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전]│② 유시민 VS 전원책, 만담 콤비의 [썰전] 만들기

2017.01.03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하 유시민)은 말했다. “우리는 정치인이 아니고 예능인이기 때문에 포퓰리즘을 해도 되는 거죠?” 전원책 변호사(이하 전원책)도 말했다. “시중에 나가서 물어봐. 우리나라 최고의 개그맨 전원책, 전부 다 이래!” 그렇다. JTBC [썰전]은 정치를 다루지만 ‘예능’ 프로그램이고, 각각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인물로 섭외된 두 패널은 ‘남철, 남성남 이후 최고의 콤비’라 불리며 개그 혼을 불사른다. 주거니 받거니 이어지는 만담 속에 우애를 꽃피우면서.
 

화내는 전원책 위에 어르는 유시민
고집불통 큰아버지처럼 예상치 못한 순간 황당한 이유로 버럭 호통을 치는 전원책과 호흡을 맞추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는 방송 중 전화 연결을 위해 제작진이 꺼내 온 휴대폰을 보더니 갑자기 “전화기 국산 좀 써라! 어디 여기서 에이뿔(주: 애플) 폰 들고 나오고 그래!” 라며 꾸짖었고, 유시민이 박근혜 정부 사찰 대상에 자신도 포함되어 있더라고 하자 “유시민이 아니라 유승민이겠지! 그렇게 나르시시즘에 빠지지 말라고!”라며 핀잔했다. 그러나 유시민은 4월 총선을 앞두고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자칭 ‘골수보수’ 전원책에게 “그래도 가서 4번(유시민이 속한 정의당의 정당투표 기호)을 찍어달라”고 부탁했을 만큼 놀라운 붙임성의 소유자로, 전원책이 툭 하면 하차를 논하고 괜히 어깃장을 놓더라도 “변호사님은 저랑 같이 있을 때 빛이 나요”라며 따스하게 달랜다. 물론 언제나 다정한 것만은 아니다. “청문회에서 증인들을 모욕하는 것은 극히 조심해야 한다”던 전원책이 몇 분 뒤 “제일 좋은 재판은 원님재판”이라며 말을 바꾸자 유시민은 “그럼 안 된다”며 딱 잘라 반박했고, 전원책은 “항상 좋은 역할 혼자 다 해. 나는 막 나가는 사람이고!”라며 서러움을 표했다. 이에 유시민은 해맑게 “우리 배역이 원래 그런 거 아니었어요?”라며 미소 지었는데, 둘의 투닥거림을 늘 지켜보는 김구라는 유시민에게 “가만 보면 항상 (전원책의) 화를 부추기세요”라며 정곡을 찌른 바 있다. 

전원책은 마구 까고 유시민은 돌려 깐다
어이없는 상황에 “재밌게 느꼈다”고, 한심해하면서 “탄복했다”고 말하는 식의 반어법은 유시민의 장기다. 11월 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가시화되며 새누리당이 본격적으로 분열 조짐을 보이자 “지지율 10% 대통령을 껴안고 대선에 임할 수 있는 용기! 이게 용기죠”라며 차분히 놀리던 그의 눈빛은 얼마나 반짝이던지. 반면 전원책은 온몸으로 비분강개한다. 정홍원 전 국무총리가 11월 중순 발표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 대한 반응은 이들의 전혀 다른 캐릭터를 보여준다. 총리 재직 시절 자신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보니 “오랫동안 공부를 많이 해서 너무 많이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자주 있었다”는 대목을 인용하던 전원책은 책상을 쾅쾅 내리치며 “정말! 뭐하자는 겁니까! 그분(정홍원)도 법률가잖아요!”라며 분통을 터뜨렸지만 유시민은 온화한 표정으로 “다~ 상대적인 거예요. 초 5가 보면 중 2가 엄청 유식해 보이잖아요”라며 비꼰 것처럼. 그러나 파트너는 점점 닮아가는 것인가. 12월 중순, 친박계 모임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 공동대표를 맡으며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이인제 전 의원을 ‘식은 밥’에 비유한 유시민에게 전원책은 짐짓 훈계하듯 말했다. “불특정다수인에게 사실 적시해서 명예를 훼손하면 명예훼손이야!” 그리고 굳이 덧붙였다. “아무리 그게 사실이라 해도!” 

전원책은 대권 도전의 꿈을 꾸는가
유시민이 반어법을 좋아한다면 전원책은 가정법을 좋아한다. “내가 대통령이라면”이나 “나한테 전권을 주고 정치인들 먼지 털라고 하면”, “나 같은 사람이 특검을 하면”에 이어지는 결론은 대부분 ‘ALL 단두대’로 수렴되는데, 이는 책임져야 할 사람들을 전부 ‘정치적 단두대’로 보내 사임시키겠다는 의지를 담은 전원책의 입버릇이다. 하지만 전원책은 자신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별검사를 맡을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첫째, [썰전]을 할 수 없고, 둘째,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고, 셋째, 피를 많이 본 사람은 적이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고 이에 대한 김구라의 반응은 “알~겠습니다”였다. 이처럼 오지 않은 제안에 대한 화려한 설레발은 전원책이 밀고 있는 개그 패턴으로, “새로운 보수정당 건설을 위해 이 한 몸 불사르겠다. 이재명, 문재인과 붙을 사람이 누가 있겠나”라거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통화에서 “다음 대선에서 저하고 맞붙는 걸로 알겠다”고 일방 통보하는 식이다. 그러나 실은 대권이고 뭐고 “생계를 위해 방송을 하고 있다”는 그의 소박한 꿈은 돈을 벌어서 자가용 비행기를 사는 것이라는데, 아무래도 유시민 전에 개그 콤비를 이루었던 진중권 동양대 교수의 경비행기가 부러웠던 것이 아닐까 짐작된다. 

영원히 고통받는 김구라 
세 사람이 함께한 첫 방송에서 전원책의 첫 마디는 “김구라 씨, 좌파죠?”였다. 전원책에 따르면 ‘좌파’는 마르크스교를 믿는 자들로, 말도 빠르고 은근히 ‘쫑크(핀잔)’를 주는 데다 심지어 술도 별로 안 산다고. 그리하여 “연예대상을 또 받고 싶으면 중도를 지키세요!”라고 김구라를 겁박한 전원책은 자신의 뒷조사를 제대로 못했다, ‘인제’라는 말을 세 번 잇따라 썼다, 쓸데없는 질문을 했다 등 온갖 이유를 들어 그를 호되게 다그쳤다. 하지만 유시민과 전원책의 논쟁이 산으로 갈 때마다 입술을 쭉 내민 채 미간을 찌푸리다 눈치를 봐서 “근데 말이죠, 여기서 궁금한 게 있습니다” 혹은 “한줄 평 듣겠습니다”라고 끼어들며 사태를 수습해온 김구라에게도 봄은 오는가. 4월 중순만 해도 “그대는 그냥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가만 앉아 있으면 우리 둘이서 다 알아서 할 테니까!”라며 구박하던 전원책은, 시간이 흐르면서 “솔직히 말하면 구라가 시민이보다 훨씬 나아!”라는 의식의 전환을 거쳐, 최근 자신이 보수신당을 만든다면 김구라를 전략홍보본부장으로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적 새로운 보수 가치를 구현하는 데 김구라만 한 적역이 없다”는 것이 임명의 변. 물론 김구라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거절했다. 

유시민과 전원책, 지음지교를 꿈꾸며
12월 중순, 김정주 넥슨 창업주와 진경준 전 검사장의 뇌물 공여 및 뇌물수수 혐의에 무죄 판결을 내린 재판부는 ‘지음지교(知音之交)’라는 표현으로 중국 고사 속 백아와 종자기 같은 그들의 우정에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진정한 지음지교는 [썰전]에 있다. 오고가는 삿대질과 호통 속에 쌓여온 이들의 정은, 새누리당이 ‘도로친박당’이 되었다고 비판하던 유시민이 갑자기 1978년 노사연의 대학가요제 금상 수상곡 ‘돌고 돌아가는 길’을 부르기 시작하자 전원책이 자연스레 덩실덩실 춤을 추는 데 이르렀으니 백아와 종자기도 부럽지 않다. 촛불시위가 시작되던 10월 말, 광화문 광장에 누군가 단두대 모형을 설치해놓았다는 소식에 유시민이 “혹시 변호사님이 시켜서 갖다놓은 거 아니에요?”라는 농담을 던지자, 전원책이 귓속말하는 척 “그건… 극비사항이에요”라고 속삭이며 받을 만큼 환상의 짝꿍인 것이다. 무엇보다 유력 대선주자를 칭하는 단어 ‘잠룡(潛龍)’의 발음을 잘 해야 한다며 마주보고 신이 나서 ‘잠-뇽’, ‘잠뇽’, ‘자암-룡’을 열 번이나 외치는 광경은 이제 눈빛만 봐도 척하면 척인 둘의 호흡을 보여준다. 비록 동참을 권유받은 김구라는 “집에서 사모님이랑 하시라”며 뜨악해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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