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를 보고 고른 2017년의 달력들

2017.01.05
휴대폰만 있어도 수시로 날짜를 확인하고 스케줄을 기록할 수 있는 시대에, 달력은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근사한 일러스트가 그려진 달력을 한쪽 벽에 걸어두거나, 혹은 책상 한켠에 올려두는 것만으로도 공간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일러스트레이터 또는 소규모 디자인스튜디오에서 자체 제작한 일러스트 달력이 유난히 많이 나온 2017년, 눈에 띄는 여섯 개의 캘린더를 골랐다. 새해는 이미 시작되었지만 달력을 사기에는 아직 늦지 않았다.

시바견과 함께, 아이에이이의 달력
시바견 달력이라니, 이건 반칙이다. 심지어 1월부터 몸을 푹 담그고 얼굴만 쏙 내놓은 채 온천을 즐기고 있는 시바견의 그림이다. 1월부터 12월까지, 볼이 통통한 시바견이 어떤 표정을 짓고 무엇을 하든 그 귀여움에 보는 순간 홀린 듯 살 수밖에 없다. 달력은 손바닥보다 아주 약간 더 클 정도로 작은 사이즈이지만, 구멍이 뚫려 있어 책상 앞 잘 보이는 벽에 걸어두면 1년 내내 흐뭇할 것 같다. 일러스트레이터 아이에이이의 그림은 인스타그램(@_i_a_e)에 꾸준히 업데이트되는데, 주로 고양이와 다람쥐, 시바견 등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동물들을 간결하게 그리고 색칠한다. 원래는 라이클로즈라는 이름으로 자수드로잉 소품을 제작했으나 앞으로는 일러스트 작업에 더욱 전념하겠다고 하니, 시바견 달력만큼 귀여운 드로잉이 쏟아져 나올지도 모르겠다. 

구매 방법: 우선 아이에이이가 운영하는 소품샵 ‘시들지 않는 정원’의 네이버 스토어팜에서 온라인 구매할 수 있다. 또한 서울 홍대 근처 오브젝트, 성북동의 씨클로, 망원동의 시들지 않는 정원 매장에서 직접 구매 가능한데, 시바견 탁상 달력을 사려다 옆에 있는 한 장짜리 시바견 벽걸이 연력 혹은 고양이 연력까지 충동 구매하게 될 수도 있으니 주의. 가격은 온라인 주문 시 5,500원,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5,000원. 

여행자의 기분으로, 임진아의 달력
매달 달력을 바꿔 붙일 필요 없이 A3 사이즈의 종이 한 장으로 열두 달을 보낼 수 있는, 엄밀히 말해 달력이 아니라 연력이다. 각 달마다 그려져 있는 것은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고, 사진을 찍는 등 얼핏 보면 누군가의 평범한 생활이다. 그러나 ‘매일여행’이라는 제목처럼, 실은 여행의 순간을 열두 컷으로 기록한 것이며 열두 달 내내 여행하는 듯한 감각으로 살아보라고 슬며시 등을 떠미는 달력이다. 이 일러스트의 주인공과 꼭 닮은 일러스트레이터 임진아는 홍구김과 함께 작은 출판 스튜디오 ‘우주만화’를 운영 중이며, 건강을 지키는 자신만의 방법에 관한 아주 얇은 책 [도시건강도감]을 펴낸 바 있다. 여행 에세이 [이렇게 일만 하다가는]의 귀여운 표지와 내지 삽화 역시 임진아의 작품. 현재는 편집숍 29CM의 어플리케이션에서 ‘나를 선택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글과 그림을 연재 중이다. 어디서든 귀여운 더벅머리를 한 인물 그림과 마주친다면, 일단 임진아의 이름을 떠올릴 것. 

구매 방법: 사적인 서점(서울)과 곁에 둔 책방(대구), 라바북스(제주)에서 직접 구매 가능하다.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싶다면 임진아의 트위터(@imyang), 인스타그램(@imjina) 혹은 개인 메일(dlajin@naver.com)로 문의해볼 것. 가격은 한 장에 6,000원, 배송 시 2,000원이 추가된다. 

동화책 같은, 애슝의 달력
애슝의 그림은 왠지 여름을 떠올리게 한다. 꾹꾹 야무지게 눌러 칠한 듯한 선명한 색감 덕분인지, 동물을 그리든 음식을 그리든 어떤 장면을 담더라도 특유의 활기와 생기가 돋보인다. 그래서인지 애슝은 [큰일 한 생쥐] 같은 동화책의 삽화를 그리기도 했으며, 단편집 [어느 날의 먼지]와 [리드 앤 리듬], 수채화 컬러링 수업 책 [그림 같은 하루]도 펴낸 바 있다. 애슝이 만든 2017년 달력, ‘YOUR MOOD’ 또한 한 장 한 장 생기로 빛난다. 리본 모양으로 묶여 있는 끈을 조심스레 풀고 달력을 넘기면 피아노를 함께 치는 곰과 여성, 나무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새들, 노릇노릇 잘 구워진 빵 등 사랑스러운 그림들이 달마다 기다리고 있다. 한 장씩 벽에 붙여놔도 좋겠지만, 공간이 넉넉하다면 열두 장을 한꺼번에 붙여놓고 갤러리처럼 감상해도 좋겠다. 애슝의 그림을 더 보고 싶다면, 2016년 11월 출간된 일러스트집 [SHORT CUT]을 구매하자.

구매 방법: 애슝의 개인 블로그(aeshoong.blog.me)에서 신청할 수 있다. 입금 후 이틀 정도만 기다리면 귀여운 고양이 그림이 찍힌 하얀 봉투에 포장되어 온다. 엽서도 덤. 

판화의 매력, 달바람의 달력
디자이너 달이 그린 탁상달력, 바람이 그린 벽걸이 달력이 나와 있다. 두 가지 달력 모두 판화로 찍어 너무 요란하지 않은 색을 입힌 글자와 그림 덕분에 걸어두고 세워두면 주변 분위기까지 차분해진다. 낡은 테이블 위에도, 새하얀 벽에도, 삭막한 사무실 책상 위에도 무난하게 어울릴 것 같아 선물용으로도 적당하다. 특히 탁상달력에는 종이프레임이 함께 들어 있어 작은 그림 액자처럼 감상하기 좋고, 1년을 다 보낸 후에는 엽서 혹은 엽서 크기의 다른 그림을 꽂아두기에도 알맞다. 편집 디자이너 출신의 두 사람, 달과 바람이 만든 디자인 스튜디오 달바람에서는 판화로 찍어 만든 시전지(시나 편지를 쓰는, 그림이 있는 종이)와 엽서도 만들고 있는데, 풀과 꽃, 그릇 등 달력처럼 생활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소재가 그려져 있다. 1월 26일까지 달바람의 달력을 전시하는 서울 홍대 부근의 사적인 서점에서 ‘나만의 시전지 만들기’ 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니 참고.

구매 방법: 서울 홍대의 사적인 서점과 계동 베란다북스, 연희동 매리 앤 올리버, 독산동 목련상점, 경주 황남동의 배리삼릉공원, 충주 교현동 온다책방, 제주도 위미리의 시스베이글에서 구매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는 텐바이텐을 이용할 것. 탁상달력, 벽걸이 달력 모두 18,000원.

‘그와 그의 개’를 그린, 에토프의 달력
일러스트는 좋지만 귀여운 것보다는 심플한 쪽이 취향이라면, 혹은 컬러가 부담스럽다면 에토프의 달력을 추천한다. 드로잉과 실크스크린 작업을 주로 하는 에토프가 에코백 또는 티셔츠로 만들어온 ‘그와 그의 개’ 시리즈를 2014년과 2016년에 이어 올해도 달력으로 만들었다. 소파에 앉아 커다란 개와 장난을 치고 있는 남자, 책을 읽다 잠이 든 남자와 책상 위에 올려둔 그의 안경을 건드려보려는 개,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맛보는 개와 그를 쓰다듬어주는 남자의 모습 등 개를 키우든 키우지 않든 이상하게 뭉클해지거나 마음이 따뜻해지는 장면들이 달마다 펼쳐진다. 까만 테두리가 있는 커다란 액자에 넣어 벽에 걸어두고 생각날 때마다 쳐다보고 싶어질 정도다. 안타깝게도 에토프의 홈페이지에서 판매했던 ‘그와 그의 개’ 티셔츠와 에코백은 현재 품절이지만, 드로잉은 서울 서촌의 프레이야 쇼룸에서 상설 전시 및 판매 중이다.

구매 방법: 에토프 홈페이지(une-etoffe.com)에서 주문한다. 달력은 10,000원, 여기에 배송비 2,500원이 추가된다. 에토프가 사용하는 실크스크린 기법이 궁금하다면, 홈페이지에서 워크숍을 신청해 2~3시간가량 배워볼 수도 있다. 

색연필로 그리는 풍경, 이규태의 달력
색연필로 어떻게 이런 색을 내는 걸까? 달력 표지부터 탁 트인 하늘과 숲이 펼쳐지는데, 넘겨보면 더욱 감탄하게 된다. 마치 창가에 앉아 턱을 괴고 밖을 바라볼 때처럼, 이규태가 계절과 시간을 바꿔가며 그려내는 풍경은 무엇 하나 황홀하지 않은 게 없다. 앙상한 나뭇가지가 드리우는 그림자, 길고양이 위로 아른아른거리는 햇볕 등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의 사소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은 덕분에 정지된 한 컷임에도 좀처럼 지루하지 않다. 작은 방이라도 왠지 근사한 공간으로 만들어줄 것 같은 이규태의 2017년 달력은 고요한 책방에서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고양이 그림으로 끝난다. 2017년 12월이 올 때까지 달력의 드로잉은 천천히 아껴보도록 하고, 그의 그림을 원 없이 감상하고 싶다면 인스타그램(@kokooma_)를 팔로우하자. 예쁜 접시와 그 위에 놓인 간식 하나에까지 햇빛을 드리우는 이규태의 작품은 휴대폰 화면으로 작게 보아도 숨통이 트인다.

구매 방법: 온‧오프라인 모두 유어마인드에서 15,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워낙 인기가 많은 달력이라 품절에 품절을 거듭하고 있지만,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재입고되므로 실망하지 말고 부지런히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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