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이동욱, 지친 눈빛의 무게

2016.12.19
얼굴만 보면 가장 많은 망자를 저승으로 데려간 사자 같다. tvN [도깨비]에서 주인공 도깨비 김신(공유)과 동거하는 저승사자 역할을 맡은 이동욱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실제로 귀찮게 구는 신 때문에 숙면을 방해받기도 하는 저승사자의 눈은 후배 기수 사자들과 비교해도 동기와 비교해도 훨씬 깊게 패어 지쳐 보인다. 자신이 세 번이나 저승으로 데려가려 했던 지은탁(김고은)에게조차 잘생겼다는 말을 들을 정도의 미남이지만, 그토록 잘생긴 얼굴로 호화스러운 저택에 앉아 있을 때조차 노블레스의 여유로움보단 20년 동안 이 집을 렌트하기 위해 300년 동안 망자의 노잣돈을 저축해온 고단함이 느껴진다. 아마도, 그래서 이동욱이어야 했을 것이다. 과거 SBS [힐링캠프, 좋지 아니한가]에 출연했을 때 ‘눈이 퀭해서 싫다’는 대중 반응을 전해 들을 정도로 몇 겹의 레이어를 만들어내는 쌍꺼풀 때문에 유독 피곤해 보이는 그의 눈은 잘생기고 검은 코트를 입은 저승사자라는 낭만적 설정에 기타 누락자에 대한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 생활인의 피로를 겹쳐 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매개다.

엄청난 힘과 재력, 품위를 지녔지만 은탁 앞에서 허당인 신이 김은숙 작가의 왕자 캐릭터의 극단적 버전이라면, 이동욱의 저승사자는 근엄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세탁소에 직접 모자를 맡기러 가야 하는 화이트칼라 직장인이다. 신이하지만 배고픔과 피로를 느끼며, 초월적이지만 직업적 의무에 매여 있다. 은탁을 데리러 갈 때마다, 그는 별다른 적의 없이도 삼신할매(이엘)나 도깨비와 대립해야 했다. 참으로 피곤한 삶. 하지만 그 피곤함을 입 밖으로는 내지 않아 표정 안에 굳어가는 삶. 신으로 사는 것도 만만치 않다는 건, 그와 우리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본인 역시 SBS [마이걸]로 한국 드라마의 흔한 왕자님 대열에 올라섰지만, 후속작인 MBC [달콤한 인생]에서 죄책감에 짓눌려 스스로를 파괴해가는 이준수로 자신의 또 다른 강점을 발견한 이후 이동욱이 연기하는 왕자님들은 어딘가 삶의 고단함과 서늘함을 품어냈다. 원치 않는 정략적 약혼에 괴로워하는 SBS [여인의 향기]의 강지욱이 그러했고, 뾰족한 마음이 실제로 칼로 구현되어 나타나는 KBS [아이언맨]의 주홍빈이 그러했다. [도깨비]의 노골적인 브로맨스와 역시 노골적인 코미디 안에서 종종 설정의 무게감이 증발할 때도, 이동욱의 지친 눈빛은 이야기와 캐릭터가 붕 뜨지 않도록 내려진 닻 같은 역할을 한다.

저승사자가 써니(유인나)를 보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흘린 눈물이 그 자체로 하나의 강력한 에피소드가 될 수 있는 건 그래서다. 어릴 적부터 신을 모셔온 유신우(김성겸)의 말대로 “한 분(저승사자)은 전생이 기억나지 않아 괴롭고 한 분(신)은 전생이 잊히지 않아 괴로운” 상황에서 그는 기억나지 않는 전생의 죄를 고민하느라 한층 더 시름에 찬 얼굴을 한다.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일에 대해 사서 괴로워하는, 그래서 입 밖으로 내려야 낼 수 없이 응축된 그의 감정은 평소에도 말수 없는 입이 아닌 눈을 통해 그것도 자기도 모르게 눈물로 터져 나왔다. 전생의 미스터리부터 앞으로 써니와의 관계, 암시된 복잡한 사연까지를 관통하는 이 지치고도 슬픈 눈은 온전히 이동욱의 것이다. 대사보다 많은 것을 말할 수 있는 배우란 이런 것이지 않을까. 차분한 단 몇 마디 말로도 망자에게 죽음을 납득시키는 사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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