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카이 마코토, 너의 이름은

2017.01.04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너의 이름은]이 정식 개봉한다. 일본에서 역대 일본영화 흥행 순위 4위, 일본 애니메이션 순위 2위를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킨 이 작품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1분 만에 전 좌석이 매진될 정도로 국내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또한 수입 애니메이션으로는 최초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감독 내한 상영회가 성사되어 국내에서도 두터운 팬덤을 형성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초속 5센티미터]로 국내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아는 사람만 아는 작가주의적 감독이던 신카이 마코토의 무엇에 지금 일본과 한국 관객은 끌리는일까. [너의 이름은]을 보기 전 신카이 마코토라는 감독에 대해 예습을 하고 싶거나, 혹은 작품을 보고 창작자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을 이들을 위해 신카이 마코토와 함께 거론되는 다양한 이름들을 키워드로 그의 작품 세계를 살펴보자.

램브란트
신카이 마코토는 종종 ‘빛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램브란트에 비교되기도 한다. 램브란트의 대표적인 기법 ‘키아로스쿠로’는 3차원적인 대상을 묘사할 때 입체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명암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신카이 마코토는 회화에 가까울 정도로 명암의 대비를 주어 인물의 움직임과 감정을 표현한다. 그의 작품에서는 캐릭터의 얼굴에 반쯤 그림자를 드리우거나 역광에 가깝게 표현한 모습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극단적인 명암법은 장면 장면을 더욱 입체적이고 서정적으로 만들어준다. 

빛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 바로 배경이다. 신카이 마코토는 ‘배경왕’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배경에 공을 들인다. [초속 5센티미터] 개봉 당시 신카이 마코토는 “작품에 등장하는 배경은 모두 일본에 실재하는 장소다. 로케이션 팀이 한 달 정도의 시간을 들여 2만 장 정도의 사진을 촬영했다. 내 작품에는 애절한 이야기가 많은데 그럴수록 배경이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맥스무비]). 이러한 철학과 노력을 통해 탄생하는 배경은 실사에 가깝다고 평가받으며 관객에게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게 한다. 일본에서는 [너의 이름은] 개봉 후 배경으로 등장했던 지역을 찾아가 작품과 비교하는 ‘성지순례’가 유행했을 정도다. 그가 배경 중에서도 특히 집착하는 것은 하늘과 구름으로,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는 중요한 요소다. 이를 증명하는 것이 ‘에버필터 무단도용 사건’이다. 에버필터는 사진의 배경을 애니메이션풍으로 바꿔주는 앱으로, 출시 이후 큰 인기를 끌었지만 [초속 5센티미터]의 배경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것이 밝혀져 서비스를 중단했다. 아무리 칙칙한 사진이라도 신카이 마코토의 배경을 얹으면 화사한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이 된다. 에버필터 사건은 그의 배경과 색채가 지닌 마술적인 힘을 실감할 수 있는 사례였다.


크로스로드
신카이 마코토는 일본에서 CM(commercial message)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대표적인 연출작으로는 [너의 이름은]의 모티브가 되었던 학습지 광고 [크로스로드]를 비롯해 TAISEI 건설, 노무라 부동산, AC재팬 등의 CM이 있다. [너의 이름은] 개봉 후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콜라보레이션 CM인 [산토리 천연수]를 연출하여 호평을 받기도 했다. CM은 신카이 마코토의 연출 특징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서로 다른 장면들을 교차 편집하여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방식이다. 연속된 장면이 이어지기보다 중요한 장면들을 툭툭 붙여놓는 식인데, 이 사이의 간극을 이어주는 것이 바로 화자의 독백이다. 이러한 독백은 주인공의 감정과 메시지에 몰입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아트디렉터 출신 광고기획자 A씨는 “교차 편집은 한정된 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TV 광고에서 풍부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좋은 도구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경우 광고에 적합한 방법론이 몸에 배어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도 마사시와 타나카 마사요시
신카이 마코토는 데뷔 초 1인 제작으로 유명세를 떨쳤지만, 상업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이후 다양한 스태프들과 협업하여 작품 세계를 넓혀나가고 있다. 특히 [너의 이름은]에서 함께한 안도 마사시는 스튜디오 지브리 출신으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원령공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같은 명작을 탄생시킨 작화감독.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타나카 마사요시는 [가정교사 히트맨 리본], [토라도라], [그 여름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등으로 넓은 팬 층을 확보하고 있다(그는 [크로스로드]를 계기로 신카이 마코토와 협업을 시작했다). [초속 5센티미터]의 작화가 신카이 마코토 본인의 그림체를 재현하는 데 그쳤다면 [너의 이름은]의 경우 타나카 마사요시의 캐릭터 디자인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으며 이를 안도 마사시가 신카이 마코토의 색깔에 맞춰 능숙히 구현한 느낌이다. 이에 대해 신카이 마코토는 “지금까지의 작품에서 어떻게든 내 생각을 성립시키기 바빴다면, 이번 작품은 안도, 타나카 씨를 시작으로 여러 사람의 재능을 빌려 내 나름의 작품으로 완성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호보완적인 협업에서 [너의 이름은]이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이유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비틀즈와 래드윔프스
신카이 마코토 작품에서 OST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초속 5센티미터]에 야마자키 마사요시의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가 있다면, [언어의 정원]에는 하타 모토히로의 ‘Rain’이 있다. [너의 이름은]의 경우 일본의 인기 록밴드 래드윔프스가 음악을 담당해 화제를 모았다. 신카이 마코토는 OST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데, 전체적인 분위기를 대변하는 음악을 떠올린 후 작품을 기획할 정도다. [너의 이름은]은 비틀즈의 ‘Let It Be’에서 영감을 얻었고 이를 참고해 래드윔프스가 ‘전전전세’, ‘스파클’, ‘꿈의 등불’, ‘아무것도 아니야’ 등 22곡을 만들었다. 그들은 대본 완성 직후부터 음악을 제작하기 시작했는데, 역으로 신카이 마코토가 완성된 음악에 맞춰 장면 연출을 바꾸기도 했다. 이처럼 그는 소리와 장면이 맞아떨어지는 타이밍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정확한 연출을 위해 비디오 콘티를 제작한다. [너의 이름은]의 프로듀서 카우무라 겐키는 “신카이 감독은 데뷔 당시부터 비디오 콘티 작업을 해왔다. 이는 일본에서 드문 방식으로, 픽사 등 북미 스튜디오에서 대사와 효과음을 전부 넣은 콘티를 만들어 완성도를 높인다”고 설명했다. 

미야자키 하야오와 호소다 마모루
신카이 마코토와 호소다 마모루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애니메이션 감독이다. 이들은 자주 재패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와 비교되곤 한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1985년 설립한 스튜디오 지브리는 일본 문화와 유토피아적 사상, 동화적인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녹여낸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꾸준히 제작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1988년 [이웃집 토토로]의 메가히트를 시작으로 1997년 [원령공주]가 당시 역대 일본영 흥행순위 1위, 2001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2016년까지도 역대 일본영화 흥행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신카이 마코토는 [너의 이름은]으로 역대 일본영화 흥행순위 4위를 차지했다. 또한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순위에서 2위를 기록하며 3위 [하울의 움직이는 성], 4위 [원령공주]를 넘어섰다. 부동의 1위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뛰어넘지는 못했으나 역대급 박스오피스를 보유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들 사이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것이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늑대아이], [괴물의 아이] 등으로 유명한 호소다 마모루는 신카이 마코토와 함께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감독이다. 이에 대해 호소다 마모루는 “나는 미야자키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재밌는 작품을 만들고 싶은 사람”이라며 주관을 드러내기도 했다([TV데일리]). 신카이 마코토 역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이룬 거대한 업적 때문에 비슷한 기대를 받는지도 모르겠다”(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리젠테이션 인터뷰)고 밝힌 바 있다. 호소다 마모루와 신카이 마코토는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을 기가 막히게 잡아낸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나 연출 면에서는 꽤 큰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호소다 마모루는 인물 이미지에서 명암 표현을 절제하지만 신카이 마코토는 반대로 명암 차를 극대화해서 표현한다. 또한 전자가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연속적인 장면들을 배치해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후자는 섬세하고 단편적인 장면묘사를 통해 공감각적 경험을 불러일으키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러나 이처럼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작품은 매번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이름으로 묶인다. 거장의 이름과 비견될 만큼, 두 사람에게 거는 관심과 기대가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신카이 마코토는 소설가이자 각본가이기도 하다. 그는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부터 [너의 이름은]까지 모든 작품의 각본을 담당했으며 실질적인 데뷔작 [별의 목소리]부터 꾸준히 원작을 소설로 개작, 집필해왔다. 지난 30일 국내에서 출간된 소설 [너의 이름은]은 신카이 마코토가 영화 완성 3개월여를 앞두고 집필한 영화의 소설판으로, 일본 내에서 소설 판매 120만 부를 돌파했다(2016년 12월 기준). 그의 작품에서 문학적 감수성을 느낄 수 있는 이유가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 신카이 마코토는 주오대학에서 일문학을 전공했으며 인터뷰를 통해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인지 [너의 이름은]을 비롯한 그의 다양한 작품에서 유사한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와 ‘유니콘이 사는 세계’를 나란히 배치해 ‘병행해서 흐르고 있는 세계’, ‘서로 만날 듯하면서도 만나지 않는 세계’를 보여준 것처럼, 신카이 마코토 역시 복수의 세계를 구성해 이야기를 전달한다. 예를 들어 같은 나이지만 다른 시공에 사는 사람들([별의 목소리]), 같은 시간에 있지만 다른 공간에 사는 사람들([초속 5센티미터]), 일상을 공유하지만 다른 시공을 사는 사람들([너의 이름은])을 통해 물리적, 심리적으로 단절된 인간관계를 표현하는 식이다.

[언어의 정원]과 [너의 이름은]에는 그의 문학적 취향을 보다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소재가 등장한다. 일본의 단가인 ‘와카’다. [언어의 정원]에서 와카는 주인공 유키노와 타카오의 신비롭고 애절한 사랑을 표현하는 도구로 쓰였다. [너의 이름은]에서도 와카가 등장하는데 이는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중요한 테마이기도 하다. 신카이 마코토는 2014년 봄, 처음 작품을 기획할 당시 [고금와카집]에 수록된 오노노 코마치의 와카 ‘그리며 잠들어 그이 모습 보였을까. 꿈이라 알았으면 눈뜨지 않았을 것을’이라는 구절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참고도서
[무라카미 하루키 1Q84를 말하다] 무라카미 하루키 연구회, 미래지식
[일본 애니메이션의 크리에이터들] 박기령, 이담북스



목록

SPECIAL

image 김생민의 영수증

MAGAZINE

  • imageVol.171
  • imageVol.170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