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만의 와일드월드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예술이라는 변명

2016.12.12
1972년도 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에서 배우 마리아 슈나이더의 동의 없이 강간 장면을 촬영했다는 이유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과 남자 주인공 역할을 맡은 말론 브랜도가 비난을 받고 있다. 2013년, 베르톨루치는 강간 장면에서 버터를 윤활제로 쓰려는 계획을 마리아 슈나이더에게 사전에 얘기하지 않았다고 인터뷰했다. 이 인터뷰는 당시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최근 스페인의 한 비영리 단체가 여성 성폭력에 관한 공익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화제가 됐다. [엘르]를 비롯해 다양한 매체가 스페인의 캠페인을 영어로 옮겼고, 많은 이가 베르톨루치의 말에 큰 분노를 표현했다. 제나 피셔는 트위터에서 “영화의 모든 사본이 즉시 폐기되어야 한다. 이 영화는 실제 강간과 성폭행 장면을 담고 있다”고 말했고, 크리스 에반스는 “그 영화를 절대 보지 않겠다. 앞으로 베르톨루치나 브랜도를 예전처럼 생각할 수 없다. 구역질 나는 수준을 넘어선다. 화가 난다”고 말했다. 영화 [셀마]의 감독 에바 두버네이는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감독으로서도 이해할 수 없지만, 여성으로선 두럽고, 역겨우면서, 동시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동의 없는 강간 장면이라니 당연히 분노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무엇에 분노해야 하는지는 좀 더 엄밀해질 필요가 있다. 해외 언론과 국내 언론 모두에서 이 소식이 보도된 방식이 정확한 사실관계를 다소 왜곡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앞서 언급했다시피,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즉 대본에 없었던 장면은 강간 장면이 아니라 강간 장면에서 버터를 윤활제로 쓴다는 아이디어다. 이는 비난이 거세지자 베르톨루치 감독이 반박한 부분이기도 하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그는 “마리아는 대본을 읽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대본에 모든 내용이 있었죠. 새로웠던 것은 버터에 대한 아이디어뿐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섹스가 이루어졌던 것도 아니다. 함께 재조명된 2007년 [데일리 메일]과의 인터뷰에서 마리아 슈나이더는 그 장면이 실제가 아니냐는 질문에 “절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인터뷰엔 슈나이더가 마약과 자살 시도를 하게 된 것이 강간당한 경험이 아니라, 영화로 인한 갑작스러운 유명세 때문이었다는 얘기도 분명하게 나온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베르톨루치 감독과 브랜도가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왜 버터의 사용에 대해서 슈나이더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이 남는다. 베르톨루치는 2013년 인터뷰에서 “마리아가 분노와 수치심을 연기하기보단, (직접) 느끼길 원했다”고 대답했다. 실제로 슈나이더는 [데일리 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수치심을 느꼈고, 좀 더 솔직해지자면, 말론과 베르톨루치 둘 모두에게 약간은 강간당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에이전트나 변호사에게 촬영장으로 와달라고 전화했어야 했어요. 누군가에게 대본에 없는 것을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당시에는 그런 걸 몰랐어요”라고 했다. 베르톨루치와 브랜도가 슈나이더에게 한 일이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있을까? [시카고 트리뷴]은 그럴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예술, 혹은 예술적 표현이라는 가장으로 온갖 혐오스러운 일을 합니다. 그건 마치 트럼프를 비롯한 이들이 혐오스러운 말들을 내뱉으면서 유머인 척 가장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는 변명하죠. ‘그냥 웃기려고 그랬다’고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는 명작으로 칭송받는다. 하지만 그 영화가, 혹은 그 장면이 얼마나 훌륭한 것이든 상관없이, 예술이라는 변명으로 여성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그건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강간 장면이 아니라 버터의 사용 여부라 하더라도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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