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공효진의 생존법

2016.12.12
최근의 공효진은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말한다. 정확히는 일할 때만큼은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공효진이 한국에서 온갖 혐오에 시달리는 중국인 결혼이주여성을 연기한 [미씽: 사라진 여자]는 여성 주연이라는 이유로 충무로에서 투자를 받는 데 난항을 겪었다. 작품 내외적으로 여성에 대한 편견에 맞서야 하는 입장에 선 공효진은 “여성 감독이 만든 여성 중심의 이야기도 재미있다고 보여주고 싶다”거나 “성별 때문에 경쟁에서 뒤처지고 싶지 않다”([무비스트])고 말했다. MBC [최고의 사랑]에서 사랑스러워 보일 수 있었던 비결이 “밑에서 남자를 올려다보는 시선”이라고 말했던 것과 비교하면 또 다른 변화다. 사회 전반적으로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남성 중심의 영화계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뤄지고 있는 요즈음, 공효진은 새로운 시대에 자신이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안다.

영화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로 데뷔할 당시에도 공효진은 조금 다른 배우였다. 연기학원에서 배운 것 같지 않은 독특한 연기 스타일과 개성 있는 외모로 주목받았고, 첫 드라마 SBS [화려한 시절]로 백상예술대상 신인상도 받았다. 그러나 스스로 “보여줄 수 있는 걸 모두 보여준 것 같다는 개성파 여배우의 한계를 느꼈다”고 언급할 만큼 긴 슬럼프가 찾아왔고, 몇 년 동안 주목받은 작품은 없었다. 그의 돌파구는 혈연이 아닌 대안 가족, 부계가 아닌 모계에 주목한 영화 [가족의 탄생]이었다. 전에 보지 못한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표정을 짓던 공효진의 연기는 호평을 받았고, “[가족의 탄생]이 관객들에게 좋은 평을 듣고, 좀 더 다양한 여성 영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연합뉴스])며 여성 캐릭터의 주도권을 고민한 것도 이때부터다. 그리고 MBC [고맙습니다]에서 딸과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의지로 가득한 싱글맘을 거쳐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이되 끝까지 일을 중심에 둔 MBC [파스타]의 서유경을 연기했다. 영화 [러브픽션]에서 겨드랑이 털을 깎지 않는 여성을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며 로맨스가 주인 영화에서 여주인공의 일상을 보여준 것도 그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조금씩 여성 캐릭터가 달라지는 사이, 공효진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고, 더 나아가 그 여주인공들의 모습을 조금 더 바꿔놓았다. 그 전에는 보도 듣도 못한 여성 캐릭터라고 할 수 있었던 영화 [미쓰 홍당무]의 양미숙처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특히 여성 배우가 오랜 기간 스타성을 유지하기란 결코 만만치 않다. 30대를 넘어가면 할 수 있는 배역이 줄어들거나, 남자 배우들 중심의 작품에서 보조적인 역할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여전히 드라마와 영화에서 주인공의 자리를 지키는 공효진이 인상적인 이유다. 그가 연기하는 여성들이 보다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줄수록, 공효진 역시 그들에게 어울리는 배우로 바뀌었다. 그러니 공효진이 여성영화인들이 함께 생존하기 위한 연대를 말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지 모른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데뷔 18년, 시대의 변화 속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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