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티팝

위켄드의 숙제

2016.12.15
위켄드의 세 번째 정규 앨범 [Starboy]는 앨범 차트 1위로 데뷔했다. 그리고 동시에 앨범에 수록된 18곡 모두를 싱글 차트 2위부터 72위에 펼쳐 놓았다. 지난 5월 드레이크가 [Views]의 20곡을 동시에 차트에 올린 이후로 최고 기록이다. 첫 주에 1억 7천만 번을 돌파한 스트리밍 덕분이다. 그가 2015년 한 해 동안 ‘Earned It’, ‘Can't Feel My Face’, ‘The Hills’ 등의 노래를 통하여 대중적 기반을 폭발적으로 쌓아 올렸다면, 그 기반은 1년 사이 거대한 화산이 된 셈이다.

2010년대에 장르를 막론하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음악 활동을 하는 것이 유행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위켄드는 얼터너티브 R&B 혹은 PBR&B라고 불리는 일련의 흐름에서도 가장 은둔적 존재였다. 하지만 요즘 우리는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 무대에서 위켄드를 볼 수 있다. 단순한 인기의 차원이 아니다. 그의 대중적 성장은 한 때 ‘대안’이라고 불리던 새로운 R&B가 주류 팝음악에 영향을 미친 역사와도 일치한다. 힙합이 급진적 발전을 이루며 래퍼들이 노래의 영역을 침범할 때까지도, R&B는 그만한 변화를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80~90년대의 자양분과 최신 장르의 취향, 타인과의 관계에 앞서 개인의 감정적 깊이를 더하는 노래들이 갑자기 등장했다. 이제 어셔의 새로운 앨범을 이 흐름 안에서 말하지 않을 수 없고, 포스트 말론의 록/컨트리 혹은 차일디쉬 감비노의 훵크/재즈 취향도 자연스럽다. 2011년의 기념비적인 믹스테잎 3장 이후 불과 5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모두 위켄드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는 여전히 상징적이다.

그 상징이, 가장 대중적 관심을 뜨겁게 받고 있는 그 순간, 내놓는 앨범은 어떨까? 평단의 반응이 좋다고 할 수는 없다. 적어도 창작의 측면에서 높게 여길 수 없다는 것은 모두가 동의하는 편이다. 올해 비욘세, 리한나, 카니예 웨스트 같은 거대한 이름 아래 나왔던 도전적 성취를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이해할 수는 있다. 그는 스타덤에 올랐고, 이제 막 자신의 이름값만으로 대중적 지지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Starboy]는 그에 걸맞은 기획과 조력이 더해 만든 앨범이다. [Starboy]의 전반부는 흠잡을 수 없는 완성도로 그것을 증명한다. 누군가 30분 정도의 시간을 가장 지루하지 않게 보낼 방법을 묻는다면, ‘Starboy’부터 ‘Sidewalks’를 들려줄 것이다.


하지만 오직 위켄드만 보여줄 수 있었던 모습들은 너무나 빨리 사라져 버렸다. ‘Starboy’의 우아한 속도감은 다프트 펑크에게 빚을 지고 있고, ‘Secrets’은 충분히 좋은 뉴웨이브 팝이지만 ‘어째서?’ 라고 묻게 된다. 많은 트랙은 위켄드가 부를 법한 노래를 위켄드가 부르고 있다. 앨범 전체의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라나 델 레이가 지배하는 ‘Stargirl Interlude’는 그 매력 덕분에 역설적으로 앨범의 문제를 드러낸다. ‘위켄드가 대체 누구야?’라고 묻는 이들은 이제 ‘이거 누구 앨범이야?’라고 물을 것이다. 그래서 흥미롭게도, ‘True Color’ 같은 전형적인 발라드 트랙에서 보컬리스트로서의 위켄드를 새롭게 바라보는 순간마저 찾아온다. 하지만 우리가 위켄드를 중요하다고 여기는 이유는 그보다 훨씬 넓고 중요한 것들이었다.

애초에 알려졌던 대로 12곡 전후로 다듬어져 나왔다면 더 나은 앨범이 되었을까? 너무 길다고 지적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주요한 문제는 아니다. 그는 지금이 아닌 과거 언젠가의 비욘세나 카니예 웨스트와 같은 시절을 지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디어와 자본의 결합을 이루어 내기에는 아직 미숙하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하지만 작년의 ‘Can’t Feel My Face’나 새 앨범의 ‘Nothing Without You’에서 유명세 이후의 자기 정체성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 그는 다행히 아직 자기 자신을 창작의 중심에서 놓는다. 최소한 그는 동시대에 등장했던 유사한 아티스트들이 아직 가능성으로 남겨두고 있는 상업적 성공을 확실하게 이루었다. 때때로 어떤 음악가들은 그 너머의 영역으로 나아간다. 위켄드가 여전히 선두에 서있고, 그를 계속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목록

SPECIAL

image [뉴스룸]의 그늘

MAGAZINE

  • imageVol.167
  • imageVol.166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