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오브 밀레니엄], ★★☆ 내 유년시절과의 완벽한 작별

2016.12.14
연극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
창작 초연│2016.11.05 ~ 12.31│동숭아트센터 동숭소극장
연출: 박선희│작: 박동욱│출연: 박동욱·정순원(지훈), 김호진·김선호(형석), 이강우·주민진(동우), 송광일·이휘종(명구)
줄거리: 1999년 12월 31일. 밀레니엄을 하루 앞두고 네 명의 친구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녹음기에 담는다. 세상에는 반항기 가득해도, 서로에게는 끈끈한 친구들은 함께 미래를 고민하고 꿈꾼다. 하지만 아이도 어른도 아닌 미묘한 시기는 돈독한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금을 만들고, 그 무렵 지훈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다. 그리고 2016년. 다시 모인 친구들의 관계는 이미 많은 것이 변해버린 후다. 그러나 이 만남으로 그들은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한 열망과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는 씁쓸한 좌절에 빠지게 되는데….

★★☆ 내 유년시절과의 완벽한 작별
연극 [인디아 블로그]의 그들이 돌아왔다. 2011년 연출과 배우가 한 달간 직접 체험한 여행기를 마치 블로그에 포스팅하듯 풀어내는 공연으로 대학로에 ‘로드 연극’을 전파했던 그들이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에서 과거로 여행을 떠난다. 사랑을 다루었던 전작처럼 소재는 단출하다. 과거의 목소리가 담긴 녹음기를 매개로 인류의 아주 오래된 이야깃거리, 우정과 성장에 대해 곱씹는다. 출연진들이 직접 촬영한 사진과 녹음한 목소리, 생활에서 에피소드를 발견하는 감각도 여전하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대학로 연극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인디아 블로그]와 비견할 지점을 찾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응원하고 싶어지는 것은 누구에게나 있었던 풋풋한 시절, 그러나 다시 돌아오지 않을 추억에 몽글몽글해지는 덕분이다.

B.G.M: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 유행가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데는 시대를 풍미한 명곡만 한 것이 없다. 1998년부터 2000년, 세기말로 관객을 이끄는 주요 테마곡은 넥스트의 노래들이다. 이 작품의 작가이자 배우이며 동시에 넥스트의 오랜 팬이라는 박동욱의 적극적인 선곡이 반영된 이 곡들은 사심이 깃들었을지 모르나 현명한 판단임을 부정할 수 없다. 곧 들이닥칠지 모르는 지구 멸망과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통이 뒤섞인 가운데, ‘Lazenca, Save Us’가 울려 퍼진다. 넥스트 특유의 비장미와 서정성이 서린 멜로디는 작품의 감정선에 단단한 지지대가 되어준다. 특히 모두가 서른 넷의 어른으로 자라고 닳아버릴 동안, 열여덟로 동결된 채 16년을 보낸 지훈에게 넥스트의 ‘해에게서 소년에게’는 멜로디만이 아니라 가사까지 절묘하게 겹쳐진다. “눈을 감으면 태양의 저편에서 들려오는 멜로디, 내게 속삭이지 이제 그만 일어나 어른이 될 시간이야.”

Creator: 작가이자 주연 배우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번 써보고 싶었다. 내 친구들과 나의 이야기다.” 박동욱은 이번 작품으로 ‘배우 겸 작가’라는 긴 수식어를 달게 되었다. 그러나 탈고 후의 그는 작품에 마침표를 찍는 대신, “제발 작가라고 물어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두의 작품”이라며 공동창작으로의 길을 열어놓는다. 학창시절 정말 순수하게 ‘놀아본’ 박선희 연출과 여덟 배우들의 이야기에서 생활감이 진하게 묻어난다. 입을 열 때마다 비속어를 내뱉는 10대들은 록발라드와 댄스 음악의 박자에 맞춰 때리는 일진에게 당하다 친해지고, 친구의 생일에 63빌딩의 계단을 청소하며 정도 지갑도 돈독히 하며, 여성을 가운데 두고 질투하기도 한다. 부모가 가난하건 부유하건, 사교성이 좋건 나쁘건 상관없이 일생에서 가장 단순하고 평범한 시기를 보낸다는 점에서 평등하다. 그러나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 팀은 현실을 해피엔딩으로 보지 않는다. 지구 멸망 10초 전 세상에 소리친 ‘부자 될 거다’, ‘꼰대처럼 안 산다’, ‘결혼 안 하고 평생 같이 논다’, ‘절대 배신하지 않고 함께한다’라는 네 친구의 소망은 무엇 하나 이루어지지 않는다. 16년간 쌓인 갈등을 단지 설명으로만 풀어내는 단순한 구조임에도, 그리 행복하지만은 않은 ‘유년시절과의 완벽한 작별기’는 긴 여운을 남긴다.

Production: 창작하는 공간
2010년 한양대학교 교내 공연 [햄릿]으로 연을 맺은 박선희 연출가와 작가 겸 배우 박동욱은 공동창작팀인 플레이위드로 [인디아 블로그]·[터키 블루스] 등을 함께 만들어왔다. 또 다른 창단 멤버인 전석호가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에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연극 [나와 할아버지]·[유도소년]·[뜨거운 여름] 등을 제작한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이하 간다)의 안혁원 프로듀서가 함께한다. 이 연극은 엄밀히 말해 그의 홀로서기와 다름없다. 그의 제작사 창작하는 공간이 2년 만에 선보이는 첫 자체 제작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간다와 극명하게 달라진 작품을 선보이는 것은 아니다. 창작하는 공간의 모토 ‘공연이라는 무대 위 새로운 것을 만들고 즐길 줄 아는 사람들’에서 엿볼 수 있듯, 공연을 대하는 기본 자세는 간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뜨거운 여름]이나 [우리 노래방에 가서 얘기 좀 할까]처럼 지나간 명곡들을 배치한 구성적인 측면뿐 아니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감성도 닮았다.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풋풋하고 따뜻한 정서를 녹여내게 될지 포부대로 전혀 새로운 무대를 만들게 될지 아직은 미지수지만, 창작하는 공간의 앞으로의 발자취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목록

SPECIAL

image 프로듀스 101

MAGAZINE

  • imageVol.169
  • imageVol.168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