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녀의 책장

내 술병 속의 정원, [술 취한 식물학자]

2017.01.13
에이미 스튜어트가 원예작가 총회에서 선인장 전문가 스콧 캘훈을 만났을 때, 그는 선물받은 어비에이션 진 때문에 곤란해하고 있었다. “그 술을 활용하는 법이라면 내가 잘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출판사 부스에서 저자 사인을 하는 틈틈이 고추를 썰고 고수를 찧었다. 그렇게 만든 마마니 진토닉은 큰 인기를 끌었고, 알딸딸한 와중에 이 책의 아이디어도 탄생했다.

세상의 모든 술은 식물에서 출발한다. 나무껍질에서 잎사귀, 씨앗, 꽃, 열매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의 각양각색의 식물에서 알코올을 추출해낸 게 술이다. 주류 판매점은 가장 이국적인 정원이자 식물원이고, 식물학자라면 진열된 술병들에 사용된 식물의 종과 속을 하나하나 지목할 수 있다. 알코올 음료는 식물학의 진보에 발맞춰 발전을 거듭했다. 인류는 정말이지 별걸 다 가지고 술을 만들었는데, 식물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다면 놓칠 수 없는 여정이다.

먼저 발효와 증류라는 두 가지 연금술을 탐험하자. 인류는 사과와 보리와 포도뿐 아니라 바나나와 파스닙과 잭프루트로도 술을 빚어왔다. 다음으로 우리가 창조한 술에 풍요로운 자연을 접목하자. 월계수와 정향 같은 허브와 향신료, 장미와 홉 같은 꽃, 자작나무와 소나무 같은 나무, 살구와 무화과 같은 열매, 아몬드와 커피 같은 견과류와 씨앗이 풍미를 더한다. 마지막으로 정원을 거닐며 만나는 재료들로 다양한 칵테일을 조합하자.

식물학자의 안목이, 원예가의 솜씨가 딱히 독창적이지는 않은 구성을 특별하게 만든다. 사과의 DNA는 인간의 DNA보다 복잡하다. 테킬라에는 A.테킬라나라는 단일한 종만 사용하는데, 야생에서 번식할 수 없도록 막은 결과 이제 유전적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질병에 극히 취약한 상태가 되었다. 보리를 직접 길러보는 건 어떨까? 9제곱미터의 땅이면 4.5킬로그램을 수확할 수 있는데, 맥주 190리터를 빚어서 흥청망청할 수 있다. 명심해야 할 것은 술의 역사는 전설, 왜곡, 반쪽짜리 진실, 노골적인 거짓말로 점철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게 압생트의 오명이다. 이 술의 재료인 향쑥에 자칫 사망에 이르는 투우존 성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잔존하는 양은 미미하다. 압생트가 19세기 프랑스 예술가들 사이에서 환각과 돌발행동을 유발했다면, 그것은 아마 70~80도에 이르는 알코올 함량 때문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향쑥은 재배할 가치가 있다. 꼭 술을 만들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단순히 아름답고 재미있는 식물이기 때문이다.

정원 애호가에게 칵테일 파티를 열게 하고, 애주가에게는 창가에 화분이라도 하나 두게 만드는 것이 작가의 바람이다. 원예학은 기분 좋게 취할 수 있는 주제라는 주장에 나는 아무래도 넘어간 것 같다. 앞으로는 공원을 산책하면서 식물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삶의 묘약인 알코올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아름다운 디자인과 그보다도 더 아름다운 문장으로 소개되는 이 신비로운 정원에서 가장 궁금한 술은 엘더베리 꽃으로 담은 생제르맹이다. 꽃이 만개한 초원의 맛으로, 꿀벌이 꽃잎 사이로 돌진할 때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다면 바로 이 술이라고 한다. 건배!

정은지
책과 음식과 쇼핑에 관한 글을 써서 번 돈으로 책과 음식을 쇼핑한다. 책 속 음식에 관한 이야기인 [내 식탁 위의 책들]을 썼고, [아폴로의 천사들]·[피의 책]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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