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야채왕이 되겠다고 ‘또’ 결심한 당신에게

2017.01.19
현대인에게 야채는 일종의 원죄가 되었다. 인간은 왜 야채를 먹어야 하는 걸까. 차라리 일찍 죽으면 나을 텐데 의학의 발달로 오래오래 고통스러운 삶을 누린단다. 하루에 먹어야 하는 야채는 대략 350그램, 이제부터 야채왕이 되겠다고 결심한 이상 기왕이면 생야채를 드레싱 없이 먹고 싶지만 중요할수록 소박하게 시작해야 한다. 절대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야채는 수분 함량이 높아서 같은 무게라도 부피가 고기보다 훨씬 크다. 350그램이면 큰 양푼 하나 가득이고 야채를 아무리 좋아해도 버겁다. 열을 가해 부피를 줄이고 양념으로 풋내를 잡는 겸허함이 필요하다. 조리 과정에 소실되는 비타민은 알약의 도움으로 해결한다. 야채는 그냥 구우면 되는 고기와 달리 다듬는 귀찮음이 있고 금세 상한다. 미라가 된 무나 액체 상추를 버리는 일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면 바로 먹거나 최소한 손질이라도 할 수 있는 날만 구매하는 게 좋다. 냉동야채와 건조야채, 통조림도 적극 활용하자. 가장 중요한 것은 만만한 야채는 따로 있다는 것이다. 야채 하면 먼저 떠오르는 상추는 쓴맛이 강해 초보에게 적합하지 않고, 깻잎은 의외로 빨리 상한다. 비교적 오래가는 것은 물론, 시들해진 후에도 조리해서 먹을 수 있는 야채들을 활용한 간단한 요리들을 소개한다.

셀러리
냉장고에서 길게는 2주까지 싱싱한 튼튼한 야채로, 줄기가 더 오래 버티니 잎부터 소비하는 게 좋다. 잎은 굵게 다진 후 새우나 게살, 밀가루, 계란으로 반죽해 한 숟갈씩 떠서 부치고, 줄기는 듬성듬성 썰어서 쇠고기와 함께 굴소스로 볶거나 잘게 다져서 짜장라면에 넣는다. 

근대
보통 된장국으로 먹지만 줄기가 여리다면 잘게 썰어 샐러드에 넣어도 된다. 그리고 꼭 스팸이랑 볶아보자. 술안주로도 좋지만 밥에 얹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풋마늘
덜 여문 마늘의 어린 잎줄기를 식용으로 따로 재배한 것으로, 외관과 맛이 대파와 언뜻 비슷하지만 더 오래간다. 뭐든 육류와 함께 볶으면 양념이 아닌 훌륭한 야채 구실을 하며,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이나 초된장에 무쳐도 맛있다.

양배추
통째로 써는 대신 한 장씩 벗겨서 썰면 영원히 거무죽죽한 단면을 보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아주 가늘게 썰지 않으면 버거울 수 있는 특유의 향은 익히면 누그러진다. 모든 종류의 볶음이나 조림에 어울리고 그냥 전자레인지에 돌려도 훌륭한 반찬이 된다. 통째 깊이 십자 칼집을 넣고 스팸을 역시 통째로 끼워 큰 냄비에 조린 호쾌한 요리나, 4등분해서 단면을 버터에 지진 후 생크림으로 푹 조린 방만한 요리도 추천이다.

봄동
야채는 서리를 맞으면 달콤해진다. 노지에서 겨울을 보낸 배추 중 결구하지 못하고 잎이 퍼져버린 것을 봄동이라고 부른다. 연하고 달콤해서 그대로 쌈장에 찍어 먹어도 좋지만 고춧가루와 액젓, 혹은 간장과 참기름으로 무친 것을 밥에 곁들이거나 소면과 비비면 놀랄 것이다. 파스타를 만들거나 국을 끓여도 좋고 하다못해 라면에 넣어도 끝내준다. 지금이 제철이니 나중에 후회 말고 서두르자. 

방울무
래디시라고도 하는 방울무의 잎과 뿌리는 아삭하고 알싸한 맛으로 기름진 요리에 곁들이기 좋다. 시들해진다 싶으면 반으로 갈라 소금을 뿌려가며 버터에 볶거나, 올리브유에 버무려 220도의 오븐에서 굽는다.

방울토마토
토마토의 유용한 성분은 기름으로 조리하면 흡수율이 높아진다. 맛도 더 좋아지는데 뭐니 뭐니 해도 다른 야채 없이 소시지와 함께 올리브유에 볶아 소금간만 한 ‘쏘야’가 최고다. 단 지금은 제철이 아니니 통조림이나 말린 토마토를 추천한다. 

냉동 껍질콩
냉동 야채의 대명사인 야채믹스는 볶음밥이나 오믈렛이 고작이니 껍질콩만 통째로 얼린 제품을 추천한다. 카레나 스튜를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물론, 스테이크나 삼겹살에 곁다리로 구워 기름과 육즙이 배면 고기보다 더 맛있다. 

말린 가지
말린 호박이나 가지는 실온에서도 몇 달씩 보존되며, 다듬거나 썰 필요 없이 불릴 뿐이니 오히려 손질도 간편하다. 마늘을 올리브유에 볶다가 말린 가지를 넣고 소금으로 간한 파스타는 15분이면 만드는 최고의 일품요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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