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의 남성들│② 에릭 남부터 에디 레드메인까지, 새 시대의 남성들

2017.01.10
정치적 올바름을 이야기하는 것만큼이나, 그것이 실생활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이들의 존재도 필요하다. 에릭 남부터 다니엘 헤니, 에디 레드메인, 마크 러팔로, 에즈라 밀러까지, 이 다섯 명의 남성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땅히 추구해야 할 가치를 실천적으로 제시한다. 단순히 여성을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하는 법이 아니라,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존중한다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
 

에릭 남, Manners maketh man
“외모도 아주 훌륭하시고 노래도 되게 잘하시고 여자분들이 좋아할 만하죠.” KBS [가싶남]의 한 출연자는 당시 사전호감도 1위였던 에릭 남을 이렇게 평가했다. 그러나 에릭 남이 주목받는 이유는, 생김새나 재능에 앞서 보기 드문 태도 덕분이다. 그는 성 역할에 대한 편견을 경계할뿐더러 타인을 배려하는 자세 역시 몸에 배어 있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는 사다리에서 빠르게 내려오는 솔라가 다치지 않게 뒤에서 살짝 받쳐주었는가 하면, [가싶남]에서는 스태프의 무거운 짐을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대신 들어주기도 했다. 스태프가 낑낑대며 생수통을 갈아 끼울 때도 선뜻 일어나 힘을 보탰으며, 주변에 흐른 물을 직접 닦는 등 마지막 정리까지 도맡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더해 클로이 모레츠에게 자신을 오빠라고 부르라는 헨리를 보며 “너 오빠라는 그 단어 집착 좀 그만해”라고 일갈하는 등 차별적인 발상, 혹은 여성과의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시도들이 빈번한 상황에서 그러기를 단호하게 거부한다. 심지어 누군가를 평가하는 일이 될까 봐 이상형을 말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하는 남자라면, ‘신사’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다.

다니엘 헤니, 혼자서도 잘해요
19년 차 자취생으로서 다니엘 헤니의 일상은 평범하다. 할리우드라는 배경, 다니엘 헤니라는 이름만 가리고 본다면 그가 MBC [나 혼자 산다]에서 드러낸 모습들은 스스로 일상을 영위하는 성인으로서 지극히 상식적이며 기본적인 수준이다. 그는 직접 소스를 개발해 친구들에게 닭가슴살 요리를 대접하고, 식사 이후에는 곧바로 설거지 및 뒷정리를 한다. 아침 일찍 운동을 하며 몸을 풀거나, 가볍게 식사를 하며 대본을 외우고, 잠자리에서 일어나 강아지 망고의 밥을 챙겨준 후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하기도 한다. 다니엘 헤니가 보여준 것은 할리우드 스타로서의 영화 같은 인생이 아니라, 혼자 사는 사람이 삶의 리듬을 어떻게 다듬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본보기다. 집안일이 힘들다는 이유로 결혼을 들먹이거나, 여성의 손을 빌려야 한다는 핑계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그는 함께 일했던 동료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과 카드를 건네고, 먼 길을 걸어오느라 땀범벅이 되곤 하는 가사 도우미를 데리러 가는 등 할 수 있는 선에서 주변을 편안하고 즐겁게 만드는 사람이기도 하다. 자신의 삶에는 책임감을, 타인에게는 예의를 갖춤으로써 인생을 스스로 빛낼 줄 아는 남자인 것이다.

에디 레드메인, 결혼은 무덤이 아니다
에디 레드메인은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다정한 사람이다. 인터뷰를 할 때는 늘 상대의 눈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하고, 편지를 건넨 어린이 팬에게 감사와 애정의 마음을 아낌없이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 그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2014년 결혼한 아내 한나 베그쇼위로, 두 사람의 정다운 모습은 공식 석상과 파파라치컷을 가리지 않고 노출된 바 있다. 게다가 2016년 골든 글로브상 기자회견에서 에디 레드메인은 “나는 결혼생활을 사랑한다”고 공표했으며, 다른 인터뷰에서 역시 “결혼은 내가 한 것 중 가장 근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NBC [엘렌 드제너러스 쇼]에서 결혼식에 지각한 아내의 이야기를 할 때조차 놀리거나 비난하는 대신 싱글벙글 웃으며 “그럴 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초조해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나는 느긋했다”고 마무리하는 그는, 골동품상으로 일하는 한나를 위해 저녁 식사를 손수 준비하는 남편이기도 하다. 자신의 시상식 때문에 허니문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아내와 [대니쉬 걸] 촬영이 끝나자마자 두 번째 허니문을 가겠다고 다짐하는 태도까지, 사람 대 사람으로서, 직업인 대 직업인으로서, 그리고 인생의 파트너로서 아내를 존중하는 에디 레드메인의 방식은 누구든 본받을 만하다.

마크 러팔로, 여성도 인간이다
마크 러팔로는 가장 적극적으로 사회‧정치적 이슈에 목소리를 내는 배우 중 한 명이다. 그의 주 관심사는 기후변화 문제로, 미국 정부의 에너지와 기후변화 정책들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디어 프레지던트 오바마]를 제작하고 내레이션을 맡았으며 직접 환경보호 단체를 설립하기도 했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버니 샌더스와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는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당선이 가져올 사회적 문제를 우려하기도 한 것은 물론이다. 당연하게도 마크 러팔로는 성소수자와 여성 인권 역시 무심히 지나치지 않는다. 텀블러를 통해 “결혼 평등권을 위해 싸우겠다”고 선언했으며, 여성의 임신중단 권리를 지지하며 이러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 주제에 대한 의견을 부탁받았을 때 나의 즉각적인 반응은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까?’였다. 나는 남성이고 이건 여성의 이슈이지 않나.” 이어 그는 불법 임신중단 시술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의 사연을 소개하며 “임신을 중단할 권리는 상식이며, 인간으로서 품위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성이 오로지 여성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문제에 남성은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모범답안이다. 

에즈라 밀러, 누구든 있는 그대로
마크 러팔로만큼이나 사회적인 활동에 활발하게 참여하는 젊은 배우가 에즈라 밀러다. 노스다코타주 스탠딩록 원주민보호구역에 송유관을 건설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왜 잘못되었는지 꾸준히 이야기했고, 지구온난화로 인한 북극 기후 문제 또한 끊임없이 언급했다. 에즈라 밀러가 이런 이슈들과 함께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여성혐오와 가부장제 문제다. 2013년에는 여성폭력 반대 시위 ‘원 빌리언 라이징’에 참석해 “세계 여성의 세 명 중 한 명이 살아가는 동안 가정폭력이나 강간을 경험하게 됩니다. (중략) 전 모든 혁명의 불씨는 여성혐오를 언급함으로써 시작된다고 느낍니다”라고 주장했으며, [신비한 동물사전] 관련 인터뷰에서도 가부장제와 여성 폭력 문화가 사회 문제의 근원이라고 명확하게 밝혔다. 게다가 성정체성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퀴어’로 자신을 설명하는 에즈라 밀러는 “성정체성의 열린 스펙트럼에 수많은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거나, 소수자 혹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여겨지는 타입들에도 사회가 조금 더 다가가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누구든 있는 그대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야말로 그의 지향점이며, 그것이야말로 각종 혐오와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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