 인정을 받는다는 그 자체다. 인정을 받아야 도끼처럼 매스미디어의 도움 없이도 크게 성공하거나, [쇼 미 더 머니]에서 주목받을 이름값을 얻을 수 있다.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담긴 가사, 누군가에 대한 디스는 신 안에서 시선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이거나, 최소한 힙합신에서 성장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가사로 쓰는 것은 래퍼들에게 그리 문제 될 일이 아니었고, 오히려 그럴수록 더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랩을 들려주기도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이 래퍼들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하거나 무시했던 평가에 직면한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DJ DOC의 ‘수취인분명’, 산이의 ‘나쁜 X’은 통쾌하다는 반응을 얻기도 했지만, 동시에 여성혐오 논란이 일어났다. 그들이 여성혐오를 의식적으로 의도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힙합신에서 래퍼들이 또래 남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여성이나 동성애에 대한 혐오를 양념처럼 쓰고, 그것이 큰 문제제기 없이 퍼진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수취인분명’과 ‘나쁜 X’ 같은 가사도 쓸 수 있고, 그에 대한 호응도 뒤따른다. 하지만 많은 대중이 래퍼에, 정치적 이슈에 관심을 가질 때 발표된 이런 가사는 그만큼의 비판도 제기된다. 더 많은 래퍼가 과거보다 더 크게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 성공 사례들은 더 많은 청춘에게 래퍼를 꿈꾸게 하고, 그들이 인기 있는 래퍼가 되려면 신 안의, 또는 힙합을 듣는 또래들의 의식을 공유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성공한 래퍼들이 그들만의 세계를 벗어나자 새로운 기준에 직면한다.

2016년, 힙합은 비와이가 [쇼 미 더 머니]에서 랩 실력으로 대중을 감탄시키며 힙합신의 룰과 기준을 대중에게 알렸다. 작년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딜리버리’가 이제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볼 수 있는 단어가 됐다. 반면 더 많은 사람에게 힙합이 전달될수록 과거의 가사들이 비판 대상에 오르고, 지금 쓰는 가사들에 대해서는 변화에 대한 요구를 받는다. 그사이 [언프리티 랩스타]를 통해 이름이 알려진 여성 래퍼들, 그들을 보고 성공의 꿈을 꾸는 또 다른 여성 래퍼들, 또는 슬릭처럼 페미니즘적인 가사를 쓰는 여성 래퍼들도 등장한다. 시장이 커질수록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그 세계로 들어간다. 한국에서 힙합을 중심으로 한 어떤 세계가 하나의 문화를 만들었다면, 이제 그 문화는 보다 더 많은 사람을 위해야 한다는 요청을 받고 있다. 그리고 만약 지금처럼 성공하고 싶다면, 래퍼가 모든 이가 아는 스타가 되고 싶다면 이 변화를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JTBC [힙합의 민족]에서 황혼을 맞이한 배우들에게 랩을 가르치는 래퍼들이 옛날과 같을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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