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녀의 책장

[인공지능과 딥러닝], 인공지능을 향한 차분한 이해

2017.01.20
60전 60승. 더 강해져서 돌아온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의 성적표다. 연말연초 온라인 바둑 사이트에 홀연히 나타난 알파고는 한국 최강 박정환, 중국 최강 커제 등 당대 최고수가 포함된 60국에서 단 한 판도 내주지 않았다. 바둑 역사에서 그 어떤 기사도 이루지 못했던 터무니없는 성취다. 1년 전만 해도 바둑에서 인공지능은 인간의 상대가 아니었다. 지금은 이 문장에서 ‘인공지능’과 ‘인간’의 자리를 바꿔야 말이 된다. 지난해 3월 이세돌이 다섯 판을 둬서 거둔 1승이 인류 최후의 승리가 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60전 전패는 바둑계를 넘어 인류의 미래에 대한 예고편처럼 으스스하다. 일자리 공포는 호들갑이 아니다. 신기술은 중간 정도의 숙련을 대체하는 경향이 있었다. 고급 숙련은 대체가 너무 어려웠고, 저급 숙련은 기술로 대체하기에는 너무 쌌다. 인공지능의 시대는 이런 제한마저 무너뜨린다. 인천 길병원은 지난해 11월 인공지능 의사 ‘왓슨’을 도입해 암 환자 처방에 투입했다. 의료진과 왓슨의 처방이 갈릴 때 환자들 중 상당수가 왓슨을 따랐다. 의료와 같은 최고급 숙련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물론 인공지능이 따라오지 못할 인간의 고유 영역을 강조하는 주장도 많다. 출판계는 지난해부터 인공지능에 대한 ‘공포’와 ‘위로’를 경주하듯 책으로 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란 게 대체 뭔지를 문외한의 눈높이로 이해시켜주는 책은 오히려 찾기가 어렵다. 이해하지 못할 때 공포는 걷잡을 수 없어진다. 그러니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위로가 아니라 차분한 이해다. 일본에서 손꼽히는 인공지능 연구자 마쓰오 유타카가 쓴 [인공지능과 딥러닝]은 공포도 위로도 과장하지 않는, 일본 가정식 같은 담백한 책이다. 까다로운 개념을 정면으로 다루면서도 최대한 쉽게 전달한다.

머신러닝이라는 수수께끼 같은 개념을 책은 이렇게 풀어준다. 신입사원 두 명이 입사를 했다. 둘에 대해 아는 바가 없는 관리자는 둘을 똑같이 대한다. 그런데 일을 시켜보니(데이터 입력) 신입 A가 신입 B보다 일을 못한다(시행착오). 이제 관리자는 B의 보고서를 더 신뢰하고 A의 보고서는 더 의심한다(가중치 조절). 이런 가중치 조절을 여러 차례 거치면, 그 조직이 올바른 판단을 할 가능성이 올라간다(학습). 학습을 한 주체는 관리자가 아니라 조직이라는 데 주목하자. 이 ‘조직의 학습’이 인공지능의 ‘머신러닝’에 해당한다. 인공지능은 시행착오를 통해 연결망의 가중치를 조절함으로써 학습을 한다.

책은 인공지능 연구의 역사를 일주하면서, 머신러닝이 왜 중요한 돌파구인지, 딥러닝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각광받는 동시에 과대평가받는지, 인공지능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와 전문가의 이해가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준다. 내가 이 책의 기술적 설명을 온전히 이해했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차분한 책으로부터 우리는 인공지능에 대한 갖은 설왕설래를 어떻게 이해할지 기준을 잡아주는 좌표축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공포에 대처하는 출발점으로 마침맞다. 공포의 팔할은 무지로부터 온다.

천관율
[시사IN] 기자. 6년 동안 정치 기사를, 14개월 동안 사회 기사를 썼다. 2016년 1월부터 경제와 국제를 취재한다. 쟤도 뭐 하나는 사람답게 하는 게 있겠거니 기대를 버리지 않는 조직에 점점 더 미안한 마음이 들고 있다.




목록

SPECIAL

image 스크린독과점

MAGAZINE

  • imageVol.171
  • imageVol.170

최신댓글