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똑똑한 사람들만의 일

2016.12.26
* 영화 [마스터]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이, 뇌섹남!” 영화 [마스터]의 신젬마(엄지원)가 반년 만에 만난 박장군(김우빈)을 부르는 별칭은 세 주인공 모두에 대한 가장 직관적인 설명이다. 그들은 모두 머리가 좋다. 다만 진회장(이병헌)은 자신의 머리를 사기 치는 데 쓰고, 김재명(강동원)은 뭐든지 1등에 사법고시까지 패스했지만 소신 있게 형사가 됐고, 박장군은 컴퓨터를 잘 다루는 능력자로 상황에 따라 진회장과 김재명 사이를 오간다. 좋은 머리를 서로 다른 용도로 쓰고 있는 세 남자의 물고 물리는 두뇌 플레이는 [마스터]에서 원 네트워크의 3조 원에 이르는 대형 사기극을 촉발하고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축이다.

이 영화가 주인공들의 명석한 머리를 묘사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그래서 필연적이다. 143분에 이르는 [마스터]의 러닝타임은 대체로 세 사람의 똑똑함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모두가 어떤 이도 100% 믿지 않는 상황에서 순발력 있게 자신의 살길을 찾는 재주, 은폐된 전산실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이 보여주는 대규모 자금 거래 조작 현장의 비주얼이 과시적으로 또 반복적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세계에서 최후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대를 속이고 허를 찌를 수 있을 만큼 더 똑똑해야만 한다. 김재명은 진회장도 생각해내지 못한 ‘운하’ 아이디어로 그에게 미끼를 던지고 성공했다. 박장군은 바닥까지 추락하는 위기를 겪지만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는 진회장과 김 엄마(진경)를 완벽히 속인다. 그러나 “그렇게 똑똑한 머리를 왜 공무원 일 하는 데 쓰느냐”는 진회장의 의문처럼, 김재명의 올바른 성격은 거의 정해진 값처럼 제시된다. 윈스턴 처칠의 일화가 보여주는 소신의 미덕을 읊으며 영화의 문을 여는 그는 정의로운 자이기에 정의롭고, 진회장을 통해 대한민국의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까지 털어버리겠다는 포부는 “나 같은 미친놈 하나쯤은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 설명된다. 자신이 살 길을 찾으려는 이기심에 진회장을 배신하지만 새삼스럽게 “정직”이라는 단어를 곱씹는 박장군 역시 영화 후반부로 가면 본인도 사채 빚에 시달리면서 김재명과 함께 정의를 구현할 뿐 자신의 몫을 따로 남겨두지도 않는 사람이 된다.

반면 피해자들의 판단 능력은 상당 수준 결여된 것처럼 묘사된다. 극 중에서 “건국 이래 최대 게이트”라 불리는 이 사건에는 수만 명의 피해자들이 존재하고, 원 네트워크의 수장인 진회장은 엄청난 로비로 금융감독원 국장부터 사법계까지 자기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수만 명의 피해자들을 믿게 만든 것은,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그들이 쉽게 혹했기 때문이다. 진회장에게 5억 원을 받은 금융감독원 국장이 “원 네트워크의 저축은행 인수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말을 하면, 이미 진회장이 언론에서 사기꾼으로 의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계좌 수는 두 배로 뛴다. 그가 어떻게 로비 할 돈을 모을 수 있었고 피해자들이 얄팍한 허풍에 현혹될 만큼 절박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거론되지 않는다. 대신 김재명이 “불쌍한 서민들이 농락당한 것이 불쌍하지 않느냐”며 호소하고, 이 말을 비웃던 박장군도 결국엔 그를 도우면서 피해자들은 구제받을 수 있다. 결정권을 가진 권력은 머리 좋은 사람들의 몫이며, 그들은 진회장처럼 탐욕스럽기보다 김재명처럼 정직하고 선의를 가져야 한다는 기대를 받는다.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그저 욕망에 휩쓸리는 존재로만 묘사된다. 그래서 극 말미 익명으로 피해액을 고스란히 송금받은 피해자들의 얼굴을 담은 감성적인 몽타주는 감정이입의 영역이 아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적선이자 만족감에 가깝다. [마스터]의 해피엔딩에는 평범한 사람들이 끼어들 구석이 없어 보인다. 영화 속 표현처럼 “건국 이래 최대의 게이트”를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낸 촛불의 민심으로 진상을 밝혀나가는 상황을 생각하면, 이상한 해피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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