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왜 우리는 다니엘 헤니를 사랑하는가

2016.12.26
24시간 틀어놔도 좋을 것 같다. 혹시 무편집본이라도 재방송해준다면, 더더욱 바랄 것이 없겠다. 다니엘 헤니가 출연한 MBC [나 혼자 산다] 이야기다. 188cm의 키, 부드럽게 미소 지을 때면 팔자 모양으로 순하게 휘어지는 짙은 눈썹, 은근히 소화하기 어렵다는 니트 카디건을 걸쳐도 맞춘 듯 어울릴 만큼 넓고 반듯한 어깨, 가만히 응시하고만 있어도 무언가를 말하는 듯한 눈빛. 이런 외모의 남자가 잠에서 깨어 함께 사는 개와 산책을 하고, 운동하고, 밥을 먹고, 일하는 일상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즐거워질 수 있다는 건 놀라운 경험이다. 할리우드라는 배경의 아우라 또한 분명히 존재하지만, 지금 [나 혼자 산다]의 다니엘 헤니를 둘러싼 뜨거운 반응은 거의 그 개인의 매력 덕분이다.

‘면도만 했을 뿐인데 CF 완성’, ‘영화 같은 싱글 라이프’. 다니엘 헤니의 1인 생활을 묘사한 기사들이 표현한 것처럼, 등장하는 장면마다 근사한 ‘그림’을 만드는 그 특유의 분위기는 그동안 각종 작품과 광고를 통해 증명돼왔다. 중요한 건 그 안에서 다니엘 헤니가 제시하는 남성의 이미지다. MBC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는 희진(려원)을 좋아하면서도 기꺼이 그의 사랑을 위한 조력자가 되어주었고, ‘ARE YOU GENTLE?’이라는 카피가 인상적이었던 GM 대우 젠트라 광고에서는 여성 운전자에게 주차 자리를 양보하는 남성으로 등장했다. 각각 다른 화장품 CF에서는 “난 관리 안 받는 남자 싫은데”라는 여성의 멘트가 끝나자마자 산뜻한 얼굴로 나타나 “난 옴므 디펜스로 관리받아요”라고 말하기도, 입을 이용해 여성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기도 했다. 여기에 장난스럽게 아이스크림을 먹던 부라보콘 CF까지, 신사다우면서도 섹슈얼하고, 다정하면서도 때로는 천진하기까지 한 남자, 그것이 다니엘 헤니였다.

그리고 그가 [나 혼자 산다]에서 드러낸 면면은 이런 캐릭터와 크게 동떨어져 있지 않다. 이시언은 “근데 너무… 약간 오버하시는 게 아닌가”라고, 기안84는 “뭘 저렇게 피곤하게 살아요”라고 말했지만, 새벽 6시에 스케줄이 있으면 4시에 일어나서 운동을 하는 패턴은 오버나 무리가 아닌 다니엘 헤니의 자연스러운 생활습관이다. 일어나자마자 반려견 망고의 아침밥을 챙기고 다 먹을 때까지 지켜보는가 하면 스케줄이 끝난 후 피곤할 상황에서도 망고와 꼭 산책을 나가며, 함께 일했던 동료들에게 줄 크리스마스 카드를 준비할 정도로 다정한 성격이기도 하다. 심지어 망고의 성대모사를 하거나 농구골대에 슛을 넣지 못해 뾰로통해지는 모습에서는 얼핏 소년의 얼굴이 스치기도 한다. 무엇보다 19년째 혼자 살며 외로움은 느낄지언정 딱히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고, 자신의 손으로 매일매일을 충실하게 꾸려나가는 다니엘 헤니의 태도는 이런 남성이 실존한다는 데 대한 기쁨과 감탄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그가 출연한 날, [나 혼자 산다]의 시청률은 8개월 만에 8%까지 올랐다. 공교롭게도 [나 혼자 산다]와 같은 시간에 방영되는 프로그램은 SBS [미운 우리 새끼]이다. 정말로, 의미심장한 결과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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