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 신라에 나타난 꽃미남 캐릭터들

2017.01.10
“신국을 위한 새로운 인재. 신국의 존경과 흠모를 한 몸에 받을 특별한 존재”로 “아름다운 용모의 풍류를 아는 자.” KBS [화랑]에서 화랑을 만든 위화공(성동일)이 정의한 화랑이다. 그만큼 [화랑]은 화랑을 꽃미남으로 묘사하면서, 그들에게 KBS [꽃보다 남자] 같은 작품에서 볼 수 있는 남자 캐릭터들을 입힌다. 이 작품이 신라시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사실상 꽃미남 캐릭터를 잔뜩 보여줄 수 있는 이유다. 그래서 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삼국사기]보다는 만화 [아름다운 그대에게]나 [오란고교 호스트부]처럼 ‘꽃미남 파라다이스’를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화랑]의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대중문화 작품 속 꽃미남 캐릭터들의 유형을 정리했다.

상처받은 왕자님: 삼맥종(박형식) [아름다운 그대에게] 강태준(민호)
조용하고, 차분하고 누구라도 호감을 가질 듯 아름답게 생겼지만 다가서기는 쉽지 않다. 암살 위험 때문에 왕의 자리에 앉지 못하고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가는 삼맥종은 과거의 상처 때문에 타인과 담을 쌓는, 진짜 ‘상처받는 왕자님’이다. 삼맥종의 이런 상처는 아로(고아라)와 선우(박서준)를 만나면서 변화하는데, 이런 캐릭터는 [아름다운 그대에게]에서 부상을 당한 뒤 실의에 빠진 높이뛰기 선수 사노 아즈미, 한국판 드라마로는 태준을 떠올리게 한다. 그 역시 부상 뒤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슬럼프도 겪지만, 지니체육고등학교의 친구들을 만나며 이로부터 벗어난다. 두 캐릭터 모두 다른 이의 관심을 받는 위치에 있다가 좌절의 시간을 겪은 뒤 진정한 친구를 만들어나가고, 많은 작품이 이런 미남 주인공의 성장을 중요한 스토리로 삼는다. 이 과정에서 태준이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홀로 부단히 도움닫기를 하는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여주거나, 삼맥종이 상념에 젖은 표정으로 먼 곳을 응시하며 아련함을 더하는 장면은 필수다. 삼맥종의 경우 냉정한 눈빛으로 야심에 찬 얼굴을 보여주다가도, ‘아기병사’라는 박형식의 별명이 떠오를 만큼 순둥한 강아지 같은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 포인트.

운동 잘하는 청량 미남: 수호(민호) - [아름다운 그대에게] 차은결(이현우)
과거 [아름다운 그대에게]에서 태준을 연기하기도 했던 민호는 [화랑]에서는 경쾌한 에너지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한다. 미식축구 경기에서 신분이 다른 선우를 가장 먼저 인정하며 호감을 표시했음은 물론, 자신에게 환호성을 보내준다면 언제든지 윙크를 날릴 준비가 되어 있다. 수호를 연기하는 보이 그룹 샤이니의 민호가 그러하듯, 화랑 안의 분위기를 청량하게 만들어준다. 이런 배역은 민호가 주인공을 연기하기도 했던 [아름다운 그대에게]의 은결과 비슷한 위치로, 밝고 활기찬 모습으로 작품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또한 [아름다운 그대에게]에서 은결이 여주인공 구재희(설리)가 남장을 하고 학교에 온 것을 모른 채 좋아하게 되면서 성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던 것처럼, 수호는 왕비인 태후(김지수)를 보고 반하며 신분의 벽 때문에 고민하게 된다. 유복하게 자라 너그럽고 성격 좋은 청년이 사랑에 빠지며 아파하지만, 그 순수함만은 잃지 않는 것은 신라시대에서도 통하는 법이다.

비뚤어진 도련님: 반류(도지한) - [성균관 스캔들] 하인수(전태수) 
반류는 다른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가운데에서도 홀로 책을 읽고, 권세가의 친아버지와 양아버지를 둬 ‘쌍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도 불릴 만큼 잘난 집안의 인물이다. 그러나 양아버지가 권력으로 자신의 친아버지를 쥐고 흔드는 모습을 보며 비뚤어지고, 화랑이 된 뒤 신분이 낮은 선우를 괴롭히며 분란을 일으킨다. 이런 반류의 모습은 KBS [성균관 스캔들]에서 윤희(박민영)를 괴롭히는 성균관 권력의 실세 인수 같은 악역을 연상시킨다. 이런 캐릭터는 좋은 집안에 뛰어난 두뇌, 못된 성품뿐만 아니라 선이 진하고 날카로운 인상이라는 공통점도 갖는다. 언제나 차가운 얼굴로 타인의 약점을 잡는 캐릭터다 보니 캐스팅도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그리고 이런 캐릭터들의 하이라이트는 자신의 자존심이 무너지자 분노하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순간.

신비한 순수미남: 한성(김태형) - [꽃보다 남자] 윤지후(김현중)
도대체 어떤 의도로 무엇을 하는지 종잡을 수 없지만 얼굴이 아름다워 시선을 끈다. 보이 그룹 방탄소년단의 뷔(김태형)가 연기하는 한성은 호기심이 많아 홀로 중국에서 수입한 물건들을 골똘히 바라보고, 타인은 이해하기 어려운 혼자만의 세계에 빠지기도 한다. [꽃보다 남자]에서 루이, 한국판으로는 지후처럼 자신만의 세계가 있는 미소년과 흡사한 설정이다. 다만 냉소적인 부분이 있는 루이와 달리 한성은 잘 웃고, 조금 더 멍한 성격이라는 점은 다르다. 또한 한성은 소년 같은 얼굴로 모성애를 자극한다는 점에서는 [오란고교 호스트부]의 하니노즈카 미츠쿠니(이하 미츠쿠니)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특히 한성과 이복형제인 단세(김현준)는 언제나 한성을 계속 지켜보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오란고교 호스트부]에서 미츠쿠니와 그의 친구이면서도 늘 그를 보디가드처럼 돌보는 모리노즈카 타카시와의 관계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마성의 미남: 여울(조윤우) - [성균관 스캔들] 구용하(송중기)
“이렇게 예쁜 남자 처음 봐?” 화랑 기숙사에서 삼맥종이 여울의 외모를 보고 놀랐을 때 여울이 한 말이다. 여자와 남자 모두에게 인기가 많고, 아무 진골 귀족 앞에 가서 “혹시 내 아버님이신지요?”라고 물어보는 황당한 일도 벌인다. 언제나 여유 있고 우아한 몸짓은 아름답지만, 언제나 한 발 뒤에서 떨어져 상황을 지켜보는 태도는 어떤 꿍꿍이가 있는지 알 수 없게 한다. 이렇게 복잡한 속내를 아름다운 외모와 부드러운 태도에 감춰두는 캐릭터는 등장할 때마다 화제가 되곤 했는데, [성균관 스캔들]의 용하 역시 아름다운 외모에 언제나 여유로운 모습으로 세상을 지켜보는 듯한 태도를 보여줬다. 또한 MBC [주몽]의 사용(배수빈)은 여울처럼 역시 삼국시대 인물로, 모든 성적지향성에 열려 있으며 긴 머리에 하얀 피부, 화려한 장신구 등을 통해 이분법적인 성정체성 묘사에서 벗어났고, 주인공 주몽(송일국)의 책사로 활약하며 뛰어난 지략을 보여주기도 했다. 작품의 주인공이 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등장할 때마다 시선을 빼앗아 가는 캐릭터.

여자 주인공: 무명/선우(박서준) - [꽃보다 남자] 금잔디(구혜선)
[화랑] 1~2화에서 도망친 노비처럼 산발을 하고 돌아다녔던 무명은 화랑이 된 뒤 선우라는 이름을 가지며 변신한다. 떡진 머리카락은 가지런해졌고, 누더기 옷은 하늘색 비단 옷으로 교체되며 그의 외모도 드디어 빛을 발한다. 변신한 그는 신라의 엘리트들이 모인 화랑 속으로 들어가 따돌림을 당하기도 하지만, 결국 극복하고 공고한 신분제도에 균열을 낸다. 지금까지 서술한 모든 남자 캐릭터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는 것은 물론이다. 이런 역할은 [성균관 스캔들]의 윤희, [꽃보다 남자]의 잔디, [아름다운 그대에게]의 재희 등 대부분 여주인공이 맡았던 역할. 이들은 모두 학교에 들어간 초반에는 고난을 겪지만 이를 극복하며 융화되고, 많은 남자 캐릭터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 물론 [화랑]에는 여주인공 아로가 있지만, 정작 여주인공이 당할 법한 시련을 겪고 다른 남성 캐릭터와 다양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선우다. 아로는 오히려 선우와 삼맥종이 서로 엮이며 우정을 쌓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매개체에 가까워 보일 정도. 그만큼 [화랑]은 작품 모두를 최대한 많은 꽃미남 캐릭터들로 채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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