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녀의 책장

[로봇 공화국에서 살아남는 법], 도래할 미래를 위한 진지한 준비

2017.01.06
다사다난한 2016년이었지만 과학기술 분야에서 가장 중요했던 이슈를 꼽으라면 역시 인공지능이겠다. 바둑기사 이세돌과 알파고의 맞대결, 우버에서 시동을 걸기 시작한 자율주행 택시, 아마존의 드론을 이용한 택배와 앱을 활용한 무인 식료품점, 인공지능이 쓴 시나리오로 제작된 영화 [선스피링]. 나름 굵직굵직했던 뉴스들만 꼽아보아도 하나같이 앞으로 그리게 될 미래상에 큰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노동이 갖는 가치에 대한 재구축으로서만이 아니라 인간 혹은 실존적 주체에 대한 화두마저 이끌어낼 것임이 분명하지만, 이 명백한 미래를 대비하기란 막연한 일이다. 인공지능의 발달사를 공부해야할지, 이와 관련된 산업들이 어떻게 확장될 것이냐에 대한 보고서를 읽어야 할지, 아니면 SF거장 아이작 아시모프의 작품이라도 통독해야 할지 어떤 대비가 가능할까 애매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이 인공지능이라는 화두에 대해 재미난 로드맵을 그려주는 신간이 나왔다. SF작가 곽재식의 신간, [로봇 공화국에서 살아남는 법]이 그것이다.

[로봇 공화국에서 살아남는 법]은 부제 그대로 ‘인공지능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정리하는 책이다. 하지만 그 내용은 딱딱한 역사책이나 학술서적과는 달리 닌텐도 패미콤을 갖고 싶었던 작가의 어린 시절부터 출발한다. 곽재식의 개인사적인 이 흐름은 곧 튜링테스트를 유아론이나 이원론과 연관지어 설명하는 철학적 관점과 요제프 바이첸바움이나 월터 피츠를 비롯한 중요한 패러다임을 제시했던 학자들을 소개하는 과학사적 관점이 뒤섞여 사방팔방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울펜슈타인3D]와 같은 초창기 FPS(First-person shooter) 게임이 [퀘이크] 시리즈처럼 보다 높은 사양을 필요로 하는 방향으로 발전함에 따라 등장한 GPU-그래픽 용 반도체 칩이 어떻게 딥러닝/인공 신경망 기술에 보탬이 되었는지를 정리하는 게임사적 관점에 장차 제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기본소득정책과 같은 사회학적 관점 그리고 SF명작에 대한 문화사적 관점까지 더해져 인공지능이라는 막연한 화두에 폭넓은 청사진을 제시한다.

이렇게 정리해보면 참 중구난방인 책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기적으로 막힘없이 읽히는 것은 곽재식이 거론한 저 많은 분야를 직접 겪고 그 경험을 텍스트 안에 녹여낸 덕분이다. 곽재식은 박학다식한 작가다. 화학 전공자로 관련 분야에 종사해 대학과 정부부처 그리고 기업 사이의 연계에 대해 상세히 알고 있으면서 블로그에 동양 고전에 등장하는 괴물들의 백과사전을 올리고 고전 영화만이 아니라 [환상특급]이나 MBC [환상여행] 같은 TV 단막극을 줄줄이 꿰고서 한 달에 한 번 꼴로 단편을 집필한다. 그야말로 이론과 실무 그리고 가상까지 온 영역에 전부 통달한 작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로봇 공화국에서 살아남는 법]은 인류가 기꺼이 로봇에게 권력을 양도하는 세상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하며 끝이 난다. 제목과도 같은 ‘로봇 공화국’이 실제로 도래할지는 지금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다양한 미래에 대해 공부하고 상상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즐거운 일이다. 곽재식처럼 어떻게 이런 것까지 알고 있을까, 하는 경탄을 넘어 왜 이런 것까지 알고 있을까 경악마저 들 정도로 박학다식한 저자와 함께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dcdc
영화배우 김꽃비의 팬. SF작가. 장편 [무안만용 가르바니온], 단편집 [대통령 항문에 사보타지]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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