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 레드메인의 다섯 가지 얼굴

2016.12.08
이렇게 착한 남자가 이렇게 매력적이까지 해도 될까.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의 에디 레드메인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서른셋의 이 배우는 아직도 소년이고, 마법사이며, 심지어 영화 바깥에서는 슈트를 멋지게 입는다. 왜 이제야 알아봤는지 미안하기까지 한 에디 레드메인의 얼굴들.

주근깨 소년의 얼굴
희다 못해 창백해 보이는 피부에 다갈색 주근깨로 뒤덮인 얼굴, 곧고 길쭉하게 뻗은 근육들. 너무 연약해 금방이라도 부서질 거 같은 에디 레드메인을 보면 그가 영원히 소년으로만 남아 있을 것 같다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실제로 연극무대를 통해서 배우를 시작한 에디 레드메인은 영화 [세비지 그레이스]에서 불행한 가정사로 성년이 됐지만 소년에 머물러 있는 안토니였고, 더 많은 사람에게 자신을 알린 영화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에서는 청년과 소년의 경계에 선 모습을 보여줬다. 겉보기에는 영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평범한 청년이지만, 온갖 이해관계로 얽힌 영화판에서 마릴린 먼로를 가장 선명하게 바라보는 것은 에디 레드메인이 연기한 콜린뿐이었다. 그렇게 에디 레드메인은 유약해 보이지만 절대 무너지지 않는 소년의 모습으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기 시작했다.

시대극의 얼굴
“내가 과거에서 온 것처럼 생겨서 작품 섭외가 많이 들어오는 걸까?”([에스콰이어])라고 반문할 만큼 에디 레드메인은 어느 시대 속 인물들을 자주 연기했다.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더버빌가의 테스] 등 BBC 시대극에 세 작품이나 출연했고,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 [레 미제라블], [사랑에 대한 모든 것], [대니쉬 걸] 등 대표작 중 상당수가 시대극이다. 영국의 유명 사립학교 이튼스쿨을 졸업한 지성에 멋진 악센트, 붉은색이 도는 머리와 주근깨는 고전적인 분위기와 어울린다. 물론 얼굴이나 그의 성장배경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서 스티븐 호킹 박사를 연기하기 위해 루게릭병의 진행 과정을 공부, 써야 할 근육을 정리하거나 영화 [대니쉬 걸]에서 최초의 MTF 트랜스젠더를 표현하기 위해 젠더에 대한 공부뿐만 아니라 트랜스젠더를 인터뷰하는 등 자신이 연기해야 할 시대와 인물로 들어가기 위해 치열하게 공부한다.

불안의 얼굴
에디 레드메인은 연극 무대에서 남장여자 캐릭터 비올라([십이야])와 게이([염소 혹은 실비아는 누구인가?])를 연기하는 등 복잡한 정체성의 인물들을 표현했다. 영화에서도 루게릭병에 걸린 천재 물리학자([사랑에 대한 모든 것])와 트랜스젠더([대니쉬 걸])를 연기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자신의 존엄과 정체성을 두고 고민하고 싸우는 인물들을 연기하며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에너지를 보여주는 대신 누구라도 사로잡을 수 있을 것 같은 온화한 매력을 지닌 얼굴에서 조금씩 흔들리는 표정들로 캐릭터를 설명하곤 했다. 그것은 소년 같은 얼굴의 그가 언제든지 원하는 얼굴로 변할 수 있다는 증명이었다. 다만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처럼 신체를 극단까지 몰아붙여 절박함을 표현하는 것은 ‘상 받기 딱 좋은 역’이라거나, 시스젠더(신체적 성과 사회적 성이 일치하는 사람)가 트랜스젠더를 연기하는 게 옳은 일인가라는 논의가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너드의 얼굴
에디 레드메인이야말로 사랑스러운 너드(nerd)다. 남성미는 한 스푼 덜어낸 날렵한 얼굴에 약간 비뚤어진 뿔테안경을 끼고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낭만적으로 풀어내는 학자([사랑에 대한 모든 것]), 약간 구부정하게 걸으며 타인과 눈도 잘 못 마주칠 만큼 인간관계에 서툴지만 아픈 동물들을 돌보려는 신비한 동물 애호가이자 학자([신비한 동물사전])는 매력적인 너드의 최종 버전이지 않을까. 어느 시대의 옷을 입어도 언제나 멋진 핏을 보여주는 에디 레드메인은 너드를 무엇에 한없이 몰입하는, 따뜻하고 건강한 열정을 가진 모습으로 설득한다. [신비한 동물사전]에서 그가 동물의 움직임을 똑같이 흉내 낼 때, 그것은 괴상한 캐릭터의 특징이라기보다 그 동물을 이해하고 노력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연구 대상을 경의에 찬 표정으로 바라보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열심히 설명하는 그의 모습은 [해리포터] 시리즈 속 마법사와 너드 캐릭터의 완벽한 만남이라 할 만하다.

슈트 요정의 얼굴
SNS에는 종종 지하철에서 신문이나 책을 읽는 에디 레드메인의 사진이 올라온다. 모두 그를 알아보면서도 마치 신비한 동물을 보호하는 것처럼 모른 척하는 광경은 웃음을 자아낸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실루엣이 강조되고 클래식한 코트를 멋있게 소화하는 그를 사람들이 못 알아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그는 2014년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모두 얌전한 색을 선택할 때 민트색 의상을 선택하기도 하는 등 빼어난 패션 감각을 자랑한다. 클래식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의상을 입는 그에게,  [GQ]는 ‘옷 잘 입는 영국 남자 50인’ 1위를 수여했다. 하지만 에디 레드메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적록색맹으로 자신이 입는 옷의 색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고 한다. “내가 정확히 무슨 색을 보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보는 그 색을 좋아한다”고 말한 것은 유명한 발언. 잘 차려입은 모습으로 무엇이든 물고 다니는 버릇을 가진 그가 조금 불룩하게 튀어나온 입에 여권, 신문, 심지어 마법지팡이까지 물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반하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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